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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 책] 잘 차려입고 출근하는 악어씨… 도대체 일터는 어디일까요?

입력 : 2017-06-17 03:00:00 수정 : 2017-06-16 21: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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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나 조볼리 지음/한솔수북/1만1000원
악어씨의 직업/조반나 조볼리 지음/한솔수북/1만1000원


‘따르르르릉!’

요란한 시계 알람 소리에 악어씨가 단잠에서 깬다. 용변을 보고 세수를 한 악어씨는 넥타이를 골라 멋지게 차려입고 집을 나선다. 악어씨는 익숙한 걸음으로 분주한 파리의 아침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무례한 자동차 바퀴의 오물을 옷에 적셔가며 지하철에 들어선 악어씨. 파도처럼 밀려드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간신히 도착한 역을 걸어 나와 예쁜 보라색 꽃 한 다발과 통닭구이를 산다. 악어씨는 길가의 가게 주인들과도 익숙하게 인사를 나눈다.

공원으로 들어선 악어씨는 매표소 직원들에게 꽃을 선물한 뒤, 새들이 놀라서 날아오르는 뜰을 지난다. 그리고 한적한 목욕탕으로 들어가 옷을 벗는다. 악어씨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동물원’이다.

글씨 없이 출근길 풍경을 묘사한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악어씨는 근사한 직업을 가진 것 같다. 하지만 악어씨의 최종 목적지를 알게 되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악어씨가 부지런히 출근한 곳은 다름 아닌 동물원이다. 악어씨는 그곳에서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기 위해 우리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작가의 엉뚱한 상상력이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 역시 늘 똑같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학교나 일터로 향한다. 하루 종일 자유를 반납하고, 본래 자신의 모습을 잊은 듯 정신없이 일을 한다. 책의 마지막 장면에 멀리 날아가는 노란 새를 바라보는 원숭이의 뒷모습은 독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매일 똑같은 길을 지나는 우리는 악어씨와 얼마나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안정적인 직장 같은 울타리보다 더 소중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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