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오바마 집권 8년 복기… “그는 성공한 대통령”

입력 : 2017-06-24 03:00:00 수정 : 2017-06-23 21:26:2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대통령 재임중 경제·사회 주요정책 성과 점검 / 정치적 역경·시련 어떻게 극복했는지 추적 / 위기엔 조심스럽게, 중요한 순간엔 담대하게 / 오바마 케어·빈라덴 군사적전 등 결단력 발휘 / 비판자들 “이상적 비현실주의자" 조롱에도 / 국민 설득하고 합리적 리더십으로 헤쳐나가 / "역사는 신중하고 일관적 통치자로 인정할 것"
조너선 체이트 지음/박세연 옮김/성안당/1만4000원
오바마의 담대함/조너선 체이트 지음/박세연 옮김/성안당/1만4000원


워싱턴에서 활동 중인 중견 정치 기자가 버락 후세인 오바마를 평가한 책이다.

대통령이 되기 이전 오바마는 시카고 남부 출신의 젊고 매력적인 정치인이었다. 그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으로서 워싱턴 중앙 정치 무대에 갑작스럽게, 그리고 조금은 신비스럽게 등장했다.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의 열정적인 기조연설은 오바마의 이미지를 뚜렷히 각인시켰다. 오바마는 이를 발판 삼아 3년 후 대선 경쟁에서 승리했다. 당시 대세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후보에 오른 이후 공화당의 존 매케인까지 꺾고 정권을 잡았다.

지금은 비록 공화당으로 정권이 넘어갔지만 민주당 출신 오바마의 인기는 여전하다. 퇴임 무렵 지지율이 50% 넘는 대통령은 지금까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는 미국인들이 오바마의 8년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여준다.

퇴임 후에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워싱턴 정가의 중견 정치 기자인 저자는 “미국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돌파한 인물”이라면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비견될 수 있는, 보기 드문 담대함을 갖춘 사람”이라고 호평했다.
애초 오바마는 한때 피었다가 지는 꽃으로 여겨졌다.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흑인 출신에다 보수적인 워싱턴 정가의 벽을 뒤어넘을 실질적인 영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가 현실적인 대통령보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마틴 루서 킹과 같은 웅변가의 역할에 더 잘 어울린다”고 폄하했다. 존 매케인도 오바마를 “매력적이지만 공허한 유명인”이라 했다. 이는 대선 기간 내내 그를 괴롭혔다. 오바마의 지지자들 역시 오바마의 연설을 한때 감정을 자극하는 시처럼 평가했다.

오바마는 재임 시절 마틴 루서 킹의 말을 종종 인용하곤 했다. “세상의 도덕적인 여정은 멀지만, 정의를 향해 나아간다.” 이를 두고 비판자들은 오바마의 무지와 순진함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조롱했다. 세상을 모르는 이상적인 비현실주의자라는 것이다.

대통령직에 오른 오바마는 이런 우려와는 전혀 다른 통치력을 보여주었다. 오바마는 집권 초기 실패할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저자는 그 이유로 가장 먼저 냉철하고 합리적인 스타일을 꼽는다. 오바마는 종종 위험 회피적인 성향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평가라는 것이다. 오바마는 위험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담대함과 결단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거센 반발에 맞서 오바마케어를 밀어붙인 것이나, 오사마 빈 라덴 사살을 위한 전격 군사작전, 무명의 젊은 상원의원으로 대선에 뛰어들었던 것은 그의 담대한 결정의 결과라는 것이다. 경험 많은 수많은 동료들의 반대를 과감하게 뿌리친 오바마의 촉각은 현대 미국 정치인에게 볼 수 없는, 드문 장점이라는 것이다.

오바마는 워싱턴 정객들과 끊임없이 충돌했다. 진보, 보수라는 뚜렷한 이념을 중심으로 뭉친 획일적인 양당 체제에서 오바마는 고심했다. 언론과 재계는 종래 시각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바라보았고 비판했다. 오바마가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 정도로, 미국 정치판은 양 극단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오바마는 낙담하지 않고 국민 설득에 나섰다. 2014년 린든 베인스 존슨 도서관 연설에서 오바마는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지만은 않습니다. 후퇴하기도, 혹은 옆길로 새기도 한다”면서 국민들을 설득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혁신은 단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선동가와 광신자들이 승리할 때가 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노예제가 폐지되고, 여성이 투표권을 행사하고, 정부가 기업을 규제하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던 시대가 있었다.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 진보에 대한 반동이 세상을 지배했던 때도 있었다. 진보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졌다가 금세 종적을 감춰버리기도 했다. 몇번 정치적인 위기에 처했던 오바마는 뚝심으로 헤쳐나갔다고 저자는 평한다.

저자는 “오바마는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에게 돌아올 손해를 기꺼이 감내했던 용기있는 인물”이라고 해석한다. 오바마를 곤란에 빠뜨렸던 정치 위기의 순간으로는 딥워터 호라이즌호 석유 유출, 돼지 인플루엔자, 크리스마스 속옷 폭탄테러, 국세청 스캔들, 연방 의료보험, 중앙아메리카 피난민 사태 등을 꼽을 수 있다.

재임 시절 오바마는 실패도 했고 좌절도 맛보았다. 저자는 향후 역사가 오바마를 입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저자는 “오바마의 업적은 외형적으로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중요한 성과를 일궈냈던, 신중하고 일관적인 통치자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은 지도자가 기득권에 젖어있는 지지자들과 반대파들을 어떻게 설득해나가는지 그 과정을 설명해준다. 종래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언론과 정치인, 그리고 국민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노력의 과정이다. 이제 막 새 정부를 출범시킨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