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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의 저주’ 끊어라] “엘리베이터 위치까지 주민 의견 수렴”

입력 : 2017-10-20 06:00:00 수정 : 2017-10-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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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릴리 리치먼드시 시민서비스 최고책임자 / 경기장 건설 앞서 폭넓게 정보 공유 / 주인의식·자부심 느껴 결속력 강화
“리치먼드오벌은 올림픽이 아닌 시민들을 위해 건설됐습니다. 올림픽은 이를 위한 촉매제였을 뿐이지요.”

리치먼드시는 밴쿠버 인근 위성도시 중 최근 가장 급격히 발전 중인 곳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목재소와 창고 등이 즐비한 공장지대였지만 2000년대 초반 아시아계 이민자 등이 모여들면서 고급주택지로 개발됐다. 다만 도시가 생성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다인종 이민자들로 구성된 리치먼드 시민들을 하나로 묶을 구심점이 없었다. 밴쿠버 도심과 휘슬러에서 예정됐던 올림픽 경기 개최에 리치먼드시가 뛰어든 이유다. 지난 7월 리치먼드시 리치먼드오벌에서 만난 캐시 볼커링 칼릴리(사진) 리치먼드시 시민서비스 최고책임자는 “리치먼드오벌은 도심의 시티센터와 함께 지역 커뮤니티 핵심 시설 중 하나이며 동시에 올림픽 개최지의 자부심을 담고 있는 리치먼드시의 상징이다”고 밝혔다.

칼릴리 최고책임자는 리치먼드시가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 유치에 뛰어든 뒤 경기장 건립 기획 전반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이 건립기획의 순서가 독특하다. 경기장 건설에 앞서 사후활용 방안을 먼저 마련했다. 그는 “처음 유치 확정 소식을 듣고 바로 경기장 용도 계획에 나섰다. 시 차원에서 팀을 만들고 일반시민, 전문선수단, 지역사회단체들 등에 대회 이후 시설을 어떻게 사용할지 의견을 모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경기장 건설 예정지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다양한 행사도 열었다.
리치몬드 오벌 피트니스센터.

이 의견을 바탕으로 전문적 연구검토를 거쳐 본격적으로 경기장 설계에 착수했다. 설계과정에서도 지역사회 리더와 지역사회 스포츠단체 리더 등 시민사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 정부기관 등과 모든 정보를 공유했다. 이들의 건의를 참고해 시민체육시설 운영 등에 필요한 공간을 미리 확보하는 등 사후활용을 염두에 둔 설계를 만들어나갔다. 심지어 올림픽 이후 설치될 경기장 내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위치까지 사전에 세세하게 결정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건설된 리치먼드오벌은 대회 이후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지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칼릴리 최고책임자는 “리치먼드는 전체 인구 중 59%가 아시아 이민자로 구성된 다인종 도시다. 이들이 오벌에 모여 탁구, 유도 등 각 민족의 정신이 담긴 종목을 함께 즐기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포츠뿐 아니라 지역회의 등 행사와 주민커뮤니티 내 문화행사 등도 이곳에서 열려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리치몬드오벌 올림픽기념관
물론 리치먼드오벌이 커뮤니티시설로서의 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다. 소중한 올림픽 유산인 만큼 밴쿠버올림픽의 영광을 남기는 데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오벌 안에 올림픽의 순간순간이 담긴 역사관이 운영되고 벽 곳곳에도 밴쿠버·리치먼드 지역과 캐나다 올림픽 영웅들의 이야기가 전시돼 찾는 이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리치먼드시민들의 자부심이 돼 지역사회를 한층 더 단단하게 하고 있다.

칼릴리 최고책임자는 “시민들이 올림픽이 열린 역사적 건물의 건설과정에 참여해 리치먼드오벌에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면서 “이런 주인의식 속에서 올림픽을 치른 경험과 가치가 빠른 시간 안에 시민사회를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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