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비슷하다. 최종예선 최하위에 머물던 중국은 지난해 10월 가오훙보(51) 감독 대신 명장 마르첼로 리피(69·이탈리아) 감독을 데려와 지난 23일 슈틸리케호를 넘어서는 이변을 연출했다. 비록 ‘원정팀 무덤’이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에 0-1로 졌지만 체질 개선은 성공했다는 평가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시리아전에서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자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
무엇보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29일 현재 한국은 이란에 이어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위(4승1무2패·승점 13)다. 본선 직행 마지노선에 걸쳐 있지만 남은 3경기 중 2경기가 원정경기다. 한국은 최종예선 원정에서 1무2패, 무득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냈다. 이대로 가면 당장 6월 카타르 원정부터 문제다. 1승1무5패(승점 4)의 카타르는 A조 최하위로 내려앉았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카타르에는 지난해 슈틸리케 감독이 극찬해 논란이 불거졌던 세바스티안 소리아(34·알 라이안)가 버티고 있다. 안방 9차전 상대는 A조 최강 이란이다. 한국은 이란과의 상대 전적에서 9승7무12패로 열세다. 2000년대 들어서 치른 안방 경기 성적은 1승2무1패로 우위를 점하지도 못한다.
2경기에서 기대 이상 성적을 거둬도 마지막 우즈베키스탄 원정은 사실상 단두대 매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A조 2위를 놓고 한국과 경쟁을 펼치는 우즈베크는 승점 12(4승3패)로 슈틸리케호를 바짝 뒤쫓고 있다. 우즈베크 역시 홈에서는 이란을 빼고 모두 이길 정도로 강했다.
대표팀 선수들의 각성도 필요하다. 주장 기성용(28·스완지시티)은 “지금처럼 하면 어떤 감독이 와도 문제가 생긴다. 선수들이 대표팀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날을 세웠다. 왼쪽 측면 수비 김진수(25·전북 현대)와 날개로 나섰던 고명진(29·알 라이안)은 공격 지역에서 패스 정확도가 각각 41.2%와 40%에 그쳤다.
그렇지만 이런 선수들을 뽑아서 기용한 감독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는 분석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대표팀 타이틀에 걸맞은 기량을 발휘해야 하지만 이들을 선발하고 구성하는 건 감독 몫이다”라고 꼬집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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