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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다뉴브강] 부다와 페스트를 잇는 '세체니' 다리서 설레는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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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07 09:00:00 수정 : 2017-05-04 20: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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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드디어 승선
헝가리 부다페스트 호텔 전경. 2층 레스토랑에서 즐겁게 식사하는 여행객들이 보인다.
부다페스트는 다뉴브강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 부다와 왼쪽의 페스트로 나뉘어져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집들은 강을 바라다보도록 지어져 있다. 이른 아침 호텔방에서 창문을 여니 조용히 흐르는 다뉴브강이 눈에 들어온다. 강 위로 멋진 다리들이 보인다. 가벼운 아침식사를 마치고 강가를 따라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움이 가장 잘 보인다는 엘리자베스 다리 위까지 걸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강가를 따라 돌아본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내는 한산하다.
엘리자베스는 19세기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제국을 다스리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프란츠 요제프 1세 왕비의 이름에서 가져 온 것이다. 다뉴브강에는 68년간이나 재위했던 프란츠 요제프의 이름을 딴 다리도 있다. 부부의 이름을 딴 다리가 나란히 서 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에 근거를 두고 이곳을 통치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한 헝가리인들의 감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에 프란츠 요제프 다리는 ‘자유의 다리’로 이름을 바꾸어 불리고 있다. 

부다페스트 공원이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반면 헝가리인의 사랑을 받은 엘리자베스 왕비의 이름을 딴 다리는 2차대전 이후 복구됐지만 이름만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엘리자베스 왕비는 헝가리어를 배우고, 부다페스트에 주로 머무르면서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는 헝가리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1903년 완공되고 1945년 파괴되었다가 1964년 재건된 이 다리는 지금도 부다페스트에서 차량통행이 가장 많다. 황태자였던 아들이 자살하고 본인도 다리의 완공을 보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하는 비극적 삶을 살았지만 헝가리에서는 오래도록 기념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엘리자베스는 위안을 받고 있지 않을까.

리버 크루즈를 즐기기 위해 선박에 탑승한 승객들이 갑판에서 다뉴브강을 바라보며 한가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다뉴브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유람선은 세체니 다리 가까이 정박해 있다. 승선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배는 부다페스트에서 하루 더 정박한 후, 다음날 출항한다. 크루즈 회사에서는 승객들을 위해 부다페스트 투어를 실시하고, 저녁에는 환영식도 진행한다. 

리버 크루즈 내 식당. 승객들을 위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가벼운 샐러드와 샌드위치, 수프 등이 제공된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선원들이 짐을 들어주며 승선을 돕는다. 환영 인사와 더불어 차가운 물수건과 생수 한 병을 건넨다. 동남아 리조트에서 받을 법한 서비스를 유럽에서 받으니 낯설지만 배려가 느껴진다. 리셉션 카운터서 또다시 이름과 여권을 확인하고 객실 열쇠를 건네 받았다. 드디어 강 위에서의 여행이 시작된다.

크루즈 옆으로 부다페스트 세체니 다리가 오후 햇살을 받고 서 있다. 다리의 이름이 된 세체니 가문에서 지은 이 다리는 다뉴브강에서 가장 수려한 다리로 손꼽힌다.
크루즈는 상상했던 거대한 모습은 아니었다. 넓은 바다를 가로지르는 오션 크루즈 선박과는 달리, 리버 크루즈 선박은 길이가 길고 다리 밑을 통과할 수 있도록 낮게 설계되어 있다. 강을 따라 여행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으로 95개 객실만 갖고 있어 상상했던 크기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부다페스트 시내 골목길을 즐기고 있는 여행객들.
객실을 둘러본 후 갑판에 차려진 뷔페로 향했다. 승선 시간은 제각각 다르지만 일찍 도착한 승객들을 위하여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가벼운 샐러드와 샌드위치, 수프 등이 제공된다. 가벼운 점심 식사를 하고 크루즈에서 제공하는 가이드를 따라 부다페스트 거리로 나섰다. 1시간 정도 다른 승객들과 더불어 거리를 걸으며 간략한 설명을 듣는다. 다음날 부다페스트 관광이 있다며 5시까지 승선하라는 안내를 받고 부다페스트 거리에 남겨졌다. 아침부터 제법 걸었던 터라 본격적인 부다페스트 관광은 다음날로 미루고 카페에 앉아 햇살을 즐기다가 크루즈 정박지로 돌아왔다. 

