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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소나타에 어울리는 색띠들의 판타지

입력 : 2017-06-07 14:37:58 수정 : 2017-06-07 14: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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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밴드 작가 하태임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매일 일기를 쓰듯 물감을 올리고 내자신을 들여다 보는 일이다. 나에게 그린다는 것은 무엇일까. 10여년을 휘어진 곡면의 색띠만을 그린다.그것들을 모으기도 하고 흐트러뜨리기고 하고 단순한 형태의 색띠만으로 화면을 구성하지만 선택의 기로에서는 색의 다채로움 앞에 안절부절이다. 색을 부각시키기 위해 형태가 단순해진 걸까. 총체적 색집합체로 색덩어리들을 무리지어 본다. 여리고 위태위태한 진동들이 꿈틀거린다.”

화려한 '컬러밴드'작가로 유명한 하태임 작가(44)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에서 18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기존에 선보여 왔던 다채로운 색상의 컬러밴드 작품들과 명도와 채도에 변화를 준 단색조 파스텔 계열 작품, 그리고 캔버스를 세워 색띠 끝부분 물감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작품 경향이 다소 패턴화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컬러밴드들이 단순하게 시각적인 리듬감만으로 올려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행위의 반복이 녹아들어 미세한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Un Passage No.171001, 230x250cm, Acrylic on Canvas, 2016-2017. 가나아트 제공
그가 중요시 하는 것은 투명성이다. 불투명하게 하려면 한번에 모두 칠하면 되지만 깊이감 있는 투명성을 위해선 여러번 말리고 덧칠을 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색띠 하나에 보통 3일이 걸리는 이유다.

“그런 과정속에 자연스레 무심해 진다. 그러면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내면의 풍경들이 캔버스에 펼쳐진다. 좋아했던 교향곡이나 오페라의 절정도 잠시 뒤켠으로 물러나고 단조로운 피아노소나타가 마음에 머무는 듯 하다. 평온하고 잔잔한 엔딩이다.”
그는 그제서야 붓결과 마주하게 된다. 색띠들의 판타지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인두(1930∼1989)와 류민자 작가가 그의 부모다. 동생 하태범도 작가로 활동하고 있어 미술가집안이라 할 수 있다. 

편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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