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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제주살이 화폭에 담은 김품창 작가

입력 : 2017-09-18 17:03:17 수정 : 2017-09-18 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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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눈을 가진 존재로 다가와… 이상세계는 깨달음의 세계
“나의 그림은 모든 자연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명체와 인간이 서로 어울리는 공간이다. 그들 모두가 서로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소통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상세계다. 그것이 곧 참된 우주질서인 것이다.”

제주에서 작업하고 있는 김품창 작가의 ‘어울림의 공간-제주환상’전이 20일부터 내달 2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에는 제주 사계절의 풍광을 화폭가득 담아낸 작품들이 출품된다.

“나는 보고, 또 보고 그 풍경이 비로소 가슴에 녹아내려 몸 구석구석으로 파고들어서 화면에 옮겨 놓고 싶어 못 견뎌질 때 비로소 그 풍경을 나만의 화폭에 초대한다.”

그는 2001년 여름 제주로 내려 왔다. 답답한 서울에서의 탈출이었다.

“제주라는 새로운 환경은 무척이나 이질적이었고, 생소한 낯설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오로지 나의 가족만이 유일한 벗이었다..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뀜에 따라 변하는 경이로운 자연현상과 그 속에서 서서히 발견되어 드러나는 작은 생명체들은 신비로움으로 나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어느시점부터 그들은 나에게 친구로 다가와 말을 건네는 듯 했다.”
그는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제주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 하는 어울림의 공간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모두가 서로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서로 소통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상세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17년의 제주생활은 동화적 판타지가 됐다.

“나의 그림에서는 하늘, 땅, 바다의 구별을 두는 것을 중요시 하지 않다. 표현되어 지는 모든 생명체들과 대상 모두가 둘이 아닌 하나로 귀결된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의 독립된 존재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나의 그림에서는 서로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평화와 공존, 사랑과 소통을 이야기한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는 인간의 우월적인 사고에서 나온 것이며, 이는 곧 대 자연의 질서와 순리를 거스르는 잘못된 발상인 것을 깨달았다.”

그는 최근 원시 숲 곶자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숲속을 찾아가면 끝없는 자유를 느낀다. 서로가 서로를 해하지 않고 자라면 자라는 데로,꺾이면 꺾이는 데로,쓰러지면 쓰러지는 데로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는 나무에 눈을 그려 넣기 시작 했다. 그리고 돌에도 숲속에도 눈을 그려 넣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 가치와 의미를 존중 해 줄 수 있을 때 비로써 모두가 공존하는 것이다.”

그는 몇 년전 집근처의 가로수들이 개발이란 명분으로 마구 잘려나간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말 못하고 움직이지 못 하는 나무, 아무런 저항의 몸짓이 없는 나무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전기톱에 잘려 쓰러져야 한다는 사실에 잔인함을 느꼈다. 그후 나무 등 모든 대상에 절로 눈이 그려졌다. 윈시 애니미즘의 회복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숨골, 곶자왈과 오름 등 바다와 숲, 제주의 사계를 전시장 가득 펼쳐 놓는다. 제주의 가을 바람을 전시장에서 맛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편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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