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NK 리포트] 탈북민 유인·납치 혈안… 南체제 비난 ‘나팔수’ 활용

입력 : 2017-11-21 19:12:51 수정 : 2017-11-21 21:49:1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南에 얼굴 알려진 인물 주로 표적 / 종편 출연한 임지현 北매체 등장 / 6·25후 3만여명 탈북… 886명 행불 / 보위성 요원 납치 주 무대는 접경지 / 연변 말·장사꾼 위장… 표시 안 나 / 재북가족 시켜 송금 요구도 허다 / 탈북민들 잦은 협박에 고통 가중
한 탈북민은 최근 소스라치게 놀랄 일을 겪었다.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국가보위성(옛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이 북한에 두고 온 딸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에 있는 어머니(본인)를 데려올 것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그는 “한국에 온 지 10년도 넘었는데 보위성이 딸에게 그런 접근을 했다는 얘기에 너무 놀라 그날 접시를 두 개나 깨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에 두고 온 딸이 혹시 남한에 있는 나 때문에 고초를 겪을까 걱정스러워서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불안해했다. 이 탈북민은 현재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

◆“유명 탈북인이 재입북 공작 대상”

국내 정착 탈북민을 겨냥한 보위성의 유인·납치공작 시도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 얼굴이 알려진 인물일수록 보위성의 납치 표적이 될 확률이 높다. 강제 재입북시킨 뒤 북한매체에 출연시켜 한국체제 비난의 나팔수로 활용하기 좋은 대상이라는 점에서다.

통일부에 따르면 6·25전쟁 정전 이후 입국한 탈북자는 지난 9월 기준 3만1093명이다. 이중 거주지 불명자가 886명(7월 기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통일부는 현재 재입북한 탈북민은 26명(10월 기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종합편성채널(종편)에 출연해 얼굴이 알려져 있던 임지현(북한이 밝힌 이름은 전혜성)씨가 북한 선전매체에 등장해 한국 사회를 비난해 파장을 일으켰다.

함경남도 요덕수용소 출신 생존자인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김정일 시대의 탈북민은 숨기고 격리해야 하는 존재였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탈북민을 체제 선전도구로 활용하는 공세적 접근을 하고 있다”며 “한국 방송을 통해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탈북민을 (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체제 선전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탈북민을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로 유인해 바로 납치를 실행하면 되므로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점이 있다고 한다. 확보된 탈북민은 북한으로 데려가거나 즉시 처단한다. 탈북민의 한국행을 돕는 활동을 벌이는 인물이 표적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5월 북한 양강도 혜산시와 접경한 중국 지린(吉林)성 바이산(白山)시 장백조선족자치현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재중동포(조선족) 목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보위성 요원들의 납치극이 벌어지는 주요 무대는 북·중 접경지역이다. 중국에 워낙 많은 보위성 요원과 탈북민이 나와 있어 방심하는 순간 화를 당할 수 있다. 사업 또는 선교활동으로 체류하는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취재 목적으로 방문하는 언론인들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압록강 철교를 사이에 두고 평북 신의주와 맞닿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서 20년 넘게 선교활동을 벌여온 한 목회자는 “보위성 요원들은 평범한 장사꾼으로 위장하고 다니기 때문에 겉으로 전혀 표시가 나지 않는다”며 “주로 감시자이기 때문에 김일성·김정일 부자 배지를 달지 않는 이들이 많고 연변 말씨를 쓰면서 자신을 조선족이라고 소개한다”고 전했다.

재입북한 탈북민 임지현(북한이 밝힌 이름은 전혜성)씨가 북한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 나와 국내 종합편성채널(종편)을 비판하고 있다.
◆민간인 납치는 보위성이 주도

한국에서 활동 중인 탈북민 재북(在北) 가족의 경우 보위성의 강도 높은 조사에 시달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지현씨 파문이 국내에 확산하고 있던 지난 8월 탈북민 박모씨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며칠 전 북한의 가족들이 도 보위성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중국을 통해 들었다”며 “임지현의 재입북 이후 혹시나 하고 걱정하던 일이 결국 현실로 되었다”고 말했다.

재북 가족을 시켜 탈북민에게 송금을 요구하는 일도 허다하다고 한다. 한국으로 넘어온 가족을 둔 재북 가족은 보위성의 감시 대상이다. 한국과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이유로 보위성 요원들은 수시로 이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탈북민의 혈육에 대한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앞세워 자꾸 돈을 요구하거나 중국에서 만나자는 식으로 유혹한다”며 “이 때문에 심적인 괴로움을 호소하는 탈북민이 많다”고 전했다.

보위성 요원들의 탈북민 납치 및 금품 요구는 이들의 개인적 이해관계와도 맞닿아 있기에 더욱 기승을 부릴 개연성이 크다. 안 소장은 “유명인을 (북으로) 데려오는 데 따른 인센티브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탈북자 9명이 모자 또는 후드티,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남파 공작원 출신인 김동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보위성 요원들이 한국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해서 송금을 요구하고, 돈을 보내기 어렵다고 하면 협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보위성이 그만큼 돈이 부족하고 요원들이 살기가 급박해졌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접경지역에서의 민간인 유인과 납치는 보위성이 주도하고 다른 기관은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보위성은 원래 대외 공작기관이라기보다는 보안·방첩기관의 성격이 강하다. 국가정보원의 국내 및 대공수사 파트에 해당한다. 김동식 책임연구위원은 “민간인 유인·납치는 오리지널 대남 공작업무와는 구분되는 일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힘을 세게 쓸 일도 없고 권총을 사용할 일도 없는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이런 일은 전부 다 보위성에서 하는 것으로 보면 되고 정통 대남 공작원은 신분노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민간인 납치를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래저래 탈북민은 마음고생이 심하다. 안찬일 소장은 “탈북 비용은 엄두를 내지 못하니 차라리 북한 가족에게 돈만 보내주는 탈북민이 있는데, 중간에 배달사고가 나거나 브로커한테 사기도 당하고 상납금으로 이리저리 떼이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