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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와 함께 드넓은 세상을 달리다

입력 : 2017-06-24 03:00:00 수정 : 2017-06-23 21: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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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가 되면 여행가의 길 꿈꾸던 저자 / 평생 한 동네만 쳇바퀴 도는 마을버스 타고 48개국 677일간 세계 여행의 기록 담아 / 현행범 체포되고 사막서 모래폭풍 만나고… / 위기의 순간도 이젠 ‘즐거웠던 시간’ 추억 / "북한 통과하는 날이 진정한 세계 일주 완성"
임택 지음/메디치미디어/1만5000원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임택 지음/메디치미디어/1만5000원


5년 전 어느 날, 서울 평창동에서 언덕길을 힘겹게 오르는 마을버스 한대가 임택(57)씨의 눈에 들어왔다. 마을버스는 좁고 가파른 길을 다니며 사람들을 태웠다. 그리고는 사람들을 큰길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산동네로 돌아왔다. 아마도 마을버스가 본 가장 큰 세상이라곤 기껏해야 평창동파출소가 있는 2차선 도로가 전부였을 것이다. 마을버스를 본 임씨는 쉰 줄에 들어선 자신의 인생이 마을버스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임씨에게는 오랜 꿈이 있었다. 50대가 되면 여행가의 길을 걷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면서 꿈은 사라졌고, 생활에만 몰두하게 됐다. 그러나 임씨의 마음 한편에는 늘 여행작가의 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처음 휴대전화를 장만했을 때 뒷자리 번호를 ‘5060’으로 정했어요. 50대와 60대가 되면 꼭 여행작가를 하겠다는 생각에서요. 50세까지는 열심히 일해 가정을 안정시키고 이후에는 여행작가 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했죠.”

임택씨는 동료 두 명과 한국에서 가져간 마을버스를 몰고 2014년 10월 페루에서 시작해 2016년 9월 러시아에서 마무리하기까지 48개국을 장장 677일간 여행했다.
메디치미디어 제공
그는 50대가 되자 운영하던 회사를 정리했다. 평소 그의 뜻을 알고 있었던 가족들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를 격려하고 축하했다. 아내는 여행작가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헤매던 그에게 여행작가 교육과정을 알아봐 주기도 했다.

임씨는 불현듯 낡은 마을버스와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용도를 다한 마을버스를 잘 고쳐서 저 넓은 세상으로 데리고 나가는 거야.”

그는 폐차 직전의 마을버스를 구입해 세계여행 준비에 나섰다. 마을버스에는 버스회사 이름을 따 ‘은수’라는 이름을 지었다. 동료 2명과 함께 2014년 10월 페루에서 시작된 여행은 2016년 9월 러시아에서 마무리됐다.

신간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는 임씨가 은수와 함께 한 48개국 677일간 여행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여행은 온갖 사건의 연속이었다. 낡은 마을버스 ‘은수’는 달리고 멈추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에콰도르에서는 휴대전화를 도둑맞아 강도와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멕시코에서는 아이들이 예뻐 찍은 사진 몇 장 때문에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유우니 사막에서는 모래폭풍을 만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은 즐거움의 시간이기도 했다. “참 아이러니한 게 가장 어려움이 있었던 시간이 가장 즐거운 시간으로 추억으로 남았어요. 아무 연고도 없었는데 어려운 상황들을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위로해줬던 현지인들이 있었어요. 그들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저를 가장 행복하게 했어요.”

세계여행을 마친 그에겐 아직 꿈이 남아있다. 하나는 ‘은수’를 타고 북한을 통과하는 것이다. 임 작가는 “북한을 통과해야 진정한 세계 일주가 완성된다”면서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또 다른 계획은 내년 3월 북극에서 남극까지 자동차로 종단하는 것이다. 현재 청년들과 함께 떠나는 프로젝트로 계획 중이다.

임씨는 “여행을 떠나고 나서 청년이 돼서 돌아온 것 같다”면서 “도전을 하는 한 나는 청년”이라고 말했다. “꿈은 나이가 많고 적음과 관계가 없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꿈에 도전하는 사람은 누구나 청년이 될 수 있습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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