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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수천년전 그들은 신비한 ‘흰고래’ 만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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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05 08:30:00 수정 : 2017-05-04 20: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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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반구대암각화 ‘상상’여행 / 신석기부터 청동기까지 기록된 벽화엔 고래잡이부터 거북·물고기 담겨 있어 / 바다를 안방처럼 누볐을 선조들도 소설 ‘모비딕’처럼 흰고래를 갈망했을까
오늘은 마을 잔칫날이다. 그물과 작살, 창을 들고 낚시를 떠난 아빠와 마을 아저씨들이 커다란 고래를 잡아왔다. 앞바다에 나타난 고래를 강으로 몰아 작살을 이용해 잡았다고 한다. 멧돼지 등을 잡았을 땐 마을 사람들이 충분히 먹을 수 없었지만, 오늘은 다르다. 고래를 잡았기에 오랜만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날이다. 앞으로 고래를 잡는 날이 더 많아질 것 같다. 마을에서 새로 배를 만들었다. 통나무 2개를 붙여 만든 새로운 배는 10명이 족히 탈 수 있다. 좀 더 먼바다까지 나가 고래잡이를 할 수 있게 됐다.
반구대암각화 가는 길에 있는 하천에 잠긴 나무 주위로 꽃가루들이 떨어져 있다.

수천년 전인 선사시대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단순히 움막 생활을 하며 산짐승을 잡아먹던 모습만 떠올릴 필요는 없다. 이들은 바다를 제 안방처럼 마음껏 누볐다. 동력이 있는 배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저 바다에 뜨는 통나무로 만든 배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거친 바다로 나가 어마어마한 덩치의 고래를 작살과 창으로 사냥했다.

단순히 상상으로만 그려보는 것이 아니다. 수천년 전에 살던 선조들이 벽에 새긴 그림이 있기에 당시의 생활상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것이다.

울산 울주의 반구대암각화는 많이 익숙하다. 직접 보진 못했더라도, 학교 수업에서 들어보고, 사진도 자주 접할 수 있었기에 그렇다. 하지만 이 암각화가 있는 대곡천에는 암각화 외에도 다양한 기하학적 무늬가 새겨져 있는 천전리 각석과 공룡 발자국 등이 남아 있다.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부터, 선사시대 인류가 남긴 바위 그림, 신라 화랑이 남긴 자취 등 지구 생명체의 발전 모습이 고스란히 대곡천에 압축돼 담겨 있는 것이다.
울산 울주 대곡천변은 따사로운 봄볕을 맞고 연둣빛 신록이 주변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약간 노랗기도 하고, 연두색을 띠기도 하고, 초록빛을 발하는 나뭇잎들이 각각 섞여 있어 다채로운 풍광을 선사한다.

이맘때 대곡천변은 따사로운 봄볕을 맞고 연둣빛 신록이 주변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약간 노랗기도 하고, 연두색을 띠기도 하고, 초록빛을 발하는 나뭇잎들이 각각 섞여 있어 다채로운 풍광을 선사한다. 좀더 시간이 지나면 색이 짙어져 온통 초록빛으로 변할 테다.

대곡천 풍광과 어우러진 선조의 흔적 찾기는 오전부터 여행한다면 천전리 각석부터 가야 한다. 바위에 새긴 흔적들이기에, 조금이라도 자세히 보려면 햇빛을 많이 받는 시간대에 찾는 것이 좋다.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이 있는 대곡천을 설명하는 비석.

천전리 각석엔 여러 종류의 동물과 인간, 다양한 기하학적 무늬가 새겨져 있다. 아래·위 2단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내용이 다른 기법으로 표현돼 있다. 윗단은 마름모꼴 무늬, 굽은 무늬, 둥근 무늬, 사슴, 물고기 등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에 걸쳐 새겨진 것으로 보이는 문양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다양한 무늬는 마치 외계인들이 그려놓은 문자처럼 보이기도 해 신비감을 더한다. 아랫단은 그림과 글씨가 뒤섞여 있는데, 기마행렬도, 동물, 용 등 다양한 내용이 그려져 있다. 800자가 넘는 글자는 신라시대 때 왕과 왕비가 이곳에 다녀간 것을 기념하는 내용으로 예부터 이곳의 풍광이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천전리 각석 건너편 평평한 대지는 공룡 발자국이 남아 있다. 이곳의 발자국은 일정한 방향을 향해 진행한 흔적이 아니라 이리저리 배회한 흔적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여러 공룡의 발자국이 혼재된 상태로 있는 것은 다른 공룡 유적지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특징이다.

각석 건너편으로 평평한 대지가 보이는데, 바로 공룡들이 뛰어놀던 공원이다. 이곳에만 다양한 형태의 공룡 발자국이 200여개가 있다. 이곳의 발자국은 일정한 방향을 향해 진행한 흔적이 아니라 이리저리로 배회한 흔적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여러 공룡의 발자국이 혼재된 상태로 있는 것은 다른 공룡 유적지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특징이다.
반구대는 반구산 끝자락이 뻗어 내려와 대곡천과 만나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고려 말 포은 정몽주 등이 찾아와 시를 남기고, 겸재 정선이 그린 그림이 남아있는 곳이다.

오후에는 반구대암각화로 향하자. 암각화로 가기 전 먼저 들려야 할 데가 있다. 반구대다. 암각화 가는 길에 있는 반구대는 반구산 끝자락이 뻗어 내려와 대곡천과 만나는 지점으로, 거북이 한 마리가 엎드린 형상을 하고 있다. 반구대는 고려 말 포은 정몽주 등이 찾아와 시를 남기고, 겸재 정선이 그린 그림이 남아 있는 곳이다.

반구대를 지난 후 500m가량 가면 암각화 전망대 입구가 나온다. 10분 정도 걸어가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암각화가 새겨진 대곡천 건너편 ‘건너 각단’이라고 부르는 곳까지 400m 정도 떨어져 있다. 이맘때는 수량이 적어 가까이 가도 괜찮아 보이지만, 여름이면 수량이 늘어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가 물에 잠긴다. 위험할 수 있어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해놨다. 건너편에서 망원경으로 암각화의 그림을 봐야 한다. 암각화 그림이 모여 있는 바위 면의 크기는 너비 10m, 높이 3m이다. 그 주변에도 다양한 형상의 그림들이 있다. 암각화에는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고래 그림들이 눈에 띈다.
울산 울주 반구대암각화는 많은 그림이 모여 있는 바위 면의 크기가 너비 10m, 높이 3m이다. 암각화에는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고래 그림들이 눈에 띈다. 고래 외에 물개, 거북 등 바다 동물과 사슴, 호랑이, 멧돼지, 개 등 육지동물이 섞여 있다. 특히 동물 대부분이 배가 부른 모습으로, 다산을 기원하는 바람이 그림에 담겨 있다.
대곡천에서 조금만 가면 태화강이고, 동해로 이어지는데, 바다에서 이들이 고래 사냥을 했다는 증거다. 고래 외에 물개, 거북 등 바다 동물과 사슴, 호랑이, 멧돼지, 개 등 육지동물이 섞여 있다. 특히 동물 대부분이 배가 부른 모습으로, 다산을 기원하는 바람이 그림에 담겨 있다.

울주(울산)=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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