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역인 경기 남양주 능내역은 역 앞마당에서 놀던 아이들의 사진 등 옛 흔적을 담고 있다. 기차가 다니지 않지만 추억을 돋우는 공간으로 변했다. |
매일 같은 칸에 타는 그 애에게 용기를 내 쪽지를 건넬까, 말이라도 한마디 건넬까 밤새 고심하지만 눈이라도 마주칠 것 같으면 애써 먼 산을 바라본다.
어느 날부터 그 아이가 보이질 않는다. 말 한마디 못 해본 채 그렇게 학창 시절의 한 페이지가 흘러갔다.
승강장에서 나란히 기차를 기다리던 그 아이의 머리에도 어느덧 흰 서리가 조금 내려앉았을 것이다. 그 아이와 함께 기다리던 통학기차는 이제 세월이 흘러 사라졌다. 그대로일 줄 알았던 기차역 역시도 곳곳에 쓸쓸함만 묻어 있다. 그나마 글자가 헤진 헌 간판과 삐걱 소리가 나는 헌 나무의자를 보며 빛바랜 옛 추억을 떠올릴 뿐이다.
경기 남양주의 능내역은 이런 가을의 추억을 펼치기 적당한 곳이다. 마음속 어딘가에 있지만 찾지 못했던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오래된 능내역 간판. |
하지만 이 폐역이 이젠 새록새록 추억을 돋우는 공간으로 변했다. 폐역은 곳곳이 옛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흑백사진으로 덮여 있다. 기차역을 찾은 아빠와 아들이 손잡고 선로를 걷는 사진, 역 앞마당에서 놀던 아이들의 사진 등 옛 흔적을 담고 있는 추억의 장이 된 것이다. 사진 속 주인공은 나이가 들었겠지만, 지금은 새로운 추억을 남기기 위해 능내역을 찾은 젊은이들도 많다.
자전거를 타고 능내역을 지나면 북한강 철교를 지난다. 북한강 철교는 옛 중앙선 철길을 개조한 것으로 기존 철로를 걷어내고 나무데크를 활용해 자전거를 타고 건널 수 있게 했다. |
능내역은 한강변을 끼고 달려온 자전거 라이더들로 붐빈다. 역 앞엔 자전거를 타고 오는 이들을 위한 휴게 장소가 있어, 가을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라이더들이 쉬어가는 장소가 됐다. |
서울 등에서 꼭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찾지 않아도 된다.
능내역 인근엔 주차장이 조성돼 있고,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 곳도 있다. 능내역에서 자전거를 빌리면 양수역까지 왕복 1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중간에 북한강 철교를 지난다. 북한강 철교는 옛 중앙선 철길을 개조한 것으로 기존 철로를 걷어내고 나무데크를 활용해 자전거를 타고 건널 수 있게 했다. 도보로도 건널 수 있다.
남양주종합촬영소의 신성일, 엄앵란 동상. |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촬영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판문점 세트. |
물의 정원에서는 가을 햇살과 강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
남양주=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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