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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고리 5·6호기 운명, 전문가에게 물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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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8 23:46:00 수정 : 2017-06-28 23: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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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 식견 없는 일반인이
원전 정책 결정하는 건 위험
3개월 내 결론은 어불성설
정부가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공론화 절차 준비에 나섰다. 공론화 과정을 지원할 태스크포스가 어제 국무총리실에 설치됐다. 다음달까지는 공론화위원회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10명 안팎의 위원 인선이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3개월간 여론조사와 TV토론회 등을 거쳐 이르면 10월쯤 시민배심원단에 의해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고 한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향방을 가늠하는 원전 운명이 일반인의 손에 달린 것이다.

하지만 공론화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심상치 않다. 공론화 과정이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용한 절차임을 인정하더라도 전문적 판단을 요하는 정책의 결정권까지 비전문가 집단에 맡길 수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원전 공사의 중단 여부는 원전의 안전성과 함께 국가의 중장기 에너지 수급 계획, 친환경 에너지 대책, 해외 원자력 시장 진출, 에너지 도입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정부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지만 일반인에게 그런 전문적 식견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자칫 잘못된 판단으로 엉뚱한 결론이 내려질 경우 천문학적인 손실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특히 원전의 폐쇄로 전력 요금이 오르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시민배심원 선발 방식을 놓고 대표성 문제나 공정성 시비에 휩싸일 소지도 있다.

촉박한 공론화 일정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탈원전을 추진하거나 원전 가동을 축소하는 외국에서는 오랜 기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원전 폐지를 결정했다. 우리 정부가 참고로 한다는 독일만 하더라도 25년이나 걸렸다. 스위스는 이보다 긴 33년이 소요됐다. 이에 반해 탈원전을 가늠하는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결정 짓는 우리의 공론화 기간은 불과 3개월이다. 정부 발표가 ‘이미 결론이 내려진 요식행위’로 의심을 사는 이유다.

문재인정부가 여론을 내세워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여론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국가지도자는 때론 여론의 부담을 무릅쓰고 고독한 결정을 내리는 용기를 지녀야 한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과정을 상기해보라. 1968년 착공 때 야당은 “자가용족 부자들의 전용도로다. 혈세낭비”라고 비판했다. 부자들만 자동차를 소유하던 시절이니 야당의 주장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당시 국가지도자가 지금처럼 일반 국민들에게 의견을 물었다면 산업화의 일등공신인 경부고속도로가 과연 생겨날 수 있었겠는가. 국가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여론의 흐름을 과도하게 좇아선 안 된다. 인기 영합의 함정에 빠지면 훗날 국가적으로 엄청난 재앙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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