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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날의 추억 속으로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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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21 10:00:00 수정 : 2017-09-20 21: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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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 빼곡한 경기 남양주 능내역
폐역인 경기 남양주 능내역은 역 앞마당에서 놀던 아이들의 사진 등 옛 흔적을 담고 있다. 기차가 다니지 않지만 추억을 돋우는 공간으로 변했다.
똑같은 검은 교복을 입은 또래중 유독 눈에 띄는 아이가 있다. 같은 기차를 타지만 두 정거장 먼저 내린다.
매일 같은 칸에 타는 그 애에게 용기를 내 쪽지를 건넬까, 말이라도 한마디 건넬까 밤새 고심하지만 눈이라도 마주칠 것 같으면 애써 먼 산을 바라본다.
어느 날부터 그 아이가 보이질 않는다. 말 한마디 못 해본 채 그렇게 학창 시절의 한 페이지가 흘러갔다.

승강장에서 나란히 기차를 기다리던 그 아이의 머리에도 어느덧 흰 서리가 조금 내려앉았을 것이다. 그 아이와 함께 기다리던 통학기차는 이제 세월이 흘러 사라졌다. 그대로일 줄 알았던 기차역 역시도 곳곳에 쓸쓸함만 묻어 있다. 그나마 글자가 헤진 헌 간판과 삐걱 소리가 나는 헌 나무의자를 보며 빛바랜 옛 추억을 떠올릴 뿐이다.

선선한 가을 바람에 마음이 ‘심쿵’하다. 사계절중 가장 마음을 들썩이게 하는 때가 왔다. 마음 한구석에 고스란히 담아뒀던 옛 추억의 한 조각이 떠오르는 그런 때다.

경기 남양주의 능내역은 이런 가을의 추억을 펼치기 적당한 곳이다. 마음속 어딘가에 있지만 찾지 못했던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오래된 능내역 간판.
다니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는 역 앞의 기찻길 위로 잡풀이 무성하다. 찾는 이 없는 폐역이다.

하지만 이 폐역이 이젠 새록새록 추억을 돋우는 공간으로 변했다. 폐역은 곳곳이 옛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흑백사진으로 덮여 있다. 기차역을 찾은 아빠와 아들이 손잡고 선로를 걷는 사진, 역 앞마당에서 놀던 아이들의 사진 등 옛 흔적을 담고 있는 추억의 장이 된 것이다. 사진 속 주인공은 나이가 들었겠지만, 지금은 새로운 추억을 남기기 위해 능내역을 찾은 젊은이들도 많다. 

자전거를 타고 능내역을 지나면 북한강 철교를 지난다. 북한강 철교는 옛 중앙선 철길을 개조한 것으로 기존 철로를 걷어내고 나무데크를 활용해 자전거를 타고 건널 수 있게 했다.
능내역은 한강변을 끼고 달려온 자전거 라이더들로 붐빈다. 역 앞엔 자전거를 타고 오는 이들을 위한 휴게 장소가 있어, 가을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라이더들이 쉬어가는 장소가 됐다.
기차는 오지 않지만, 이곳은 한강변을 끼고 달려온 자전거 라이더들로 붐빈다. 역 앞엔 자전거를 타고 오는 이들을 위한 휴게 장소가 있어, 가을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라이더들이 쉬어가는 장소가 됐다.

서울 등에서 꼭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찾지 않아도 된다. 

능내역 인근엔 주차장이 조성돼 있고,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 곳도 있다. 능내역에서 자전거를 빌리면 양수역까지 왕복 1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중간에 북한강 철교를 지난다. 북한강 철교는 옛 중앙선 철길을 개조한 것으로 기존 철로를 걷어내고 나무데크를 활용해 자전거를 타고 건널 수 있게 했다. 도보로도 건널 수 있다.

남양주종합촬영소의 신성일, 엄앵란 동상.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촬영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판문점 세트.
능내역에서 떠올린 옛 추억의 감성에 좀 더 빠져들고 싶다면 남양주종합촬영소도 있다. 영화세트장이자 촬영장이다. 야외시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판문점’이다. 보는 순간 송강호, 이병헌 등이 나온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떠오른다. 실제 판문점 90% 크기의 세트다. 또 실내시설로 들어가면 한국영화의 역사가 그대로 전시돼 있다. 최근 개봉한 국내 영화보다는 신성일, 엄앵란 등이 주연으로 활동하던 ‘방화’라 불리던 시절의 모습들이 대부분이다. 세월이 흘렀지만, 이들이 한창이던 시절의 영화포스터와 다양한 영화 장면을 보면 그 당시의 기억이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

물의 정원에서는 가을 햇살과 강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여유롭게 한강의 풍경을 즐기려면 운길산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물의 정원’을 들려도 좋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과 강바람을 맞으며 강변산책로를 거닐어도 좋고, 곳곳의 의자에 앉아 강 풍경을 바라봐도 된다. 강 풍경을 즐기다 보면 정원 한 곳에서 한 아마추어 음악가가 부는 색소폰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 등 제법 운치가 있는 음색이 귀를 거슬리지 않는다.

한강변에서 즐기는 차 한잔의 여유도 빼놓을 수 없다. 한강을 바라보는 풍광이 좋아 많은 카페가 있지만 가격이 비싸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럴 땐 커피전문점 체인점을 찾아가보자. 외국 커피 체인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를 판매하는 국내 커피체인점도 북한강변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강 위로 허공에 떠있는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 한 잔은 꽤나 매력적이다.

남양주=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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