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3월 1일 전국 방방곡곡에서 온 국민이 일제의 강점을 규탄하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태극기를 통해 우리 민족의 독립의지를 극적으로 표현했다. 3·1절에 그랬듯 태극기는 언제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98주년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곳곳에서 ‘태극기 수난시대’라 할 만한 일들이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관련 단체들의 상징처럼 태극기가 활용되면서다. 국기 게양이 꺼려진다는 개인에서부터 태극기를 이용한 행사를 취소하는 지방자치단체까지 태극기가 마치 분열의 표상이 된 듯한 상황이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800여가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3·1절 태극기 게양 공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아파트단지는 국경일 때마다 주민 방송과 게시판을 통해 태극기 게양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주민들로부터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로 보이기 싫다”는 요청이 많아 별도로 공지하지 않기로 했다. 아파트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40∼50여명의 주민들로부터 태극기 게양 관련 문의가 쇄도했다”며 “게양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서 주민들 자율적인 판단에 맡겼다”고 전했다.
유관순 열사의 고향인 충남 천안에서는 올해 3·1절 행사에 태극기를 아예 제외했다. 천안시는 해마다 시민들이 유관순 열사 옷차림으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드는 행사를 가졌지만 자칫 태극기 집회와 연관돼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3·1운동 정신 되새겨요”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설치된 대형 태극기 앞에서 ‘역사어린이합창단’ 단원들이 손에 든 작은 태극기를 흔들며 달리고 있다. 하상윤 기자 |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청와대와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또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 인근인 세종로 사거리까지 집회 범위를 확대한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광화문광장에서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연다. 법원은 촛불집회 측에 오후 1시∼10시30분까지 세종대로와 광화문 로터리를 지나 효자로,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 자하문로16길 21 왕복 전차선까지 행진을 허용했다. 탄기국이 오후 2∼4시쯤, 퇴진행동이 5시 이후에 행진을 벌일 계획이어서 시간이 맞물리지는 않지만 행진로가 비슷해 양측의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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