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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드라이브 코스 ‘베스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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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2 09:00:00 수정 : 2017-05-11 22: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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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는 아지랑이가 피고,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따스하게 느껴졌던 봄이 떠나가고 있다. 이제 좀 봄인가 싶었는데, 어느새 한낮이면 점퍼가 부담스러운 날씨가 됐다. 며칠만 더 있으면 긴 옷조차 부담스러운 여름이 온다. 더구나 습기를 한껏 머금은 채 푹푹 찌는

더운 바람에 창문 열기가 부담스러워진다. 마음껏 바람을 쐬며 다닐 수 있을 때는 5월 한 달 정도다.

꽃이 울긋불긋 들녘을 수놓고 산과 골짜기가 연초록으로 물드는 지금이 드라이브 여행을 떠나기에 가장 좋은 때다.

이때가 지나면 창문을 꼭 닫은 채 에어컨에 의지해 몇 달을 보내야한다.

한국관광공사는 이 맘 때 가기 좋은 운치 있는 드라이브 코스를 선정, 발표했다. 

◆ 백두대간 고산준봉 물결치는 ‘하늘 아래 첫 고갯길’- 하늘 맞닿은 길, 정선 만항재

만항재는 강원 정선과 태백, 영월이 경계를 이루는 고개다. 우리나라에서 포장도로가 놓인 고개 가운데 가장 높은 지점에 있는 곳으로, 정상이 무려 1330m에 이른다. 남한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함백산(1573m) 턱밑까지 올라, 정상에 서면 첩첩이 이어진 백두대간의 고산 준봉이 물결친다. 사방이 탁 트인 일망무제다. 만항재의 이런 풍경 속을 뱀장어처럼 매끈하게 지나는 길이 414번 지방도다. 만항재의 또 다른 이름으로 ‘하늘 아래 첫 고갯길’이란 별칭이 있을 만큼 고원 드라이브 코스의 정수로 꼽힌다. 만항재가 보여주는 풍경이 그만큼 장쾌하고 근사하다. 

길은 고갯마루를 기준으로 고한과 태백으로 약 8㎞씩 이어진다. 이왕이면 고한에서 올라 화방재 방면으로 내려가자. 올라갈 때는 정상 부근의 낙엽송 군락이 군중처럼 환호하고, 내려갈 때는 태백산 봉우리가 눈앞을 가득 채워 황홀하다. 마치 겹겹이 이어진 산 물결을 타고 흐르는 느낌이다. 만항재로 드라이브를 떠나는 이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별을 좋아하는 이는 야밤에 이곳을 찾아 은하수를 만나고, 호젓한 드라이브를 꿈꾸는 이는 새벽에 이곳을 찾아 선물 같은 아침을 맞는다. 고도가 높은 만항재는 이른 아침에 안개가 자주 몰려와 몽환적이다.

◆북한강과 시합하듯 내달리자- 물빛 그윽한 가평 75번 국도

75번 국도는 경기 가평을 남북으로 가로지른다. 가평의 가장 남쪽인 설악면에서 청평면, 가평읍, 북면을 거쳐 강원 화천군 사내면까지 이어진 도로다. 물길을 끼고 가는 길이 눈에 띄며, 북한강과 시합하듯 나란히 달리는 구간이 아름답다. 청평댐에서 가평읍 구간 도로명이 ‘호반로’인 것만 봐도 도로의 특징을 짐작할 만하다. 칼봉산과 연인산, 명지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가평천이 되고, 자라섬 앞에서 북한강과 섞인다. 75번 국도는 내내 물길과 함께하다가 도마치재를 훌쩍 넘어 화천군 사내면에서 끝난다. 서울에서 출발해 신청평대교 입구를 지나 고성리·호명리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75번 국도가 시작된다. 곧장 청평댐이 나오고 드넓은 청평호가 펼쳐진다. 
가평 평화로운 청평호에 봄이 물든다.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구불구불한 도로가 이어지는데, 갓길이나 차를 대고 쉴 공간이 없어 아쉽다. 다만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청평호 전망이 근사한 카페들이 있으므로, 원하는 곳에 차를 세우고 커피와 호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금산 방우리 마을전경.

◆육지의 외딴섬 만나는 길- 금강 상류 넘나드는 금산 방우리∼적벽강

충남 금산 방우리와 적벽강을 잇는 길은 금강 물줄기가 동행이 된다. 청정한 금강 상류 마을에서 시동을 걸어, 전북 무주를 거쳐 다시 충남 금산의 금강을 만나는 독특한 드라이브 코스다. 방우리에서 적벽강으로 향하는 길은 금강 다리를 여섯 번 건너야 한다. 37번 국도와 601번 지방도를 경유하며 호젓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금산 방우리 강변풍경.

