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슬리퍼로 완성한 패션… 이 여자 멋 좀 아네?

입력 : 2017-07-04 20:58:04 수정 : 2017-07-04 20:57:5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올 여름 핫 아이템 ‘슬리퍼’
사투리와 복고 열풍을 불러왔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여주인공 성나정은 서울남자 ‘칠봉이’에서 무심하게 “내 딸딸이 어디 갔노?”라고 물어본다. 당황한 칠봉이와 달리 성나정은 계속 ‘딸딸이’를 찾는다.

경상도 사투리로 ‘딸딸이’는 슬리퍼다. 딸딸거리는 소리를 내며 끌고 다니기 때문에 다소 망측한 ‘별칭’이 붙은 게 아니냐는 추측만 무성하다. 

앞뒤가 뻥 뚫린 슬리퍼는 호칭조차 딸딸이나 쓰레빠로 대충 불리는 존재다. ‘추리닝’과 함께 동네패션을 상징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바보 봉구의 차림새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격식을 갖춘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단정한 차림의 드레스 코드를 강조하며 슬리퍼 착용을 금지한다.

그러나 올여름 슬리퍼의 위상은 조금 다르다. 슬리퍼 앞에 트렌디 아이템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을 만큼 대우가 달라졌다. 

슬리퍼는 ‘추리닝’과 함께 동네 복장으로만 치부됐지만, 최근에는 소재를 고급화하고 디테일이 화려한 다양한 슬리퍼가 나오면서 멋 부리지 않는 자연스러운 패션의 일부로 부상하고 있다.
안야 힌드마치 제공
◆비에도, 더위에도 편안한 슬리퍼

최근 슬리퍼 선호 경향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뉜다. 욜로(YOLO)로 대변되는 편안함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것이 한 축이고, 슬리퍼 자체가 패션의 한 흐름이며 더 이상 쓰레빠 취급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또 다른 축이다.

굽이 낮고 착용감이 좋은 슬리퍼를 선호하는 이들이 전자로 볼 수 있다. 애슬레저(Athleisure) 영향으로 활동성 좋고 편안한 신발에 대한 욕구가 늘어난 것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발가락 사이로 바람이 숭숭 들어오니 시원해서 좋고, 비 오는 날에는 곳곳에 파인 물웅덩이 사이를 텀벙거리며 다니다가도 깨끗하게 말리면 되니 실용성에서 최고다. 

ABC마트 제공
편안함을 추구한다고 디자인 요소도 축소한 것은 아니다. 이런 이들을 위해 자연스럽게 꾸미지 않았지만 멋스러운 느낌을 살려줄 수 있는 슬리퍼들이 대거 나왔다.

슈즈 멀티 스토어 ABC마트에 따르면 호킨스의 ‘락온(LOCK-ON) 슬라이드’는 신고 벗기가 편리한 기본 슬리퍼 스타일에 스트랩과 버클을 가미해 스포티즘 감성을 강화했고, 누오보의 ‘라우디(LOUDY) 4’는 가죽 꼬임 장식이 돋보이는 가죽 슬리퍼로 오피스룩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여성들을 겨냥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힘입어 ABC마트의 5~6월 슬리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0% 이상 증가했다. 이에따라 ABC마트는 락온 슬라이드의 물량을 전년보다 3배가량 높여 출시하기도 했다.

ABC마트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애슬레저 트렌드 영향으로 신고 벗기가 편하고 실용적인 신발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랜드로바 역시 지난 5월 말 선보인 코르크슈즈 판매량이 껑충 뛰며 출시 한 달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랜드로바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늦게 출시된 코르크슈즈가 전년보다 더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며 “캐주얼룩 트렌드 확산으로 구두나 캐주얼화를 사러 매장을 방문했다가 코르크 슈즈까지 구매해 간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슈콤마보니 제공
◆화려한 디테일의 슬리퍼 패션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엔 소재를 고급화하고, 디테일을 화려하고 풍성하게 살린 슬리퍼들이 각광받고 있다. 싼맛에 사는 슬리퍼가 아니라 그 자체가 패션의 완성이다.

최근 ‘뮬(Mule) 스타일’이라는 신발은 슬리퍼의 진화된 말이라고 보면 된다. 다양한 앞모양에 뒤꿈치가 뚫린 형태다. 뒷모양은 슬리퍼 모양이라 발만 스윽 밀어넣으면 슬리퍼처럼 편하게 신을 수 있는데, 앞은 토오픈 느낌으로 살짝 뚫려있기도 하고, 가끔은 영락없는 로퍼나 스니커즈 모양이기도 하다. 앞모양만큼이나 굽 높이도 다양하다. 가격도 높다.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도 훌쩍 넘어선다. 그런데 없어서 못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슈콤마보니(SUECOMMA BONNIE)는 크리스털 큐빅을 사용해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멜로디 슬라이드’와 독특한 스퀘어 굽의 ‘폴리곤 뮬’로 인기를 끌고 있다. 멜로디 슬라이드는 크리스털 큐빅 장식으로 디자인에 포인트를 준 제품으로, 직접 개발한 고무 소재 캐쥬얼 샌들 창을 매치해 편안함을 강조했다.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안야 힌드마치(Anya Hindmarch)가 브랜드의 대표 아이콘 ‘스마일리’를 모티브로 한 양털 슬리퍼와 계란 프라이 장식의 양털슬리퍼를 내놓았더니 제품이 완판되기도 했다. 가격은 100만원대. 명품 가방 하나를 살 정도의 고가 상품이지만 독특한 디자인에 패션피플들은 열광했다. 고무 소재의 검정 슬리퍼에 로고와 다양한 패턴을 새겨 넣거나 복슬복슬 밍크털을 붙인 지방시의 슬리퍼 역시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이 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슬리퍼는 편안하고 쉽게 신을 수 있지만 자칫하면 너무 격식 없어 보이거나 굽이 없어 전체적으로 짧아 보일 수 있는 단점이 있다”면서 “발목이 드러나는 슬림한 팬츠 정장에 매치하거나 전체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라운지웨어 등에 코디하면 더욱 멋스럽게 신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
  • 블랙핑크 로제 '여신의 볼하트'
  • 루셈블 현진 '강렬한 카리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