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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만 마리의 물고기떼 여기, 돌산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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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9 15:00:57 수정 : 2017-05-19 15: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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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 알수록 신비한 땅 / 가락국 시조 수로왕이 창건한 이곳에 용왕의 아들이 찾아와 미륵이 된 곳 / 돌 마다 다른 소리 여름에도 어는 얼음골 기이함 그 자체 / 나라의 위기때마다 땀을 흘렸다는 표충비까지 / 밀양의 3대 신비
멋진 풍광을 펼쳐 내는 자연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절로 감탄이 쏟아진다. ‘아!’ 하는 ‘순간의 탄성’이 보는 이의 마음을 대신한다. 그런가 하면, 눈에 든 풍광 너머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하며 갸웃거리게 하는 신비로움을 품고 있는 곳도 있다. 멋진 풍광은 눈맛이 다른 멋진 풍광을 봄으로써 잊힐 수 있다. 하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 신비로움을 품고 있는 곳은 보는 이에게 자신의 모습을 강하게 각인한다. 단순히 멋진 모습을 품고 있는 곳보다는 생각을 곱씹게 하는 곳이 아무래도 여운이 오래 남는 법이다.

경남 밀양은 풍광을 보는 것 외에도 신비로운 현상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재미가 쏠쏠하다. 여행 사진을 보다 보면 비슷비슷한 풍광에 ‘여기가 어디지’ 하며 헷갈릴 수 있지만, 밀양은 자신만의 특색이 분명한 여행지로 기억될 것이다.
경남 밀양 만어사엔 아이 몸뚱이만 한 크기에서 어른 키만 한 돌까지 제법 큰 검은 돌들이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널브러져 있다. 이 돌들은 두드리면 각기 다른 소리가 나 종석(鐘石)으로도 불린다. 어떤 돌은 종처럼 맑은 소리가 나기도 하고, 다른 돌은 둔탁한 소리가 난다.

◆만 개의 돌, 만 개의 소리

만어산 중턱에 돌너덜(너덜겅)이 있다. 오랜 풍화로 닳고 단 작은 돌이 아니라, 아이 몸뚱이만 한 크기에서 어른 키만 한 돌까지 제법 큰 검은 돌들이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널브러져 있다.

밀양 삼랑진읍 만어사(萬魚寺)라는 절은 이름부터 이 돌들로 해서 붙여졌다. ‘삼국유사’에는 만어사가 서기 46년에 가락국 시조인 수로왕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 이름도 만어산이니, 산 자체가 돌밭인 만어석과 관련 깊다. 이 너덜겅은 폭이 약 100m, 길이가 약 500m 규모나 된다고 한다.

돌너덜에 뜬금없이 물고기를 뜻하는 만어석이란 이름이 붙어 있는 게 예사롭지 않다. 동해 용왕의 아들이 자신의 수명이 다하자 낙동강 건너 무척산 신승(神僧)을 찾아가 새로 살 곳을 부탁했는데, 신승은 용왕의 아들에게 가다가 멈추는 곳이 바로 그곳이라고 말해줬다. 용왕의 아들이 길을 떠나자 물고기 떼가 그의 뒤를 따랐고, 그들이 멈춘 곳이 지금의 만어산이다. 만어산에 멈춘 후 용왕의 아들은 큰 미륵돌로 변했고, 그를 따르던 수많은 물고기도 크고 작은 돌로 변했다고 한다. 불교의 법구인 목어의 연원을 살피면 이 돌들의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겠다. 중국 베이징 담자사의 관음전 곁 용왕전 처마에는 목어 대신에 석어가 걸려 있다. 
만어사 작은 불상 앞 돌은 소원을 이뤄주는 돌로 알려져 있다. 어른이 들면 들릴 정도의 돌이지만, 소원을 마음속으로 빌고 돌을 들 때 들리지 않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너덜겅 앞에는 미륵전이 있다. 그 안에는 용왕의 아들이 변한 미륵돌이 있다. 다른 돌보다 유난히 큰 미륵돌은 높이 5m에 이르는 자연석이다. 미륵전을 나와 뒤편을 보면 돌이 튀어나와 있다. 미륵돌이 크다 보니 미륵전을 지을 때 뒷부분까지 덮질 못했다고 한다.
만어산 미륵전 안에는 용왕의 아들이 변했다는 미륵돌이 있다. 다른 돌보다 유난히 큰 미륵돌은 높이 5m에 이르는 자연석이다. 미륵전을 나와 뒤편을 보면 돌이 튀어나와 있다. 미륵돌이 크다 보니 미륵전을 지을 때 뒷부분까지 덮질 못했다고 한다.
만어사 돌들을 보면 유난히 흰 부분이 있는 돌이 있는데,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두드려 본 돌이다. 그런 돌이 맑은 종소리가 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만어석은 돌을 두드리면 각기 다른 소리가 나 종석(鐘石)으로도 불린다. 어떤 돌은 종처럼 맑은 소리가 나기도 하고, 다른 돌은 둔탁한 소리가 난다. 돌들을 보면 유난히 흰 부분이 있는 돌이 있는데,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두드려 본 돌이다. 그런 돌이 맑은 종소리가 날 가능성이 있다.
미륵전 옆에 있는 바위 틈으로는 작은 샘이 있다. 낙동강 조수에 따라 물 높이가 달라진다고 하는데, 지금은 수위가 그렇게 변하진 않는다고 한다.

