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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가 어쩌다가… "탄핵 반대 오해 받을라"

입력 : 2017-02-28 19:50:53 수정 : 2017-02-28 22: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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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들 집회서 사용 상징화/3·1절 앞두고 게양해야 하나 고민/태극기 이용 행사 취소 지자체도/1일 대규모 탄핵 찬반집회 열려/양측 청와대 행진 계획 충돌 우려
1919년 3월 1일 전국 방방곡곡에서 온 국민이 일제의 강점을 규탄하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태극기를 통해 우리 민족의 독립의지를 극적으로 표현했다. 3·1절에 그랬듯 태극기는 언제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98주년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곳곳에서 ‘태극기 수난시대’라 할 만한 일들이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관련 단체들의 상징처럼 태극기가 활용되면서다. 국기 게양이 꺼려진다는 개인에서부터 태극기를 이용한 행사를 취소하는 지방자치단체까지 태극기가 마치 분열의 표상이 된 듯한 상황이다.


서울 용산구의 김모(45)씨는 3·1절에 집에서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기로 했다. 김씨는 “친박 단체 회원으로 비칠까봐 3·1절인데 태극기 게양을 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 단체들이 태극기 집회를 이어가면서 정치적인 행동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걱정이다. 그는 “친박 단체들이 집회를 여는 것도 좋지만 태극기를 너무 이용하면서 태극기의 의미가 퇴색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800여가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3·1절 태극기 게양 공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아파트단지는 국경일 때마다 주민 방송과 게시판을 통해 태극기 게양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주민들로부터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로 보이기 싫다”는 요청이 많아 별도로 공지하지 않기로 했다. 아파트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40∼50여명의 주민들로부터 태극기 게양 관련 문의가 쇄도했다”며 “게양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서 주민들 자율적인 판단에 맡겼다”고 전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태극기 게양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서울 종로구는 3월 1일 인사동에서 3·1절 기념식을 열고 만세운동을 주도한 민족대표 33인 소개, 독립선언서 낭독, 만세삼창 등의 퍼포먼스를 가진다. 하지만 종로구 관계자들은 행사 마지막 순서인 ‘태극기 물결행진’이 태극기 집회로 오해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강남구 등 다른 자치구에서도 태극기 게양 관련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있다.

유관순 열사의 고향인 충남 천안에서는 올해 3·1절 행사에 태극기를 아예 제외했다. 천안시는 해마다 시민들이 유관순 열사 옷차림으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드는 행사를 가졌지만 자칫 태극기 집회와 연관돼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3·1운동 정신 되새겨요”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설치된 대형 태극기 앞에서 ‘역사어린이합창단’ 단원들이 손에 든 작은 태극기를 흔들며 달리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이런 상황을 초래한 탄핵 찬반 집회는 3·1절 당일에도 이어진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가 종료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선고만 남긴 상황이어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시간대는 다르지만 양측이 모두 청와대 앞 행진을 계획하고 있어 충돌이 우려된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청와대와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또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 인근인 세종로 사거리까지 집회 범위를 확대한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광화문광장에서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연다. 법원은 촛불집회 측에 오후 1시∼10시30분까지 세종대로와 광화문 로터리를 지나 효자로,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 자하문로16길 21 왕복 전차선까지 행진을 허용했다. 탄기국이 오후 2∼4시쯤, 퇴진행동이 5시 이후에 행진을 벌일 계획이어서 시간이 맞물리지는 않지만 행진로가 비슷해 양측의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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