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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키니진·킬힐 굿바이… 느슨하고 편안해도 멋.짐.폭.발

입력 : 2017-04-04 21:12:41 수정 : 2017-04-04 22: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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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움 추구하는 새 패션 트렌드 불과 3∼4년 전만 해도 ‘몸을 괴롭히는 패션’이 대세였다. 대표적인 것인 ‘슈퍼 스키니진’. 본인의 실제 사이즈보다 한 치수 작은 사이즈를 입어야 ‘핏’이 산다는 철학 아래 많은 사람이 슈퍼 스키니진을 입을 때마다 누워서 버둥거리거나, 폴짝폴짝 뛰며 착지할 때마다 조금씩 옷에 몸을 구겨넣었다. 마치 15세기 로코코 시대 잘록한 허리를 만들기 위해 들숨마다 코르셋을 꽉 졸라매듯.

그러나 남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을 위해 즐기며 사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라이프 스타일이 득세하면서 패션에 편안함이라는 키워드가 심어지고 있다. 인내를 즐기지 않는 세태 속에서 몸도 더 이상 불편함을 참지 않는다.

키가 커보이려고, 몸매가 좋아보이려고, 혹은 예의를 차리기 위해 하이힐에 ‘탑승’을 하고, 패드가 두툼한 ‘뽕브라’를 하고, 집 앞에 나갈 때도 화장을 해야 한다는 불편함과 부자연스러운 패션에 대한 거부다.

욜로는 패션트렌드를 ‘보여주기’에서 ‘나의 만족’으로 이동시켰다. 

최근 욜로 소비 트렌드에 따라 파자마룩, 스니커즈 등 편안한 아이템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LF 제공
◆잠옷? 외출복? 편안한 파자마룩

3년 전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통이 넉넉한 슬랙스, 넓은 와이드 팬츠, 오버사이즈 코트가 최근 ‘각이 잡힌’ 정장과 몸에 꽉 끼는 스키니진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청바지가 대표적이다. 캐주얼 브랜드 TBJ의 경우 지난 1분기 허리 밴딩 처리와 스판 원단을 사용한 편안한 청바지 콤피진(Comfy Jean)과 허리와 엉덩이 부분은 편안하면서 밑단으로 내려갈수록 슬림해지는 테이퍼드 핏의 청바지의 매출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0%, 40% 증가했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트렌드는 단순히 사이즈가 넉넉한 수준을 뛰어넘어 잠옷 차림 같은 파자마룩으로 이어지고 있다.

셔츠라고 하면 모름지기 자존심을 세우듯 칼라를 턱밑까지 바짝 올려세워야 하건만, 이 파자마 스타일의 칼라는 김수영 시인의 시 ‘풀’처럼 눕는다. 시처럼 민초의 애환까지 품지는 못했지만, 힘없이 퍼져 누운 칼라에 패션의 자존심만큼은 가득 채웠다.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강조한 잠옷 스타일인 만큼 핏 역시 여유롭게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며 자연스럽게 흘러내린다.

LF 여성 컨템포러리 브랜드 질스튜어트에 따르면 이런 꽃무늬의 파자마 스타일 블라우스와 바지는 봄 시즌 시작과 동시에 준비물량의 40%가 소진됐다. 통상 3월까지 판매율이 15∼2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판매 속도가 두 배를 넘은 것이다.

류제혁 질스튜어트뉴욕 디자인실장은 “최근 패션 전반에 걸쳐 캐주얼라이징 경향이 심화되고 편안함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기호가 반영됨에 따라 인위적으로 꾸민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라며 “루즈핏 니트와 맨투맨, 파자마 스타일의 셔츠 등 편안한 옷들이 유행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여주기에서 자기만족으로 이동한 패션


의류만이 아니다. 허리와 발목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에도 고집스레 ‘킬힐’이라고 불리는 하이힐을 사모으던 여성들이 줄어들고 있다.

금강제화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3500켤레이던 하이힐 판매 수가 올 들어 2100켤레로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연간 판매량으로 보면 2014년 4만6000켤레 수준에서 2015년 4만켤레, 지난해 3만4000켤레로 감소했다.

금강제화는 올해 판매를 3만켤레 수준으로 내다봤다. 반면 캐주얼화, 스니커즈, 로퍼 등 3cm 이하의 낮은 굽 신발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가량 증가했다. 특히 슬립온의 경우 일부 모델은 물량 완판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하이힐은 오래전부터 여성들 사이에서 절대 포기 못 하는 패션 아이템 중 하나로 꼽혀 왔는데, 최근에는 달라진 경향을 보인다”며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영향으로 편안함과 스타일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신발을 찾는 여성들이 계속 늘 것”이라고 말했다.

속옷도 마찬가지다. 속옷 브랜드 비비안이 지난해 말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속옷 선택의 기준을 조사해보니 1, 2위가 좋은 착용감, 자유롭고 편한 활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볼륨과 핏은 3, 4위로 밀려났다.

S라인, V라인 등을 볼륨과 라인을 강조하던 속옷 브랜드도 이런 시대 흐름에 맞춰 앞다투어 착용감과 편안함, 기능성 강조에 나섰다.

비비안은 와이어 탄성을 높이고 압박감을 줄인 ‘헬로핏’ 브라의 올해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간에 비해 41%가량 증가했다.

비비안 강지영 디자인팀장은 “최근 자신의 몸에편안하게 맞는 속옷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볼륨감이나 디자인 등의 외적인 요소보다는 착용감 또는 핏 등 입었을 때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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