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월드 이슈] "'힘없는 정부'는 원치 않는다"… 배수진 치는 메르켈

입력 : 2017-11-21 19:29:47 수정 : 2017-11-21 23:07: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獨 연정협상 결렬 파장/과반의석 안 되는 ‘소수 정부’ 거부/ 협상 결렬 정계 일각 책임론에도/“총리 사퇴 없다” 내년 집권 의지/ FT “퇴진 땐 유럽 통합 새 위기”/ 여론도 “메르켈 4연임 지지” 58% “‘소수 정부’는 원치 않는다. 재선거도 마다하지 않겠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자유민주당·녹색당과의 협상이 결렬된 20일(현지시간) 이렇게 말했다. 의회 과반을 확보하지 않은 ‘힘없는 정부’를 택하느니 아예 선거를 다시 치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선거를 실시해도 판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선거는 지난 9월 총선에서 제3당으로 급부상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세만 불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메르켈 총리가 최대 혼란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생각에 잠긴 메르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연방의회 본회의에 참석해 한 손으로 턱을 괸채 생각에 잠겨 있다.
베를린=AP·dpa연합뉴스
◆‘포스트 메르켈’ 논의할 때인가


독일 정치권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포스트 메르켈’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기민당)이 1949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냈고, 연정 구성까지 실패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기민당 내 보수진영을 이끄는 알렉산더 미치는 “메르켈 총리는 총선을 낭패로 이끌었을 뿐 아니라 정부구성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자유민주당(자민당)의 폴커 비싱도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민당 대표가 협상을 중단했지만 직접적 책임은 메르켈 총리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메르켈 총리는 그 어느 순간에도 이번 연정에 공동 토대를 제공하지 못했다”며 “그는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지난 총선에서 의회 입성에 성공한 AfD도 “메르켈의 시대는 갔다”고 압박했다.

메르켈 총리에 대한 재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12년간 독일을 이끌면서 유럽의 맹주로 위상을 끌어올린 그를 대신할 만한 인물이 아직 없다는 현실론적 인식이 깔려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칼럼에서 “메르켈 총리는 현존하는 최장수 서방 지도자”라며 “이번 정치 위기로 퇴진이 가시화하면 그동안 추진된 유럽 통합 프로젝트들이 곤란에 처하는 등 새로운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에도 총리하겠다”… 확고한 메르켈

메르켈 총리는 이번 일로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협상 결렬 직후 사퇴 여부를 묻자 “지난 총선에서 4년 더 일하겠다고 이미 약속했다”며 “내년에도 총리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국민들도 연정 합의 결렬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총리에 대한 신임도는 큰 차이가 없다.

제1공영 ARD TV의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7%는 이번 협상 결렬을 비판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에 결렬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10%를 밑돈다. 응답자의 32%가 자민당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를 잘못 운영하느니 운영하지 않는 게 낫다”며 협상장을 박차고 나간 린트너 자민당 대표의 지지율은 2주 만에 13%포인트나 하락했다.

메르켈 총리 지지율은 2주 전에 비해 3%포인트 떨어진 54%를 기록했다. 메르켈 총리의 4연임에 대해서도 58%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메르켈 총리가 소수 정부 구성을 거부한 만큼 앞으로 새 협상이 없다면 결국 재선거가 치러질 것이라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
  • 블랙핑크 로제 '여신의 볼하트'
  • 루셈블 현진 '강렬한 카리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