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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국 박사, 어둠·죽음과 맞선 하이데거의 삶·철학 파헤쳤다

입력 : 2017-03-30 03:00:00 수정 : 2017-03-29 20: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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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의 삶의 해석학’ 출간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또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이러한 근본 물음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금방 답이 나오는 물음이 아니기에 이내 그 답을 찾아가는 길에서 이탈해버리곤 한다. 어두컴컴한 삶을 밝은 데로 드러내어, 지혜로운 삶으로 인도하는 일, 즉 사유함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일상에 매몰되어 있든 환한 깨달음의 상태에 있든 인간은 분명 어떠한 삶의 길을 가고 있다. 그런데 자신이 가고 있는 그 길에 대한 이정표를 발견해 자신의 삶을 환하게 비출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위안이 될 것인가?
‘인간은 죽음에 이르는 존재’라고 규정한 마르틴 하이데거의 삶과 철학을 연구해 ‘하이데거의 삶의 해석학’을 펴낸 조형국 철학박사.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천착한 대표적인 현대철학자다. 실존주의란 보편성·추상성·이성을 강조하는 근대 이성주의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직관·비합리·주체성·구체성을 중요시하는 철학이다.

저서 ‘존재와 시간’으로 잘 알려진 하이데거는 ‘인간은 죽음에 이르는 존재’라고 보았다. 따라서, 죽음을 두려워하고 회피하기보다는 직접 대면하고 자신의 죽음에 대해 성찰함으로써 인생을 의미 있게 살 수 있다고 충고했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하이데거 사유의 사태들에 대한 생산적 이해와 한국인 삶의 세계에 대입하여 설명해 보려는 창조적 적용이 돋보이는 연구서 ‘하이데거의 삶의 해석학’(채륜)이 나왔다. 과학과 기술 그리고 정보의 이름 아래 빠름과 속도의 가치가 각광받는 오늘날, 우리의 일상적 삶을 철학적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철학 연구서다.

선문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은 저자 조형국 박사는 ‘존재론(현사실성의 해석학)’과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현상학적 해석’ 등 하이데거의 초기 강의록부터 삶의 해석이라는 문제의식 아래 기초존재론을 파헤쳤다. 모두가 겪을 수밖에 없는 근본 물음에 대해 하이데거가 걸어간 사유의 길에 기대어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눈을 비비고 새롭게 보려는 시도다.

선문대 교수에 이어 한국하이데거학회 총무이사와 한국해석학회 학술정보교류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현사실적 삶의 해석이라는 관점에서 ‘존재와 시간’에 나타난 현존재(Dasein) 분석과 실존으로서의 인간이해 그리고 불안과 양심, 인간의 죽음 의식에 대한 전기 하이데거 사유의 사태들을 풀어내고 있다.

저자의 하이데거 해석에 따르면, 무명(無明)에 처한 우리의 삶은 대개 밝지 못한 상태에 있다. 따라서 삶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 억눌려진 가운데 있으면서도 매일매일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그때그때 자신이 열어 밝힌 삶의 상황 속에서 다양한 관계맺음 가운데 드러나는 연관 의미, 내용 의미, 수행 의미로 채워져 가는, 자신이 자신의 삶을 떠맡아 가야만 하는 여행과 같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현사실적인 삶의 여행을 떠나면서도 어떻게 사는 것이 나의 현사실성을 제대로 떠맡는 삶인가에 대한 고민의 부재, 자기 자신의 삶의 현상과 해석에 대한 무관심에 빠져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캄캄한 인생이라는 터널 속에서 헤매고 있는 연유이다.

삶이라는 근본사태와 그 사태에 이르기 위한 현상학적·해석학적 방법을 통해 다름 아닌 삶의 해석, 현사실성의 해석학이라는 관점에서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읽어낸 저자는 초기 하이데거의 사유에서부터 ‘존재와 시간’에 이르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이데거 연구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환하게 읽고 음미하며 살아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소중한 안내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의 삶은 논리적인 것으로 분석하거나 비추어서는 알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하이데거는 자신의 이러한 작업을 ‘현사실성의 해석학’이라고 명명했다.

이에 영향을 받은 저자도 삶은 자신의 결단에 의해 자기의 본래적 존재가능으로 기획투사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기획투사는 ‘자신의 존재 가능성을 향해 스스로를 던져 새로운 자기를 구성하는 행위’, 즉 ‘자신이 원하는 삶을 능동적으로 사는 것’이다.

저자는 ‘현존재와 염려 그리고 이야기’(2005), ‘M. 하이데거: 일상의 발견-<존재와 시간>에 나타난 현존재의 일상성과 결단성에 관한 숙고를 바탕으로’(2007), ‘기술시대와 초연한 삶-인간과 기술, 그 자유로운 관계를 위한 한 해석’(2008), ‘삶과 현존재 그리고 본래성’(2008) 등의 연구논문이 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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