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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문바마 시대’… 퇴임도 아름답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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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26 23:21:15 수정 : 2017-05-26 23: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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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격 없는 소통 ‘한국의 오바마’ / 이견 말해달라는 요청 등 행보 / 이벤트성 아닌 공약 이행 다짐 / 처음과 끝이 같은 대통령 되길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한국 뉴스의 내용이 바뀌었다. 북핵 위기 등 북한 관련 뉴스에 집중하던 미국 언론도 변했다. 문 대통령의 행보를 전하는 경우도 늘었다. 블룸버그통신은 퇴임한 버락 오바마의 재임 시절 소통 행보에 빗대 ‘한국은 지금 문바마와 허니문’이라는 기분좋은 기사를 게재했다. 최근 뉴스 시청이 즐겁다고 말하는 지인들의 이야기가 이해되는 배경이다. 워싱턴특파원인 필자에게는 기시감이 있다.

시계를 도널드 트럼프 출범 이전 미국으로 돌려보자. 그의 전임자 오바마는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백악관 브리핑룸에 나타났던 소통의 화신이었다. 소통의 코드는 약속 이행과 진실, 유머였다. 그는 건강보험 개혁을 이행했으며, 쿠바·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의회에 전화를 돌리고, 언론의 질문엔 성실하게 임했다. 간이의자에 앉아서 백악관 회의를 주재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국민을 향해서는 더 간절했다. 가령 2015년 찰스턴 흑인교회 총기난사 추모식에선 ‘어메이징 그레이스’(놀라운 은총)를 부르며 극도의 슬픔 속에서 은총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했다. TV카메라를 앞에 두고는 백악관 생활 8년 만에 하얗게 변한 머리와 푹 파인 눈썹 주름을 지닌 자신의 사진을 가리키며 스스로 유머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백악관 주인이 바뀌자 상황은 급변했다. 트럼프는 워싱턴의 낡은 정치질서를 바꿔놓겠다고 주장했지만 소통 문화마저 없앴다. 기자회견은 고사하고 백악관 내부에서마저 불통 이미지를 키웠다. 국제사회에도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동맹에 ‘비용 부담’ 청구서를 들이밀고, 무역협정 탈퇴를 경고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은 탁월하다고 생각하지만, 취임 직후부터 지지율은 30∼40%에 그치고 있다. 트럼프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 유사성이 발견된다고 하면 과장일까. 언론을 대하는 시각만 해도 그렇다. 두 사람 중 누가 재임 4년 동안 기자회견을 4차례만 했는지, 비판적인 언론의 동행취재를 불허했는지 구별하기조차 힘들다.

지난겨울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고 했지만 일말의 불안감은 있었다. 변수가 많은 한국 정치 속성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5월, 한국은 다른 나라가 됐다. 청와대와 백악관의 상황은 불과 4개월 만에 뒤바뀌었다. 청와대가 정상적인 궤적에 진입했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정상 복원은 많은 이들에게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워싱턴에서도 그런 주장이나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만난 재미교포 우버택시 기사는 한국의 상황에 분노하면서도 국정농단 세력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마 뒤 뉴욕행 기차에서 만난 한 백인 신사는 “국민을 위한다면 한국 대통령은 사임해야 한다”며 “역사는 장기적으로는 진보하고, 국민과 진리가 이긴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에서 대화를 나눈 한국 전문가들부터 버지니아주의 한인타운에서 만났던 주한미군 출신 예비역 대령까지도 그런 입장을 보였다.

최근 며칠 사이 한국에서는 전·현직 대통령들에게서 영욕이 교차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국정농단의 주역은 연일 재판정에 서고 있으며, ‘노무현 추모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를 넘어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임기를 마치고 성공한 퇴임 대통령으로 추도식을 다시 찾겠다고 다짐했다. 청와대 비서관들에겐 자신에게 기꺼이 이견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팬덤을 형성할 정도로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대통령의 발언들은 임기 초의 이벤트를 넘어선 공약 이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가 다짐처럼 전직 대통령들의 공과를 성찰해 국정을 챙긴다면 오바마의 임기 말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는 취임 이후 줄곧 50∼60%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며, 퇴임 직전에도 6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였다. 지난 1월 백악관 브리핑룸을 마지막으로 찾았던 오바마가 했던 말이 있다. “당신(언론)들이 있어 내가 더 잘할 수 있었다.” 정부 수립 70년, 우리도 이제 처음과 끝이 같은 대통령을 볼 때가 되지 않았나.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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