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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파도가 몰아치면 섬이 부르는 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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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2 09:00:00 수정 : 2017-05-11 22: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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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도시 울산의 반전 ‘대왕암·슬도’/ 뻥뻥 뚫린 바위구멍 사이로/바닷물이 들고 날 때마다/거문고 소리가 들려오고/거꾸로 돌면 거대한 대왕암/파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해
바다 건너로 골리앗 크레인들이 우뚝 서 있다. 그 너머로 키 큰 공장 굴뚝이 보인다. 예상했던 풍광과 그리 다르지 않다. 전국에서 1인당 개인 소득이 가장 높은 곳답게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한 공장 건물들이다. 바다 하면 먼저 떠오르는 해변 풍경이 아닌 공장, 화물선 등과 어우러진 어색한 바다 모습에 익숙해질 때쯤, 바다에서 검은 실루엣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물질을 한 뒤 망태를 짊어진 채 바다에서 나오는 해녀들이다. 공장 건물들을 뒤로하고, 첨벙첨벙 뭍으로 걸어나온다. 먼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는 것도 아니다. 바로 지근거리의 바닷속에서 해녀들이 물질을 한다.

울산은 동해안을 따라 위로는 포항, 아래로는 부산과 맞닿아 있어 산업도시란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바다를 따라 공장 지대가 있지만, 그 바다에서 해녀들도 생계를 이어가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개발로 황폐화됐을 것 같은 자연에 의지해 여전히 삶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그만큼 자연이 살아있다는 방증이다. 산업도시란 이미지에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찾았다가 의외의 풍광에 감탄을 하게 되는 매력을 품고 있다.
대왕암은 엄청난 규모와 거대한 황토색 기암에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바위를 때리는 파도에 물보라가 일자 다양한 모양과 색깔을 띤 바위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곳이 대왕암과 슬도다. 동해에는 대왕암으로 불리는 바위가 두 곳에 있다. 울산과 경주다. 울산 앞바다의 대왕암은 신라 문무왕의 능으로 알려진 경북 경주 문무대왕릉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대왕암이란 표현은 규모만 봤을 땐 울산이 더 어울린다. 경주의 문무대왕릉처럼 울산 대왕암도 전설이 서려 있다. 신라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어 호국룡으로 나라를 지킨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대왕암공원 주차장에서 대왕암까지 가는 길엔 다른 벚꽃보다 개화가 늦어지는 겹벚꽃들이 활짝 피었다. 바닥에 떨어진 분홍 벚꽃잎들이 ‘벚꽃 엔딩’을 알리고 있다.

대왕암공원 주차장에서부터 약 1㎞ 떨어져 있는 대왕암까지 가는 길엔 다른 벚꽃보다 늦게 피는 겹벚꽃들이 한창이다. 바닥에 떨어진 분홍 벚꽃잎들을 보며 지나가는 봄을 아쉬워하는 ‘벚꽃 엔딩’을 즐길 수 있다.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제가 울산 대왕암 인근에 세운 울기등대.

대왕암을 만나기 전 울기등대부터 들르자. 대왕암공원은 애초 대왕암 가까이 자리한 울기등대의 이름을 따 ‘울기등대공원’으로 불렸다. 하지만 울기등대가 일제의 잔재여서 지금의 이름으로 1984년 바뀌었다.
울기등대 계단.

울기등대는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제가 울산 앞바다를 밝히기 위해 세운 6m의 등대다. 울산의 끝에 자리한 등대라는 뜻이다. 일제는 당시 등대 주변 군사기지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기 위해 소나무도 함께 심었는데, 지금은 소나무들이 등대보다 더 키가 크다. 등대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되자 1987년 촛대모양의 새 등대를 울기등대 옆에 세웠다.
대왕암 가는 길에 있는 고래 턱뼈 조형물.

울기등대를 나와 고래 턱뼈 조형물을 지나면 대왕암이다. 보는 순간 엄청난 규모와 황토색 기암에 탄성이 나온다. 바위를 때리는 파도에 물보라가 일자 다채로운 모양과 색깔을 띤 바위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뭍에서 대왕암까지는 대왕교로 불리는 다리가 놓여져 있다. 대왕암을 건널 땐 바람을 조심하자. 날이 맑더라도 대왕암에선 바람이 세다. 바닷바람을 그대로 맞아야 한다.
대왕암 주변은 다양한 형태의 바위들이 해안을 따라 서 있어 조각공원을 방불케 한다.

대왕암을 둘러본 후엔 왔던 길로 돌아가기보단 왼편으로 돌아가자. 주차장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대왕암 외에도 그 주변은 다양한 형태의 바위들이 해안을 따라 서 있어 조각공원을 방불케 한다. 고이전망대에서 대왕암의 전체적인 모습을 본 후, 버릇없는 청룡이 갇혔단 전설을 간직한 ‘용굴’과 할미바위, 다정히 자리한 한 쌍의 소나무 등을 지나면 해송숲이 펼쳐진다. 해송숲을 지나면 주차장으로 길이 이어진다.

대왕암을 나와선 슬도로 향하자. 대왕암에서 과개안, 고동섬전망대, 노애개안(중점) 등을 거쳐 슬도까지 걸어가도 된다. 해안길을 따라 30여분 걸어가면 된다.

슬도도 대왕암처럼 뭍하고 떨어져 있는 바위섬인데, 다리로 연결돼 있다. 슬도와 연결돼 있는 뭍 지역을 섬끝마을이라고 한다. 섬끝마을에서 이어진 슬도교를 건너면 슬도에 닿는데, 곰보섬이다. 바위 곳곳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다. 돌맛조개들이 바위에 판 구멍이라고 한다. 이 구멍으로 바닷물이 들고 나며 크기가 커졌고, 파도가 칠 때마다 구멍에서 거문고 타는 소리가 들려 ‘슬도(瑟島)’가 됐다고 한다.
대왕암에선 해녀들이 물질로 잡은 해산물을 판매한다.

섬끝마을은 해녀들의 마을이기도 하다. 슬도 안쪽으로는 파도가 세지 않고, 슬도에 해조류와 어패류가 풍부해 해녀들이 아직 물질을 한다. 망태를 들고 나오는 해녀 너머로 보이는 공장과 고층 아파트가 이곳이 울산임을 알린다.

울산=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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