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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北, 외화벌이 노동자 선발 첫째 조건은 "외국어 못해야"

입력 : 2017-03-26 21:57:45 수정 : 2017-03-27 16: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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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해외 노동자 참담한 실태 이애리아 교수(일본 와세다대)와 이창호 연구교수(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가 다음달 1일 공개할 극동 러시아의 연해주·사할린 지역 내 북한 노동자 실태에는 외화벌이를 위해 이국땅에서 간난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북녘 동포의 고단한 삶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북한 해외노동자를 옭아매는 것은 북한 체제 전반에 만연된 뇌물이었다. 뇌물을 줘야 해외에 나갈 수 있고, 현지에서도 뇌물을 써서 일감을 구한다. 수명을 팔아 번 돈을 정권에 바치지만 귀환시 본인이 들고 갈 수 있는 돈은 1만달러(약 1100만원)로 제한돼 있다고 한다. 한·미 등 국제사회는 북한 해외노동자 인권 실태를 북한을 압박하는 중요한 고리로 여기고 있어 2014년∼지난해 상황이 포함된 이번 연구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의 한 공사장에서 북한 노무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뇌물 주고서라도 해외파견 근무 희망”

연구팀 조사에 응한 북한 노동자들은 해외파견을 통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러시아에 나왔다고 증언했다. 해외 파견에 뇌물이 개입하는 이유다.

이창호 교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해외 파견 노동자는 1인당 100∼300달러(11만2000∼33만6000원)의 뇌물을 썼다. 사할린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북한 내에 퍼져 있어 선호도가 높다. 뇌물도 더 많이 들어간다. 2001년 180∼300명에 불과했던 사할린 지역 북한 노동자는 지난해 기준 2700∼3000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 파견노동자 선발조건 가운데 하나는 현지어를 못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탈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다. 여기에는 러시아 정책과 모순이 있다. 러시아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현지어 시험을 봐야 노동허가증을 취득할 수 있다. 결국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선배 노동자들이 대리시험을 본다. 현지 브로커를 통해 약 50∼100달러(5만6000∼11만2000원)를 내고 노동허가증을 산 사례도 파악됐다.

◆극심한 상납금 압박·고강도 노동

조사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의 연수입은 최고치가 3000∼5000달러(336만∼56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들과 달리 현지 현장소장을 포함한 회사 대표는 일반 노동자에게서 뇌물을 받아 챙기는 등 5만∼10만달러(5600만∼1억1200만원)의 고수입이다.

북한 노동자들은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수시로 발생한다. 작업 현장에서 사망하거나 다치는 일도 부지기수다. 현금을 소지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노린 강도 피해가 빈발한다. 임금 체납도 빈번해 노동자 개인이나 노동자 소속 러시아 회사가 현지 마피아에 의뢰해 임금지급의무가 있는 회사에서 체납임금의 50%까지 회수한 사례도 있었다. 노동자들이 여건이 열악한 숙소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공동으로 해결하는 식사 수준이 변변치 않아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편이다.

KBS 방송화면 캡쳐.

특히 상납금 압박이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의 근로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러시아에 등록된 북한 회사와 현지 회사 간에 진행되는 대규모 공사 현장에서 수행되는 국가대상노동 혹은 집체노동이다. 다른 하나는 회사 단위가 아니라 노동자 개인이 개별적으로 일감을 따내 하는 청부다. 청부는 주로 건물 내부나 집 수리, 도로 정비 등 소규모로 진행된다. 북한 당국과 현지 지배인(사장), 작업반장이 요구하는 상납금을 채우기 위해 노동자들은 불법 청부 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집체노동의 경우에는 1인당 월 300달러(33만6000원), 청부는 월 800달러(89만6000원)를 상납금으로 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청부로 나가는 노동자들이 일반 회사일을 하는 노동자보다 2배 이상의 충성자금을 할당받는다.

◆러시아의 이 미샤·김 사샤들

북한 노동자의 생활은 작업반장-직장장-보위지도원·지배인·당비서의 수직적 체계 하에 감시·통제를 받고 있다. 노동자 30∼50명을 관리하는 작업반장은 본명을 숨긴 채 이 미샤, 김 사샤 등 러시아식 이름을 사용하며 현지 생활을 한다. 대외적으로는 소장이라는 한국식 직함을 내세운다고 한다. 직장장은 작업반장의 실적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그 위로는 국가보위성에서 파견한 보위지도원과 지배인, 매주 노동자 총화 및 교육을 담당하는 당비서가 있다.

매주 1회 열리는 사브라니예(러시아어로 모임이라는 뜻으로 일종의 북한식 총화 행사)에는 전원 참석해야 한다. 사할린의 경우 다른 지역과 달리 이 행사에 참석하고 할당된 충성자금만 내면 어디서 먹고 자든 비교적 자유롭다. 생일처럼 특별한 날에는 북한 식당에 모여 노래를 부르고 한국 소주도 즐겨 마신다고 한다.

해외파견 이후 이들이 소지할 수 있는 외화는 1인당 1만달러 이하로 제한돼 있다. 이마저 금융 제재로 정상적인 은행계좌 이용이 어려워 북한 노동자들은 주로 직접 인편을 통해 현금을 송금한다. 인편이 여의치 않으면 기통수(機通手)를 활용한다. 기통수는 해외에 체류하는 북한 주민에게 당 선전물이나 출판물을 보급해 주는 사람이다. 외교여권을 소지하고 있어 공항 세관 검색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한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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