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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 창호에 비춘 유년기 기억속에서 소환한 자유로움" 서승원 개인전

입력 : 2017-05-15 14:18:12 수정 : 2017-05-15 14: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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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미술 1세대 서승원 개인전
“달빛이 드리운 창호지 문이나 집안 곳곳에 놓여있던 도자기를 보면서 색감에 대해 영감을 받았다.”

한국현대미술의 궤적을 함께 걸어온 서승원(75)작가의 작품은 그림이 추억을 소환하는 힘이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유년시절 창호지문,완자 문양의 문창살이 있는 한옥에서 성장한 배경이 작가의 예술적 영감이 돼 주었다. 17일부터 6월10일까지 노화랑에서 내걸리는 작품에서 이를 확인 할 수 있다. 어렴풋한 네모꼴의 형태속에 저녁 노을에 비춘 창호들의 모습이 떠올려진다.

서 작가는 엄격한 기하학적 패턴을 고수하다가 1990년대부터 형태가 소멸되면서 주정적인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기하학적 요소는 지워지고 색면의 형태들이 서로 겹치면서 공간을 형성해간다.

최근에는 화면을 채우고 있던 자를 대고 그은 선처럼 반듯한 사각형들은 흐트러지면서 온화해졌다. 부드러운 색채의 중첩이 경계를 허물고 있다. 작가 자신도 “모서리를 없애고, 색채도 저녁노을 같은 부드러운 빛의 표현”으로 대체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분명한 색상을 나타내지도, 무언가를 발언하지도 않으며, 어떤 틀을 갖고 있지도 않다. 손에 잡힐 듯 그러나 손에 잡히지 않는, 마치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화면에 그렇게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술평론가 서성록은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의 말 ‘그 어떤 즐거움도 동경하지 않는 즐거움이 자리한다’라는 말을 언급하면서 “작가는 복잡한 분별에서 벗어나 세상의 아름다움을 아무 사심도 없이 바라보는 데서 행복감을 얻는다. 이 순간만큼은 좋음과 싫음, 많음과 적음, 사랑과 미움에 대한 걱정과 염려를 할 필요가 없다. 물론 여기에 속취(俗趣)와 시기(市氣)가 들어설 틈은 전혀 없다”라고 평했다. 원숙한 자유로움을 보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서승원 작가는 1963년 ‘오리진창립전’ 참가를 시작으로 해서, 67년 ‘청년작가연립전’, 69년 ‘한국아방가르드협회전’, 73년 ‘한국작가, 5인의 백색전’(일본 동경화랑), 77년 ‘한국현대미술의 단면전’(일본 동경 센트럴미술관), 75년 ‘에콜 드 서울전’, 83년 ‘70년대 후반 하나의 양상전’(일본 5개 도시미술관) 등 한국 현대미술 형성기에 있었던 주요 전시에 참가했다. 자연스레 한국현대미술 형성에 일조를 하게 된 셈이다. 이 시기 한국화단은 한국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와 정립에 대한 요구가 비등했다. 동시에 기성화단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거셌다. 

편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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