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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뜨락] 자꾸만 바라보면 미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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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7 19:42:00 수정 : 2017-11-17 1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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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원

표절을 하겠다 대놓고 제목부터 표절을 하겠다 자꾸만 바라보면 미워지겠지 누가 부르는 노래인 줄도 모르고 누가 작사했는지 누가 작곡했는지도 모르지만 일단 표절하겠다 자꾸만 바라보면 미워지겠지 예전에 아주아주 예전에 어떤 여자가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부르고 나를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몹시 쓰라리지만 이런저런 개인사를 가슴에 묻고 공개적으로 표절하겠다 알게 모르게 표절이 횡행하는 표절의 왕국에서 표절해서 돈도 벌고 명예도 얻는 나중에 표절이 밝혀지면 한번 멋쩍게 씩 웃어주고 마는 표절 대마왕들이 설치는 나라에서 나는 까짓것 만인이 보는 앞에서 표절하겠다 자꾸만 바라보면 미워지겠지 믿어 왔던 당신이기에 돈도 명에도 안 되는 표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 쏟아져 흐른 눈물 가슴에 안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무 목적도 없는 표절 비실비실하는 표절 호기롭게 베끼다가 그냥 제풀에 흐지부지 꼬리를 내리는 표절의 존재를 증명하겠다 자꾸만 자꾸만 바라보면

-신작시집 ‘에르고스테롤’(파란)에서

◆ 박순원 시인 약력

△충북 청주 출생 △2005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 ‘아무도 사랑하지 않겠다’ ‘주먹이 운다’ ‘그런데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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