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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집 싸움’… AI, 인간을 가르치다

입력 : 2017-05-26 21:56:25 수정 : 2017-05-26 22: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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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기 리뷰 알파고의 벽은 높고 또 높았다. 중국 드림팀 5명이 머리를 맞대고 덤벼도 도저히 넘지 못할 만큼. 백을 잡은 알파고는 초반부터 조금씩 실리를 챙기더니 상대가 미처 손쓸 틈도 없이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렸다. 흑을 잡은 중국 기사들로선 가랑비에 옷 젖는 줄도 모르다 속절없이 손을 들게 된 셈이다.

백이 중반 초입까지 하변과 좌상귀, 상변에서 잇달아 알뜰히 이득을 본 뒤에 백68로 우상귀마저 차지한 ‘실리 우선주의’ 행마가 한 마디로 눈부셨다. 바둑은 결국 집싸움이라고 인간 기사들에게 가르쳐준 꼴이다. 승부는 이렇게 일찌감치 갈렸다는 것이 검토실의 대체적 평가였다. 균형 붕괴의 첫 신호탄은 백20부터 28까지의 하변 진행. 앞서 백16·18로 우하귀에서 방파제를 쌓은 것도 기민했다.

중국 기사 5명은 흑29·31로 좌하귀 백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조였다. 하변에서 실리를 잃었으니 흑이 공격에 힘을 싣는 것은 백번 타당했다. 그러나 백34∼38의 발걸음은 꽃밭을 누비는 나비처럼 가볍다. 흑의 투지가 확 꺾이는 장면. 백40은 단단한 수법. 알파고는 귀중한 한 수를 투자해 하변에서 뒤탈이 날 여지를 원천 차단했다. 흑41은 흔히 말하는 대세점. 백의 중앙 수비가 급하다. 하지만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백42∼48로 우상귀를 유린하는 알파고. 중국 기사들은 기가 막혔을 것이다.

흑49는 평범해 보이지만 변화의 계기를 구하는 수. 백의 대응에 따라 좌하귀에서 중앙으로 빠져나온 백마가 본격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알파고는 백50·52의 응급처방 이후 백54·58로 날아갔다. 흑59의 완강한 차단은 불가피한 선택. 바로 여기서 알파고의 진정한 고수 면모가 드러났다. 알파고는 흑63까지 빵때림을 허용하면서 백64까지 상변의 실리를 챙겼다. 인간 기사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반전이자 실전적 수법이다. 여기에 백68로 우상귀까지 알파고의 수중에 들어가서는 흑이 견딜 수 없게 됐다. 흑에게 남은 희망은 공격으로 거둘 수 있는 보너스였지만, 그런 것은 적어도 이 바둑에선 없었다. 중반 이후는 그냥 두어본 정도, 큰 의미가 없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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