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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끓는 냄비 속 ‘개구리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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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8 21:22:10 수정 : 2017-06-30 14: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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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이어 친문 ‘주류 교체’ 나서
보수 야당 중대 위기 맞았으나
절감 못하면 자멸은 시간문제
선공후사 정신으로 쇄신해야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주류(mainstream)’ 교체를 시도했다. 그해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원내 과반을 차지했다. 행정·입법부를 꿰찬 최초의 진보세력. 친노는 거칠 게 없었고 이상은 높았다. 김대중정부는 ‘진보 피’를 수혈했다. 노무현정부가 법·제도를 바꾸면 주류는 보수에서 진보로 대체되는 것이다. 사회 지배 세력과 가치 및 질서의 좌클릭.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 입법’ 추진은 신호탄이었다.

보수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야당·언론·단체는 뭉쳐 반노 전선을 구축하고 싸웠다. 친노는 자만했고 서툴렀다. 민생은 버려두고 개혁 속도전에만 열올렸다. 민심은 떠났고 친노는 고립됐다. 결국 꿈은 꺾이고 내리막이 시작됐다.


허범구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 집권은 ‘주류 교체 시즌 2’를 뜻한다. 문 대통령은 1월 펴낸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우리 정치의 주류세력을 교체하는 것이 ‘역사적 당위성’이라고 했다. ‘친일→반공·산업화→지역주의를 이용한 보수.’ 주류세력은 화장만 바꿔가며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는 게 문 대통령 시각이다. 적폐 청산은 과업이다.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 제로, 탈원전 시대 등을 선언하며 국정 전반에 진보의 가치를 심고 있다. 북한 관계 등 외교안보의 기조도 바꾸려 한다. 내일 한·미 정상회담은 분수령이다. 문 대통령은 오늘 새벽 미국땅을 밟았다. 친문은 진보 정책 못박기를 서두르고 있다. 학습효과로 전략은 진화했다. 시즌 2는 승산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최종 병기다. 인사난맥에도 끄떡없다.

보수는 다시 중대 위기에 처했다. 상황은 13년 전보다 고약하다. 보수 야당은 밉상이고 무력하다. 문 대통령 인기의 조력자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스스로 보수라는 응답이 확 줄어 25%도 안 된다”며 “보수라는 게 창피하고 지지할 정당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다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분열했다. 대언론 관계도 예전만 못하다.

최근 한국당 토론회에선 “재집권을 영영 못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참석자들은 ‘매력적인 젊은 피’ 영입과 정치 쇄신 등을 제언했다. 말은 맞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 9% 한국당은 개혁할 힘도, 의지도 없다. 인재를 데려올 능력도 바닥났다. 새 대표를 뽑는 7·3 전당대회는 흥행이 전혀 안 된다. 홍준표, 원유철 후보는 어제 합동토론회에서도 진흙탕 싸움을 벌여 국민 짜증만 불렀다. 이혜훈 대표를 뽑은 바른정당 경선도 파리를 날렸다.

위기라는 걸 알면 최악은 아니다. 모르면 답이 없다. 입으로만 위기를 떠드는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대선 패배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전무하다.

한국당은 ‘발목잡기 놀음’에 빠져 있다. 장관 후보자 비토에는 재미 들인 모습이다. 여권을 견제하는 줄 착각한다. 17대 국회엔 ‘수의 힘’이 통했다. 열린우리당은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었다. 20대는 아니다. 국회선진화법이 있고 여당은 120석에 불과하다. 한국당이 틀면 국회는 멈춘다. ‘협치 환경’이 야당 위기의식을 무디게 하고 있다.

보수 위기의 근원은 ‘선공후사’ 정신의 실종이다. “이 나라를 세우고 지키며 키웠다”는 보수의 기본 가치.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책임은 리더십의 요체다. 이명박, 박근혜정부에서 선공후사는 사라지고 각자도생이 만연했다. 보수는 수구, 꼰대가 됐다. 국정농단, 대통령 탄핵, 대선 참패는 예고된 추락이었다.

각자도생은 보수 재건이 비관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당 의원은 세 부류다. 뻔뻔한 친박. 탄핵이 대선 패인이라는 아집에 빠져 반성, 책임은 안중에 없다. 탄핵파이면서도 잔류한 소심한 비박. 바른정당에서 돌아온 치사한 비박. “내가 우선”이 공통점이다. 쇄신용 희생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내주 ‘홍준표 대표’ 선출이 유력시된다. 변화의 새바람이 불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필패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더 망가져야 정신차릴 것”이라고 했다.

냄비 안에서 물이 서서히 끓는데도 모르는 개구리. 뛰쳐나가지 못하고 죽는다. 한국당도 그냥 있으면 ‘폭망(폭삭 망하다)’은 시간문제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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