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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열린 병영이 강군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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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01 02:27:02 수정 : 2017-03-01 02: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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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보다는 자율·책임감 부여 / 군복무 거부감 없애야 정예화 미국 코넬대학의 제임스 깁슨 교수는 환경이 갖는 ‘행동 유도성’을 강조한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어떤 환경을 만들어주는가에 따라 구성원들은 성공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낙오자가 되기도 한다. 우리 장병들을 둘러싸고 있는 병영환경은 어떠한가. 우리 군은 내년이면 창군 70주년을 맞이한다. 우리의 병영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시대정신, 전략 환경, 장병들의 교육수준 등을 반영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때가 됐다.

우리는 급변하는 전략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예상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적과 전투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또한 장병 한 사람의 행동이 전반적인 전투와 전략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 병사 한 사람의 능력이 전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제는 병사 각 개인의 창의력이 최대한 발휘되는 군을 만들어야 한다. 

신경수 전 주미대사관 국방무관· 예비역 육군 소장
우리는 병사들을 24시간 통제해야 준비태세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영내 대기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는 사람도 많다. 군 생활에 사생활이 허용될 수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북한의 도발 위협을 고려할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는 우리 병사들을 사회로부터 분리시키는 통제와 수용의 병영을 만들어냈다. 사회와 학교에서 강조해왔던 자율과 책임은 부정된다. 군에 오기 전에는, 우리 병사들도 대학과 직장에서 비전을 지닌 성숙한 청년들이었다. 이러한 우리 젊은이들이 군복을 처음 입는 순간 아이가 되고, 아직도 군 복무를 두려움으로 다가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훈련되고 군기 있는 젊은이가 필요하지, 얼어있는 병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최근 군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병영생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 군 간부들에게 무엇이 가장 힘드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이 부대관리라고 대답할 것이다. 야전 간부들의 헌신과 정책적 개선 노력으로, 우리 병영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병영생활은 여전히 우리 간부와 병사들에게 도전의 대상이다. 근본적으로 병영에 대한 ‘인식과 제도의 틀’을 깨지 않는 한, ‘소모와 수용’의 병영문화를 개선하지 않는 한, 변화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병영생활의 틀을 바꾸는 것은 병사들에게 자율성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과 후에는 병사들의 사생활을 인정해주는 병영을 만드는 것이다. 주말에 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병사들을 제외한 나머지 병사들에게는 외박과 외출을 허용하는 것이다. 평일에도 가족 면회 등 개인 일을 처리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점호 전까지 외출을 승인해 줄 수 있다. 스마트폰도 일과 후에는 제한적으로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 보안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안은 교육을 하면 된다. 다만, 통제가 불가피한 경계부대는 이러한 제도가 제한될 것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배려가 필요하다.

열린 병영은 우리 병사들을 통제 위주의 아마추어 군대가 아닌 자율과 책임의 프로 군대에서 생활하도록 해준다. 열린 병영은 사회 및 가족과의 연결성을 유지해 준다. 병영이 더 이상 격리된 시공간으로 자리 잡지 않도록 한다. 병영의 울타리는 외부 침입을 막기 위한 것이다. 우리 병사들을 통제하는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자율과 책임의 열린 병영은 장병들의 임무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고, 병영문화의 부정적 요소를 제거시켜줌으로써 장병 정예화로 한걸음 더 나가게 할 것이다. 간부들도 병력 통제에 쏟아붓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간부들이 전투임무를 고민하고 훈련을 준비하는 데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한다. 열린 병영은 군과 지역사회를 통합시키고 상호교류를 활성화시켜 준다. 민·군 통합의 안보체제를 구축하고, 상호 보완적인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우리 장병들의 복지 향상은 물론 지역 경제발전에도 기여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과 인식에 머무르면 미래는 없다. 틀을 깨지 않으면 우리 젊은이들은 여전히 군복무를 두려움으로 다가갈 것이며, 국가발전과 통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대적 우위의 비대칭 능력을 제공할 것이다.

신경수 전 주미대사관 국방무관· 예비역 육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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