미륵전 옆에 있는 바위 틈으로는 작은 샘이 있다. 이 샘은 낙동강 조수에 따라 물 높이가 달라진다고 하는데, 지금은 수위가 그렇게 변하진 않는다고 한다. 만어사내 작은 불상 앞 돌도 소원을 이뤄주는 돌로 알려져 있다. 어른이 들면 들릴 정도의 돌이지만, 소원을 마음속으로 빌고 돌을 들 때 들리지 않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여름에 어는 얼음과 땀 흘리는 비석

밀양 산내면 재약산(천왕산)에는 얼음골로 불리는 천연 냉동실이 있다. 주차장에서 5분 정도 오르면 얼음골 입구에 이른다. 이곳에서 5분 정도 오르면 천왕사다. 천왕사 오른편으로 나무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를 건너는 순간 찬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다리를 건너기 전 맞는 바람과 건넌 후 맞는 바람은 확연히 다르다. 같은 산에서 불어오지만, 다리를 건넌 후 맞는 바람은 확실히 차다. 다리를 건넌 후 5분 정도 산을 오르면 도착하는 얼음골에서 불어오는 냉기를 품은 바람이다.
밀양 재약산 얼음골 가는 길에 있는 천왕사에 있는 나무 다리를 건너면 찬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얼음골에서 불어오는 냉기를 품은 바람이어서 다리를 건너기 전 맞는 바람과 건넌 후 맞는 바람은 확연히 다르다.

얼음골은 돌들이 쌓여 있는 암벽이다. 이 암벽을 이루는 돌은 안산암(安山岩)으로 돼 있는데 50㎝∼2m 정도의 돌조각들이 얼기설기 계곡을 메우고 있다. 이 돌 틈으로 바람이 나온다. 돌 틈을 들여다보면 바람이 얼마나 찬 지 얼음이 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7∼8월까지도 얼음이 얼어 있다고 한다. 냉기를 품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니 계곡물도 얼음장처럼 차갑다. 매년 여름 계곡물 오래 버티기 대회를 여는데, 3∼4분 정도가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반면, 가을부터 겨울까진 얼음골에선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 겨울이 되면 주위보다 기온이 높은 바람이 불어 천연 온풍기 역할을 한다.
얼음골 돌 틈을 들여다보면 바람이 얼마나 찬 지 얼음이 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7∼8월까지도 얼음이 얼어 있다고 한다.

계절과 반대되는 현상을 보이는 얼음골의 원인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계곡의 동·서·남쪽이 절벽으로 가려 있고 북쪽만 트여 있어 일사량이 매우 적은 데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런 지형적인 특성이 냉기를 오랫동안 유지시키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밀양엔 땀 흘리는 비석으로 알려진 무안면 홍제사 경내의 비각 표충비도 있다. 사명대사를 기려 세운 비석이어서 사명대사비로도 부른다. 
밀양 표충비는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비석에서 땀이 난다는 얘기가 있다.

표충비가 유명해진 이유는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비석에서 땀이 났다는 속설 때문이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 1910년 한일강제병합, 1919년 3·1만세운동, 1945년 광복, 1950년 6·25전쟁 등을 앞두고 땀을 흘렸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비석이 땀을 흘리는 이유는 명확지 않다. 그저 다음번엔 통일 등 좋은 일을 앞두고 땀을 흘리길 바랄 뿐이다.

밀양=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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