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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의심리카페] 어질러진 책상이 창의성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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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01 02:22:20 수정 : 2017-04-11 14: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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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방해물 있어야 집중도 높아져 / 너무 말끔하면 기존 질서와 관습에 순응
복잡한 책상을 볼 때마다 심란하다. 치워야 한다고 다짐하고 다짐하지만 어질러진 책상을 정리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따뜻해지면 봄맞이 대청소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아 불안하다.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짧은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같이 정보의 홍수 속 방해물이 많은 상황에서 집중은 경쟁력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인간의 집중력은 한계가 있다. 주의 집중을 지속하게 되면 주의 피로가 일어난다. 이로 인해 문제해결이나 과제수행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저하된 기능을 다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피로해진 주의를 쉬도록 해 줘야 한다. 이때 주의를 회복시켜줄 환경이 필요하다. 일어서서 잠시 산책하는 것은 아주 좋다. 물론 숲과 같은 자연 산책이 효과적이다. 도심지 생활에서 이것이 힘들다면 잠깐 창밖의 자연 환경에 주의를 돌리는 것도 좋다. 창문 밖 나무를 잠시 바라보며 그저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회복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자연이 주요한 회복 환경인 것이다.

그런데 빌딩 사무실이나 고층 아파트 건물에서는 약간의 녹색 자연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책상 위 회복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그림이나 사진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올려 두는 것이다. 집중해서 피곤해진 주의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 잠시 그것을 쳐다보면서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긍정 감정과 에너지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긍정 기분은 스트레스 받는 짜증나는 업무를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 준다.

그러기 위해 자신이 어떤 것에 회복되는지를 찾아야 한다. 책상을 밝히고 있는 따뜻한 조명인지, 은은한 음악인지, 특정한 그림이나 사진인지를. 추억의 즐거움이나 따뜻함으로 더욱 힘을 얻게 되는 긍정에너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이면 된다. 즉 좋아하는 물건을 보고 그것과 관련된 즐거운 추억과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물건이면 충분하다.

물론 이런 물건들이 즐비해지다 보면 자연스레 책상은 어질러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너무 깔끔할 필요는 없다. 지나치게 산만한 아이들의 경우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방해물이 있을 때 도리어 집중도가 높아진다. 방해물을 차단하고 그것에만 집중하게 하는 힘이 더 생길 수 있다. 심지어 책상 위의 무질서가 창의력과 연결되기도 한다.

우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규칙을 따르고, 규범을 지키고, 사람들이 기대하는 대로 행하기를 원하고, 이로 인해 이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때때로 이 모든 규칙, 규범 등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신선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창의적으로 되는 것은 전통, 질서, 관습을 깨는 것과 연관이 있다. 정돈된 환경은 관습을 따르게 하고 안전한 한도 내에서의 행동만을 장려한다. 그러나 어지럽혀진 환경은 사람들로 하여금 전통, 질서, 관습 등에서 탈피하게 돕는 것이다. 더 신선한 통찰력을 갖게 한다.

회계 업무 같은 규칙을 따르는 일이 아니라면 적당한 어지러움은 사람들에게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다 줄 것이다. 물론 어지러움은 적당해야 한다. 먹다 만 샌드위치 조각이나 우유팩이 나뒹구는 더러운 환경은 결코 아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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