금산의 오지 마을인 부리면 방우리는 ‘육지의 외딴섬’으로 불린다. 금강을 끼고 금산 끝자락에 방울처럼 매달려 방우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금산을 통해서는 갈 길이 막막하다. 마을 앞은 금강이, 마을 뒤편은 산줄기가 가로막기 때문이다. 자동차로는 전북 무주를 에돌아 강변 둑길을 지나야 비로소 방우리를 만날 수 있다. 방우리는 화려한 절벽과 단아한 강물이 묘하게 어우러진 곳이다. 마을에는 다닥다닥 붙은 아담한 밭 사이로 흙담집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방우리를 거친 금강 줄기는 무주를 굽이쳐 흐른 뒤 다시 금산 쪽으로 수통리 적벽강과 이어진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는 수통교와 적벽교를 넘어서면 적벽강이 그 자태를 드러낸다. 
금산 적벽강 기암절벽.
적벽강은 강줄기가 육중한 암산으로 둘러싸여 붉은빛을 띠는 곳으로, 높이 30m 기암절벽 아래 고요한 수면과 자갈밭이 넉넉하게 펼쳐져 있다.
남해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천다랭이마을 전경.

◆다랑논과 유채꽃의 앙상블- 봄빛과 쪽빛 가득한 남해군 일주도로

‘한 점 신선의 섬(一點仙島)’으로 불리는 남해는 봄에 더욱 아름답다. 다랑논에서 마늘이 쑥쑥 자라고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며, 작은 어촌은 쪽빛 바다를 품고 빛난다. 드라이브는 남해대교로 들어와 명소를 둘러보고 창선·삼천포대교를 통해 나가거나, 그 반대로 진행하는 게 좋다.

남해대교를 건너면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충렬사가 지척이다. 충렬사 앞에서 바다 위에 걸린 남해대교의 수려한 자태가 한눈에 잡힌다. 남해대교 아래 도도히 물결치는 바다가 노량해협이다.
남해 임진왜란 때 남해 군관민이 함께 쌓은 임진성.

남해유배문학관을 지난 후 임진성 안내판이 보인다. 임진성에 오르니 시야가 탁 트인다. 푸릇푸릇한 남해의 들판이 정겹고, 서쪽 구미동해변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임진성에서 내려와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가천다랭이마을이 가까워지면 마을 입구 전망대에 차를 세우자. 산과 마을, 바다가 한눈에 펼쳐져 탄성이 절로 나온다. 설흘산과 응봉산의 급경사 산비탈이 바다로 내려오는 지점에 층층이 쌓인 계단식 논은 100층이 넘는다.

다시 시동을 걸고 출발해 미조항을 지나면 물미해안도로가 펼쳐진다. 코너를 돌 때마다 바다가 차 안으로 파고든다. 핸들을 놓치면 그대로 쪽빛 바다에 풍덩 빠질 것 같다. 1960년대에 산업 역군으로 독일에 파견된 동포들이 귀국해서 정착한 독일마을, 아기자기한 정원이 예쁜 원예예술촌을 지나 창선교에 닿는다.
남해 지족항의 죽방렴 관찰 도보교.

창선교가 놓인 지족해협에는 죽방렴의 대나무 발 그물이 널렸다. 죽방렴은 남해안의 좁은 수로에서 멸치를 잡는 데 쓰이는 어법이다. 창선교 아래 지족항에는 길이 100m, 폭 2m 도보교와 관람대가 있어 죽방렴의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강릉 헌화로는 비경 품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 해안 비경 품은 강릉 헌화로

창을 내리면 부드러운 바닷바람과 경쾌한 파도 소리가 밀려든다. 한쪽은 아찔한 해안 절벽, 다른 쪽은 탁 트인 바다를 끼고 달리는 강릉 헌화로는 동해안 최고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도로와 해안이 맞닿아 있고, 코앞의 바다는 옅은 옥빛에서 청록색까지 다채롭다. 국내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로 알려진 헌화로는 강릉 옥계 금진해변에서 북으로 심곡항을 거쳐 정동진항까지 이어진다. 도로 이름은 ‘삼국유사’에 실린 ‘헌화가’의 배경이 이곳 풍경과 유사해서 붙은 것이다.
차를 타고 단숨에 지나가기에는 아쉬운 풍경.

금진해변에서 금진항을 지나 심곡항에 이르는 구간은 헌화로의 하이라이트다. 파란 하늘과 웅장한 해안 절벽, 쪽빛 바다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2㎞ 남짓 짧은 거리가 아쉽다면 금진항이나 심곡항에 차를 세우고 걸어보자. 도로와 바다 사이에 길이 있어 걷기 편하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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