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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외고·자사고 등 5개교 재지정… 의미와 전망은

입력 : 2017-06-28 18:46:24 수정 : 2017-06-28 2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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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권 없어 ‘교육감 한계’ 절감… 2018년 선거도 감안한 듯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8일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 등 5개교를 재지정한 것은 교육감으로서 권한의 한계와 내년 교육감 선거 등을 두루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의 외국어고·자사고 폐지 공약에 대한 해당 학교 학부모·교장단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에서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굳이 ‘총대’를 멜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수도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교육감으로서 이 같은 행태는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교육감이 그동안 외국어고와 자사고 폐지를 소신처럼 밝혔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 두번째)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5개 국제중· 외고·자사고 재평가 결과 및 고교체제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조희연 “행정 행위의 한계 있었다”

조 교육감은 서울외고와 경문고 등 3개 자사고를 재지정한 이유로 재평가 대상 학교가 모두 지정취소 기준(60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재평가를 2015년 ‘2년 지정취소 유예’ 결정을 내렸던 평가지표·방식과 동일하게 적용했다. 외국어고·자사고 재평가는 학교 운영과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적정성 등 12개 항목, 27∼30개 지표에 따른 정성·정량 평가로 이뤄졌다. 전체 100점 가운데 학교 재정 및 시설 점수가 17∼20점, 구성원들 만족도가 12∼15점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취소 기준 점수가 70점에서 60점으로 하향 조정된 데다 해당 학교가 지난 2년간 지속적인 보완 노력을 한 까닭에 웬만한 결격사유 없이는 탈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지정 취소를 하려고 해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교육부 장관의 동의가 필요해 지속성·일관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조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육감에게 주어진 것은 ‘지정취소권’이 아니라 ‘평가의무’일 뿐”이라며 “정부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교육청이 대신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어고·자사고가 입시 위주 경쟁교육과 사교육비 증가, 고교 서열화의 주범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지만 “행정 행위와 제도 개선 사이에는 엄연한 간극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외국어고·국제고 학부모들이 27일 서울 이화여자외고에서 열린 전국 학부모대표회의에서 ‘외고·국제고 폐지 결사반대’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든 채 문재인정부의 고교 교육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센 반발에 속도 조절 나섰나

자사고·외국어고 학부모와 교장단이 거세게 반발한 것도 이번 재지정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자사고교장연합회와 학부모연합회, 전국외고교장협의회와 학부모연합회 등은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거의 매일 폐지 반대 성명과 항의집회를 열어 “한 곳이라도 폐지되면 집단행동은 물론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였다.

특히 조 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일부 교육감 자녀들이 외국어고와 자사고, 강남 8학군 고교를 나온 게 밝혀지면서 고교체제 개편에 국민 여론이 악화한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이 같은 반발 여론을 의식해 ‘코드’가 맞는 조 교육감을 통해 외국어고·자사고 폐지에 관한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아직 인사청문회(29일) 전이고, 오는 7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고교 내신의 절대평가로의 전환 여부 결정 등 굵직한 현안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야권에 공격의 빌미를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전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고교체제 개편 전반에 대해서는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충분한 국민 소통과 의견수렴을 거쳐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학부모들의 자사고 및 외고 폐지 반대 움직임을 비판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긍정적 판단” vs “무책임한 변명”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재지정 결정은 아직 외국어고·자사고 존폐에 관한 입장을 정하지 않은 다른 시·도교육청의 향후 정책 결정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외국어고·자사고 폐지를 공식 건의했다.

그로부터 닷새 후인 지난 14일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경기지역 외고와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재지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공론화가 됐으나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많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전국단위 학생 선발 자사고인 민족사관고 폐지에 대해,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세종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 각각 부정적인 입장이다.

교육계는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결정에 대해 환영과 비판으로 확연하게 갈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당장의 교육 혼란을 잠재우고 교육의 안정성을 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한다”고 환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서울시교육청이 특권학교 학부모들의 눈치를 살피며 일반학교 정상화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모든 책임을 중앙정부에 떠넘기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무책임한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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