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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 고독으로 빚어낸 아름다움… 레아 인, 개인전

입력 : 2017-11-21 11:10:05 수정 : 2017-11-21 1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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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루클린 활동 레아 인(인은주) , 21일 어반플루토 갤러리서 작품 선봬
삶을 누리기 보다는 대개 일상에 짓눌린채 살아가는 세상에서, 예술가가 해낼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예술가라는 이름을 당당히 내걸고 ‘그저 체제에 기생하라’는 명령을 단호히 거부하면서 내면의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세계의 형상을 그려내야 하지 않을까. 

이에 응답하려고 분투하는 작가들 중심에, 레아 인(인은주)이 있다. 

그에게 ‘몽환’은 항상 영감을 주는 요소이자 에너지를 건네는 힘의 원천이다. 작가는 꿈 속 같은 분위기를 긍정적인 고독감과 연결시켜 아름다움과의 상관관계를 시각적으로 표출해낸다.

질서와 맥락에 갇히지 않은, 표현의 열린 의식은 마침내 캔버스를 벗어나 스스로 자유의 경지를 획득해간다. 한 걸음 더 성큼 몽환의 세계로 걸어 들어간다. 

사실 ‘몽환’은 우울과 외로움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희망을 상징하기도 하고, 바라보고 있으면 심신이 편안해지는 따뜻함을 지녔다. 상실감을 느낄 때 더욱 힘을 발휘하는데, 정작 마주하면 마음 한 켠에서부터 무언가 채워지는 치유의 기능도 한다.

15살때 캐나다 토론토로 건너 간 레아 인은, 그곳에서 다른 모습의 인류를 경험하고 규제없이 너그러운 다양한 문화를 습득했다. 미국 시카고로 옮긴 이후로도 가족을 떠나 홀로 견디며 추운 겨울을 살아가는 독립심을 배웠고, 여전히 이방인이자 외국인으로 존재하며 새로운 문화 가치를 흡수해 나갔다. 이런 몸부림은 창조적인 사고관을 형성하는데 기여한 바 크다. 시카고의 도시건축과 풍경에 대한 기억들, 특히 North Well에 있는 레스토랑 ‘수시삼바’에서 보낸 저녁과 호수를 따라 걷던 길들은 그가 꿈같은 세계를 묘사하는데 이바지한 요소들이다.

과거에 내가 존재했던 공간이지만 지금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공간들에 대한 그리움이 보인다. 기억은 있는데 더 이상 그 곳에 없는 나에 대한 이미지들을 찬찬히 들려준다. ‘몽환’은 레아 인의 주제를 더욱 명징하게 표현해주는 적절한 장치다.

종종 그는 회전목마를 모티브로 삼아 그림을 그리곤 하는데, 회전목마가 동물원이 되고 유니콘의 몸통이 날아다니는 산으로 변형되기도 한다. 그가 흠미하는 존 미첼의 뒤 엉킨 추상선들이 그의 작업에서 드러나는가 하면, 그의 터치는 관객들이 좀 더 동심의 세계에 빠져들게끔 인도하는 구실을 한다.

레아 인은 자신의 그림과 대화하면서 꾸준히 ‘내가 고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영감을 떠올리면서부터 이미지를 완성시키기기까지 완전한 고독 속에서 오늘도 작가는, 자신을 위로한다. 흐드러진 색과 선들은 거침이 없고, 일상의 소소함까지 화면에 옮겨놓은 분방한 조형은 기성의 가치로 규정되기 어렵다. 작가는 스스로 틀을 깨고 고정된 의식을 타파함으로써 마침내 비상할 수 있는 시공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20세기 Blue Rider, 라파엘 루빈스틴의 프로비져널 페인팅 논리는 나의 작업을 미술의 역사와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작품을 하기에 앞서, 어린 아이와 같은 태도가 나의 작업을 좀 더 즉흥적으로 만들고, 계산적이거나 규칙적인 것들을 사라지게 한다고 믿는다. 나의 작업에는 꿈같은 느낌이 있는데, 이는 내가 밖에 있는 세계를 관찰하기 때문이다. 나는 특정 아카데미컬한 스텐다드 페인팅을 거부하기에 나의 페인팅에는 어린 아이의 그림같은 느낌이 깃든다. 코브라 아트 처럼, 나의 2012∼2014년 작업은 뉴욕 브루클린에서의 불안하게 살아가던 경험들을 바탕에 깔고 있다. 작가로서 나는 일상의 활동과 변하는 감성을 깊은 형태로 기록하는데 책임감을 느낀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중인 레아 인의 작품들을 21일 어반플루토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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