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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메모가 세상을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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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26 23:20:49 수정 : 2017-05-26 23: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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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보도 여파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코너에 몰린 적이 있다. 2015년 초 문건 폭로 배후에 김 전 대표가 있다는 괴소문이 퍼졌다. 진원지는 청와대 행정관이었다. 김 전 대표는 국회에서 “문건 배후 K, Y” 메모를 살짝 꺼냈다. 기자들이 망원카메라로 촬영했는데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음종환 전 행정관이 물러나고서야 잠잠해졌다. 메모 활용의 승리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첩공주’로 불렸다. 인기가 좋을 때는 ‘꼼꼼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여론이 악화될 때는 기억력이 도마에 올랐다.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을 불러서 메모를 보면서 승마협회 조사 보고서를 올린 문체부 국·과장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메모정보제공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세상이 궁금해했다. 정유라의 승마경기 보고를 했다가 쫓겨난 공무원들의 억울함은 최순실 일가의 전횡을 세상에 알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메모는 탄핵시위대의 요구에 기름을 부었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뇌물메모도 권력의 그늘을 고발하는 데 기여했다. 메모로 한 정권이 무너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해찬 전 총리는 깨알처럼 적어놓은 메모를 들춰내 장관들의 군기를 잡았다고 한다. 그는 옛날식 외상장부형 수첩을 들고 다닌다. 스스로를 ‘수첩왕자’라고 칭했다.

메모에 죽고사는 것은 스파이세계도 마찬가지이다. 국정원 직원들은 언론인 2명을 만나면 반드시 메모 보고서를 남긴다. 이런 지침은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가져온 듯싶다. CIA 출신 주한미대사들은 국내 주요 정치인들을 만날 때마다 꼼꼼히 메모하고 본국에 보고한다. 위키리크스를 통해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연방수사국(FBI) 수장이라고 하더라도 메모가 생명인 모양이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의 메모가 언론에 보도됐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너에 몰리고 있다. 트럼프가 코미를 만나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러시아 내통설 조사를 그만두라고 했다는 메모인데 대통령 탄핵론으로 번지고 있다. 메모의 시작은 늘 보잘것없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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