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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해진 내 딸’…‘중2병’아닌 우울증?

입력 : 2017-02-26 21:09:36 수정 : 2017-03-01 16: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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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예민해진 청소년’ 요주의
짧은 봄방학이 끝나고 개학이 코앞에 다가왔다. 새 학기에 대한 설렘도 잠시, 많은 학생이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과 학년이 높아지는 데 대한 부담감을 토로한다. 부쩍 예민해진 아이를 보며 학부모들은 “밝은 아이였는데, 반항이 늘고 말수가 줄었다”고 고민하면서도, 대부분 “중2병은 불치병이니 내버려두는 게 답”이라고 위안하고 넘어간다.

그러나 아이의 짜증과 분노, 무기력증이 급격히 나타나고 생활 리듬이 갑자기 무너진다면 사춘기로 인한 일시적인 반항보다는 청소년 우울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 우울증은 성인과 달리 증상이 급격히 악화하고 우울증을 판단할 만한 지표가 뚜렷하지 않아 더 위험하다. ‘중2병’으로 치부하다가 치료를 미루면 학교 부적응, 음주, 흡연 등 비행이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 

◆감정적 극단성 보이는 청소년 우울증

2006년 이후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가 실시한 ‘제12차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 여학생과 남학생의 스트레스 인지율이 각각 44.9%와 30.5%로 전년에 비해 3.2%포인트, 0.9%포인트 늘었다. 1년 새 2주 이상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경우도 남녀 모두 상승했다. 구체적인 자살 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 학생도 4.0%나 됐다. 학생들의 청소년 우울증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우울증은 충동성이 높다는 점에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성인 우울증은 예측 가능한 지표들이 천천히 나오는데, 청소년 우울증은 갑자기 심각한 상태로 건너뛴다.

증상도 다르게 나타난다. 성인의 경우 우울감을 느끼고 슬프며 몸과 마음이 축 처지는 감정을 느끼는 데서 우울증을 가늠할 수 있지만 청소년은 우울감보다는 무기력과 짜증, 잦은 분노 발작 등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부모가 초기에 ‘중2병’이라고 넘어가는 이유다.

청소년 우울증은 생활 리듬이 망가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만큼 급격한 성적 하락이 제일 먼저 눈에 띌 수도 있다. 무엇보다 ‘무쾌감증’을 눈여겨봐야 한다. 우울증에 걸리면 제일 먼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며, 이후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게임과 휴대전화만 붙잡고 있게 된다. 우울증이 약물이나 게임 등 중독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 성인 우울증의 경우 잠을 못 자고 식욕이 떨어지는데, 우울증을 앓는 청소년들은 더 많이 자고 더 많이 먹는다. 먹는 것을 조절하지 못하기도 한다. 불안·초조하고 사소한 것에 잘 울거나 인내심이 부족하며, 매사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증상 중 하나다. 아이가 자살을 언급하는 것은 명백한 우울증 사인인 만큼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수면관리, 햇빛보기 등으로 회복

청소년 우울증 예방에는 햇빛 보며 걷기, 패스트푸드 줄이기 등이 도움이 된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성남시 관내 중학생을 대상으로 매일 점심시간에 운동장에 나가 햇빛 보기, 정크푸드 없는 날 지정, 학생 스스로 수면·식습관을 관리할 수 있는 헬스플래너 작성 등의 캠페인을 벌인 결과 학생들의 우울 정도가 3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이 새벽 3시 이후에 깨어있을 가능성은 22% 감소했다. 우울증상이 있는 아이는 이런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회복할 수 있도록 먼저 시도해봐야 한다. 억지로 공부를 시키기보다는 아이가 평소 좋아했던 것부터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우울증이 심각한 상태라면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 우울증 치료는 6개월 이상 걸린다. 급성 우울증상에서 회복했더라도 재발 방지를 위해 긴 호흡을 바라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는 “건강한 식습관과 수면습관, 신체활동 증가 등이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우울증이 심각한 경우 뇌기능 검사 등 보다 전문적인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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