가벼운 점심 식사를 하고 크루즈의 가이드를 따라 부다페스트 거리로 나섰다. 1시간 정도 승객들과 거리를 걸으며 부다페스트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크루즈 옆으로 세체니 다리가 오후 햇살을 받고 서 있다. 다리의 이름이 된 세체니 가문에서 지은 이 다리는 다뉴브강에서 가장 수려한 다리로 손꼽힌다고 한다. 세체니는 1820년 자신의 영지를 방문했다가 아버지의 부음을 받고 급히 돌아가려 했지만 기상악화로 다뉴브강에 배가 뜨지 못하면서 8일간이나 강 건너편에 묶여 있었다고 한다. 이에 격분해 다뉴브강에 다리를 놓기 시작했다. 다리의 건설은 개인적인 이유였지만 세체니 다리의 건설로 부다 지구와 페스트 지역이 하나의 도시가 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 다리의 초입에는 사자 동상이 한 쌍씩 모두 네 마리가 서 있는데 ‘혀’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크루즈 승객들이 부다페스트 거리 노천카페에 앉아 햇살을 즐기고 있다.
갑판에서 세체니 다리를 바라다보고 있으려니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한 편에서 음악이 연주되는 사이 여러 날을 함께할 여행객들을 환영하는 칵테일 파티가 시작됐다. 선원들은 크루즈에 대한 간략한 설명 이후 선상에서 지내기 불편함이 없도록 제공되는 서비스를 소개한다. 저녁식사 장소와 시간을 안내받고 다른 승객들과 눈인사를 나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내.
객실로 돌아오니 짐이 도착해 있다. 짐을 정리하고 물건들 자리를 찾아준다. 일반적인 여행처럼 짐을 싸고 푸는 반복이 없어 방 정리를 하듯 꼼꼼하게 옷을 걸고 서랍에 물건을 넣어둔다. 여느 때는 호텔 객실 서랍을 이용하면 체크아웃 시 잊는 경우가 많아 사물들을 눈에 보이는 곳에 놓아두었는데, 크루즈에서는 차곡차곡 서랍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떠남을 항상 준비하던 여행과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배는 계속 이동하겠지만 오히려 길게 머무는 여행의 느낌이 든다.

넓은 바다를 가로지르는 오션 크루즈 선박과는 달리 리버 크루즈 선박은 다리 밑을 통과할 수 있도록 길이가 길고 낮게 설계돼 있다.
짐 정리를 마치고 가벼운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고 저녁장소로 향했다. 테이블 세팅을 보니 정찬이다. 다른 승객들을 보니 옷차림 역시 정장이다. 유럽의 저녁 메뉴에 익숙하지 않아 다소 망설이고 있는데 직원이 친절히 자리를 안내해 준다. 와인 한잔과 함께 옆자리에 앉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모든 승객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한다니 며칠이 지나면 모두 친숙한 사이가 될 듯하다. 정갈한 음식으로 서비스를 받고 식사가 끝날 무렵, 테라스로 각자 이동해 바에서 가볍게 음식과 더불어 음료를 즐기기 시작한다. 

크루즈에 탑승해 짐 정리를 마치고 가벼운 차림으로 저녁장소로 향했다. 첫 식사로 정찬이 제공됐다.
곧이어 라이브 곡이 연주되고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운 야경과 다뉴브강의 기분 좋은 출렁거림이 어우러진다. 이렇게 배 위에서 맞는 첫 번째 밤이 헝가리 음악과 함께 깊어간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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