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K리그 대상 시상식. MVP를 수상한 전북현대 이재성 등 베스트11에 선정된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실 최근 3~4년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쟁력 하락 원인은 매우 단순하다. 대표 선수 발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속만 유럽팀일 뿐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그라운드를 밟았고 이는 곧바로 부진한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중국,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 역시 지지부진한 경기력으로 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렇다면, 이들이 어떻게 계속해서 국가대표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었을까. 일단 이상하리만큼 K리그 선수들을 냉대했던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은 “K리그서 최고의 선수들이라면 유럽에서는 B급일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해 팬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K리그를 B급으로 바라본 것이 전임 감독들뿐이 아니었음을. K리그 선수들을 ‘해외 진출을 안 한’ 선수가 아니라 ‘해외 진출을 못 한’ 선수로 생각하는 시선이 분명 팬들의 머릿속에 존재했다. 그리고 이는 국가대표 감독들이 K리거들을 ‘푸대접’하는 밑바탕이 됐다. 여론에 유난히 민감했던 슈틸리케 감독이 끝까지 해외파 기용을 고집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밑바닥 정서를 캐치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서필웅 기자. |
이 부분에서 한 가지가 명확해진다. 한국축구가 바뀌기를 요구하기에 앞서 축구팬들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K리그는 약하지 않다’는 사실을 팬들이 인정하고 K리거들의 국가대표 기용에 힘을 실어주어야만 향후 순수 실력과 컨디션에 의거한 제대로 된 선수 선발이 가능해진다. 다행히 지난 두 달간의 ‘우여곡절’ 덕분에 이런 인식 변화의 실마리가 생겼다. 이 실마리를 잡고 한국축구의 근본적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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