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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쏴∼ 봄바람에 일렁이는 갈색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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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05 08:00:00 수정 : 2017-05-04 20: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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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알프스 울주 간월재·죽림굴 위태롭게 자라고 있다.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벼랑에 뿌리를 내린 채 아슬아슬 매달려 있는 분홍빛 진달래가 눈에 들어온다. 평평한 땅 대신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위험한 곳에서 자라지만, 그만큼 다른 꽃보다 눈에 띈다. 예사롭지 않은 곳에서 자라는 만큼 자신을 더 알아달라는 듯하다. 마치 이 산에서 위태위태한 삶을 살다 소리없이 스러진 수많은 영혼들을 대변하는 것 같다. 자신을 기억해줄 이가 아무도 없음을 한탄하며 눈을 감은 후, 눈에 잘 띄는 꽃으로 다시 태어났나 보다.
울산 울주 간월재는 간월산과 신불산 사이에 있는 곳으로 영남 알프스의 관문이다. 지금은 제철이 아니지만 간월재 부근에 도착하면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옛 주민들은 이 억새를 날라 지붕을 이었다. 간월재는 ‘왕뱅이 억새만디’로 불렸다. 왕뱅이는 간월재의 옛 지명인 ‘왕방재’를 ‘억새만디’는 억새가 많은 고개를 일컫는다.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곳이다. 경북 경주와 청도, 경남 밀양과 양산, 울산 울주 등에 걸쳐 해발 1000m가 넘는 9개의 산이 이어져 있다. 그 9개의 산 중 일곱 산이 울주에 있다. 영남 알프스 중 최고봉인 가지산(1241m)을 비롯해 간월산(1069m)과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천황산(1189m), 재약산(1119m), 고헌산(1034m) 등이 울주에 걸쳐 있고, 다른 지역에 있는 운문산(1195m), 문복산(1015m)을 포함해 영남 알프스라 한다. 유럽 알프스에 비해 높이는 낮지만 영남의 알프스란 이름을 달고 있을 만큼 이 산들도 수려한 산세를 자랑한다.

산들이 이어져 있다 보니 그만큼 세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교통이 발달한 지금도 사람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있는데, 불과 60∼100여년 전 이곳은 두메산골이었을 것이다.

숲이 깊고 험준한 산세를 갖춘 이곳으로 100여년 전 천주교인들이 살길을 찾아 들어왔다. 세월이 몇십년 더 흘러서는 빨치산들이 이곳을 차지했다. 당시 기준으로는 모두 살려둬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었다.
간월재를 오르는 임도.

그들의 존재를 알 수 있는 곳이 영남알프스 중 간월재 주변에 있다. 간월재는 간월산과 신불산 사이에 있는 곳으로 영남알프스의 관문이다. 울주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부근에서 2시간가량 오르면 간월재에 이른다. 지금은 제철이 아니지만 간월재 부근에 도착하면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옛 주민들은 간월재를 ‘왕뱅이 억새만디’로 불렀다고 한다. 왕뱅이는 간월재의 옛 지명인 ‘왕방재’를 ‘억새만디’는 억새가 많은 고개를 일컫는다. 이 억새를 날라 지붕을 이었다.

간월재에서 서쪽으로 1㎞ 아래로 내려가면 왕방골에 있는 죽림굴이 나온다. 죽림굴 입구는 몸을 낮춰야 할 정도로 좁지만 내부는 100여명이 숨을 수 있을 정도로 넓다.
간월산을 오르다 보면 벼랑에 뿌리를 내린 채 아슬아슬 매달려 있는 분홍빛 진달래가 눈에 들어온다. 평평한 땅 대신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위험한 곳에서 자라지만, 그만큼 다른 꽃보다 눈에 띈다.

천주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이곳에서 숨어서 예배를 봤다. 첫 여성 신자로 신앙을 지킨 뒤 생을 마감한 아가사의 묘소가 산 기슭에 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죽림굴은 빨치산들의 야전병원으로 변했다. 빨치산들의 주 활동지는 간월재를 중심으로 주변의 신불산과 배내골, 왕방골 등이었다. 6·25전쟁 당시엔 북한군 후퇴병력이 합쳐져 1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가 전쟁 후엔 10여명만 남은 뒤 모두 사라졌다. 1988년 출간된 소설 남부군의 저자 이우태씨가 이곳에서 빨치산 활동을 했었다.
간월산은 억새와 진달래, 철쭉 등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간월산을 포함해 해발 1000m가 넘는 9개의 산이 이어져 있는 영남 알프스는 수려한 산세를 자랑한다.

간월재에서 일출과 일몰을 보기 위해 텐트를 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날이 풀리니 밤 산행을 즐긴 뒤 텐트에 눈을 붙이고, 동해에서 뜨는 일출을 보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다.

가슴 아린 슬픔을 간직한 곳이지만, 억새와 진달래, 철쭉 등이 이루는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다. 특히 일출과 일몰을 보기 위해 이곳에서 텐트를 치는 이들이 많다. 슬슬 날이 풀리니 밤 산행을 즐긴 뒤 텐트에서 눈을 붙이고, 동해에서 뜨는 일출을 보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다.

울주엔 육지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간절곶이 있다. 계절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른 일출 장소로 유명한 포항 호미곶보다는 1분, 강릉 정동진보다는 5분 정도 먼저 해가 뜬다. 울릉도, 독도보단 물론 늦게 뜬다. 간절곶은 새하얀 등대와 아름다운 조각상, 거대한 소망우체통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간절곶은 육지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새하얀 등대와 아름다운 조각상, 거대한 소망우체통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세계 최대 크기의 소망우체통에 엽서를 넣으면 전국에 배달이 된다.
세계 최대 크기의 소망우체통에 엽서를 넣으면 전국에 배달이 된다. 간절곶에서는 지금 미역 수확이 한창이다. 해녀들이 직접 바다에 들어가 돌미역을 채취해 물질 옷을 벗은 뒤 아낙으로 변신해 미역을 햇볕에 말린다. 자연산 미역은 당연하고, 서해안에서 생산되는 미역과 달리 잎이 두껍고 줄기가 굵어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으로 알려져 있다. 
간절곶에서는 지금 미역 수확이 한창이다. 해녀들이 직접 바다에 들어가 돌미역을 채취해 물질 옷을 벗은 뒤 아낙으로 변신해 미역을 햇볕에 말린다.
간절곶에선 짚불곰장어를 맛볼 수 있다. 김양집 등 일부 곰장어 식당에선 직접 지푸라기를 이용해 산곰장어를 구워서 내놓는다.
또 이곳에선 짚불곰장어를 맛볼 수 있다. 김양집 등 일부 곰장어 식당에선 직접 지푸라기를 이용해 산곰장어를 구워서 내놓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 코를 찌르는 고소한 냄새는 어떤 음식과도 비교 불가다.

울주 외고산 옹기마을에선 4일부터 7일까지 울산옹기축제가 열린다. 옹기는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긴요하게 사용된 흙으로 만든 생활용기다. 김치, 된장, 간장과 같은 발효음식 저장뿐 아니라 화분, 등잔, 풍로에 이르기까지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사용된다. 옹기축제의 가장 큰 볼거리는 울산 무형문화재 장인들이 직접 보여주는 옹기 제작 시연이다. 이 외에도 옹기와 발효가 연계된 체험을 할 수 있고, 아이들은 옹기제작의 기본이 되는 흙과 물속에서 마음껏 놀 수도 있다.

울주(울산)=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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