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밀착취재] 드러누운 '태극기'… 1인 시위에 곳곳 몸살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입력 : 2017-02-27 16:46:18 수정 : 2017-02-27 23:32:0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경찰 “태극기 펴지 말라”시민들 반발…구급차 출동하는 소동도
'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불출석 의사를 밝힌 가운데 헌법재판소 앞에서 난데 없는 ‘태극기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이 태극기를 들고 온 시민들을 ‘1인 시위자’가 아니라고 보고 태극기를 펼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다. 탄핵반대 측 시민들은 “대한민국에서 태극기를 왜 펴지 못하게 하느냐”며 경찰과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이날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는 이른 오전부터 ‘탄핵을 탄핵하라’, ‘탄핵기각해야 나라가 바로선다’ 등 손팻말과 태극기·성조기 등을 준비한 60·70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시민들은 헌법재판소가 중립성을 잃고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천에서 이른 새벽부터 팻말을 준비해 나왔다는 김금자(67)씨는 “요즘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답답한 마음에 잠이 오지 않아 직접 나왔다”며 “잘못은 법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해야하는데 언론을 보면 헌법재판소에 정치적인 입김이 많이 개입한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대문구에서 온 이모(70)씨도 3m가량 거대한 팻말을 든 채로 묵묵히 헌재 앞을 지켰다. 이씨는 “검찰과 경찰, 언론이 너무 편파적인 상황”이라며 “여기 나온 분들이 할 일이 없어서 나온 것이 아니다. 나라와 후손들 걱정 때문에 나온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팻말을 든 채 묵묵히 시위를 이어가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태극기를 두고 경찰과 시민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태극기를 들고 온 몇몇 시민들을 ‘1인 시위자’가 아니라고 판단해 태극기를 펼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회는 ‘2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혼자일 경우엔 경찰에 사전 신고 없이도 시위가 가능하다.

경찰은 그러나 이날 헌재 앞에 모인 시민들이 여럿이 함께 온 점, 태극기를 들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점 등을 보고 미신고 집회로 판단해 시민들에게 태극기를 펼치는 등 정치적 행동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경찰의 제지를 받은 한 70대 시민은 태극기를 품에 안은 채로 안국역 근처 대로에 한동안 누워 불만을 토로했다. 이를 본 시민들이 사람이 다친 것으로 착각해 119에 신고, 구급차와 구급요원들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구급차가 오자 “나는 멀쩡하다. 경찰이 태극기를 못 펼치게 하고 강제로 이곳으로 끌고 왔다”고 주장했다. “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말에 구급요원들은 혈압만 잰 뒤 발걸음을 돌렸다.

헌재 앞에서도 중년의 시민 두 명이 헌재 맞은편 도로에서 태극기를 펼치려다가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실랑이가 생겼다. 이들은 경찰을 향해 “왜 째려 보느냐”, “대한민국에서 태극기를 왜 못들게 하느냐” 등 고성과 함께 “썩은 경찰X”, “쓰레기” 등 욕설을 내뱉었다. 또 지나가던 한 시민이 이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말하면서 말다툼이 생기기도 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태극기를 펼치게 되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두 명 이상 모이게 될 경우 집회로 판단할 수 있어 제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거부하면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은 정부서울청사와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권한대행을 강하게 규탄했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뇌물죄 혐의를 받는 대기업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특검을 연장할 사유가 명백한데도 이를 거부한 황 권한대행은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황 권한대행도 구속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글·사진=이창수·남정훈 기자 wintero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