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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킴(Ci Kim) 아홉 번째 개인전 ‘논 - 논다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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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23 03:00:00 수정 : 2017-05-22 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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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예술관과 유희적 성격이 한데 어우러진 전시 / “아름다움이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어울리고 즐기는 것” / 예술을 통해 꿈꾸는 작가 씨 킴의 삶과 작업 한 자리에 펼쳐져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에서 23일부터 10월15일까지
 
무제, 2017, 혼합재료, 가변크기 설치
주목받는 현대미술가 씨 킴(Ci Kim)이 아홉 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 ‘논 - 논다놀아’는 23일부터 10월 1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주로 건축 재료를 활용한 대형 회화와 설치, 조각, 영상, 사진 등 총 70여 점의 작품들을 갤러리 전시관 전관을 통해 선보인다.

By Destiny, 2015-2016, 비닐 위에 혼합재료, 250x200cm, 9패널
전시 제목으로 쓰인 '어리석다는 의미의 한자 논은 낯선 글자다. 이 한자는 두 개의 나무 목(木)자 사이에 말 언(言)자가 위치한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예술적 언어와 행위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한없이 어리석을 수 밖에 없다는 작가의 진솔한 고백을 담기 위해 이 글자를 전시 제목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는 이번 전시에 다수 제시하는 놀이적 성격의 작품들을 옛 선인들의 깊은 통찰과 깨달음에 비유하여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독특한 재료 사용이다. 시멘트, 흙, 나무, 철, 알루미늄 등의 건축 재료는 작가의 삶과 가장 밀접한 물질(material)이다. 씨 킴은 그 동안 갤러리와 미술관, 터미널, 외식 공간 등 수십 개의 건축물을 짓거나 재정비해 왔다. 작품으로 승화된 건축 재료들은 예술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게 된 작가 씨 킴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무제, 2017, 캔버스에 시멘트와 페인트, 320x244cm, 6개
씨 킴은 지난 20여 년 동안 철가루가 녹이 슬어서 내는 다양한 색과 질감의 스펙트럼, 토마토가 썩어 문드러지는 과정, 바닷가에서 수집한 폐냉장고나 철판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실험적 작업을 전개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버려진 마네킹에 마스크와 가발을 씌우고 시멘트를 바른 군상 조각, 바닥에 비닐과 합판, 철판을 겹쳐 깔고 햇볕에 말리고 비에 적시기를 반복한 흔적들, 그리고 벽돌을 올려놓은 자국이 선명한 낡은 합판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또, 제주의 자연을 담은 듯한 다채로운 빛깔의 시멘트 페인팅과 겉면 일부를 뜯어내어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캔버스들도 곁들여져 채도를 높인다.

전시장 위층 공간은 씨 킴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 8미터 길이의 좌대에는 그동안 사용하던 물감통, 마른 붓, 국자, 시멘트를 섞던 큰 대야, 뜯어낸 테이프 등 작업의 재료들과 장화, 저울, 쇼핑백, 지인에게 받은 우편봉투와 같은 작가의 개인적인 오브제가 전시된다. 이들 작품 너머로는 작가가 제주, 천안, 서울을 다니며 촬영한 비 오는 풍경 사진 작품들이 전시장 한 쪽을 차지하고 있다.

씨 킴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나는 예술로부터 받는 감동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을 수집해 전시해왔고, 작가로 변신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은 격년에 한 번씩 개인전을 연다. 어느덧 나의 예술적 이상은 아름다움에 대한 정복에서 함께 어울리고 놀며 즐기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어 "예술과 놀이에는 위계도, 갈등도, 성공에 대한 압박도 없다. 이번 전시에 방문한 관람객들이 놀이하듯 작업한 내 작품과 함께 어울려 놀다 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는 아홉 번째 개인전 소감을 밝혔다.

전시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2017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 1872∼1945)는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유희에서의 문화의 기원(1938)’에서 인간의 문화는 '놀이'에서 시작되었으며, 노는 행위를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는 유희적 존재를 '호모 루덴스', 즉 노는 인간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작가 씨 킴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이름없는 들꽃을 사랑하며 즐거이 노는 자신의 삶을 예술에 투영해 '노는 예술인'으로서의 면모를 제시한다.

씨 킴은 5월 30일 관람객들과 함께 하는 아티스트 토크를 마련하여 관람객과 함께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씨 킴은 1951년 서울 출생으로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을 포함한 다수의 갤러리에서 이번 전시를 포함 9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 외,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서울 ‘Really?’(2014년),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제주 ‘By Destiny’(2014년), 예술의 전당 ‘Art in Superstar’(2009년), 독일 라이프치히 조형예술박물관 ‘Ballkunster’(2006년) 등의 전시회에 참여했다. 현재 천안과 제주를 오가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사진=아라리로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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