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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응원단 FIFA U-20 월드컵 뜨겁게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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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27 16:14:11 수정 : 2017-05-27 16: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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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 전국의 베트남 교민 체류자 유학생 모여 단체응원/붉은악마 제외, 국내 최대규모 국가 응원단/“베트남 골렌!(Vietnam colen!, 베트남 화이팅!)”/“베트남 보딧!(Vietnam vo dich!, 베트남 최고!)”/“베트남 치엔탕!(Vietnam chien thang, 베트남 이겨라!)”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베트남 최대응원인파 몰릴 듯
25일 베트남의 프랑스와의 조별 2차전을 응원하기 위해 천안종합운동장을 찾은 베트남응원단.
“축구경기를 통해 한국과 전세계에 조국 베트남이 널리 알려지고 동포들이 모여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하면서 응원하는 중간 중간에 몇차례나 눈물이 났어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웬티트엉(34·Nguyen thi thuong)씨는 25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비록 경기에 졌지만 내 조국 베트남팀이 월드컵에 올라온것 만으로도 영광이고, 우리 선수들 너무 자랑스럽고 조국 베트남이 내 가슴에 살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대한민국 축구경기 역사의 한 페이지가 새롭게 쓰여졌다.

25일 프랑스와의 경기내내 베트남 응원단의 환호와 탄성 응원의 목소리가 불밝힌 경기장을 수놓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경기 E조에서 가장 약체로 평가받는 베트남이 대한민국의 붉은악마를 연상케하는 대규모 응원단을 몰고 다니며 대회를 수놓고 있다. 지난 22일 치러진 베트남-뉴질랜드 1차전에 9500여명, 이어 25일 치러진 베트남-프랑스 경기에는 3000여명의 베트남응원단이 모였다.

베트남 국기인 붉은 바탕에 커다란 노란 별이 세겨진 티셔츠를 입은 베트남응원단은 코리안드림을 쫓아 한국에 온 베트남 체류자들과 결혼이주여성 가족, 유학생들이 주축이다. 일부는 사상 최초 베트남의 FIFA대회 출전을 기념하며 베트남에서 날라 온 응원단도 섞여 있다. 눈에 띄는 사실 하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상당수 섞여 있었는데 이들은 고려시대 베트남 왕자가 한국으로 건너와 시조가 된 정선이씨와 화산이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베트남응원단은 축구계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22일 오후 5시 E조 예선 개막경기인 프랑스-온두라스 경기에는 관중이 채 2000명도 되지 않았다. 본부석쪽 일부를 제외하고는 썰렁한 관람석. 이때만해도 대회를 유치한 천안시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둡고 당혹스러웠다. FIFA관계자들도 흥행실패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반전은 개막경기가 끝난 오후 7시경부터 시작됐다. 삼삼오오 붉은색 베트남국기 티셔츠를 입은 관중들이 본부석 맞은편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오후 8시 경기가 시작됐는데도 베트남응원단은 계속해서 줄지어 입장했고 경기시작 19여분 후 본부석 맞은편 스탠드를 가득 메웠다.

22일 경기가 시작됐는데도 산업현장에서 일을 마치고 경기장으로 줄지어 입장하는 베트남 근로자들.
이들은 천안·아산·평택·안성·화성등지에서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대부분이다. 일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경기장을 향했다. 버스를 대절해 광주와 부산 등지에서 천안을 찾은 베트남 근로자들도 있었고 친절한 사장님이 베트남 근로자들을 위해 카풀을 주선해 전국 각지에서 경기장을 찾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베트남 응원단은 전·후반 90분간 쉬지 않고 “베트남 골렌!(Vietnam colen!, 베트남 화이팅!)”, “베트남 보딧!(Vietnam vo dich!, 베트남 최고!)”, “베트남 치엔탕(Vietnam chien thang)”을 외쳤다. 베트남 응원단은 천안종합운동장을 그들의 축제장으로 만들며 초여름 밤하늘을 붉은 함성으로 적셨다.

이날 경기는 베트남의 신체적 열세 조건에도 불구하고 박진감 넘치게 진행됐다. 평균 신장이 뉴질랜드보다 15㎝이상 작은 베트남 선수들은 뉴질랜드 보다 훨씬 부지런히 뛰며 근성을 발휘했고 대등한 경기가 펼쳐졌다. 체격에 밀려 베트남 선수들이 넘어지질대는 안타까운 탄성이 터져 나왔고 슈팅이 터질때는 골을 넣은 것과 같은 환호와 함성이 이었댜.

22일 천안종합운동장 본부석 맞은편을 채워가고 있는 베트남응원단.
결과는 1대1 무승부, 경기가 끝나자 베트남응원단은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환호했고 일부는 기쁨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는 처지에 서로 처음 본 얼굴들이 많았지만 축구를 통해 한국의 베트남 교민과 체류자들은 하나가 됐다. 스포츠가 어떤 단체나 국민들을 어떻게 결집시키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사흘뒤인 25일, 같은 장소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치러진 프랑스와의 2차전에는 1차전처럼 많은 베트남응원단이 모이지는 못했다. 베트남 관중은 산업현장 근로자가 많아 1차전은 오후 8시에 경기가 시작됐기에 일을 마치고도 경기장을 찾을 수 있었으나 오후 5시에 경기가 시작된 이날은 일터에서 방송과 스마트폰을 통해 경기를 접해야 했다.

그러나 운동장에 모인 3000여명의 베트남응원단은 1차전 응원과는 더욱 진화된 모습을 보이며 경기장을 달궜다. 아무런 조직이 없는데도 대형베트남 국기를 관중석에서 펼치는 장면을 연출했고 각종 플래카드와 의상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베트남응원단은 페이스페인팅, 머리띠 등 다양한 소품으로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비록 경기는 예선전 유럽챔프이자 이번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중 하나인 프랑스에 0대4로 완패했지만 베트남 응원단 누구하나 선수들을 탓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일요일인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온두라스와의 3차전에는 전국에서 최대의 베트남 교민과 체류자들이 모여들 것이란 전망이다.

베트남체류자들과 함께 천안종합운동장을 찾은 천안외국인력지원센터 박철호(61)소장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이번 20이하 월드컵 베트남 경기 단체응원을 통해 베트남 체류자나 교민들이 서로 위안받고 격려하며 한국에서 더욱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전환점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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