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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몹쓸 짓을 한다던데"… 술자리 피하는 새내기들

입력 : 2018-03-11 19:28:21 수정 : 2018-03-11 2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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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직장 신입 여성들 거부감 커 / 커뮤니티선 거절 핑계까지 공유 / 전문가 “가해자 징계 수위 확립을”
“교수님들이 학생들한테 술자리에서 몹쓸 짓을 한다던데….”

서울의 한 사립대 새내기 전모(20·여)씨는 대학 교수들과의 대면식 술자리가 걱정이다. 최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고백을 통해 드러난 상상을 초월한 대학가 성범죄에 ‘나도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렇다고 술자리를 마냥 피하면 자칫 학과에서 소외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올 초 입사한 직장인 박모(27·여)씨도 술자리가 불편하기만 하다. 나이 지긋한 상사들이 술만 마시면 “얼굴이 예쁘다”, “몸매가 좋다” 등 외모 품평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박씨는 “(술자리에서) 상무가 ‘남자 많은 곳엔 여자가 앉아 있어야 한다’, ‘외부 미팅 나갈 땐 방긋방긋 웃다 와야 한다’ 등 발언을 해 속상한 적이 있다”며 “술자리가 더 불쾌해져 어떻게든 피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미투 운동이 잇따르면서 대학과 직장 등 새내기 여성들의 술자리 고민이 늘고 있다. 처음 만난 교수·선배·상사들과 관계를 감안하면 술자리에 참석해야 하지만 성범죄로 이어졌다는 미투 폭로를 들은지라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명지전문대·서울시립대·세종대 등 대학가에선 교수들의 성범죄 혐의가 미투로 폭로되면서 연일 교내 여론이 뜨겁다. 대학가 익명게시판 ‘대나무숲’에는 “술자리가 끝나고 노래방을 갔는데 교수가 막무가내로 키스를 시도했다”, “교수가 나를 모텔에 끌고 가 성폭행했다” 등 폭로가 계속되고 있다. 직장인들의 폐쇄형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라인드’도 “본부장이 툭하면 여직원을 껴안고 블루스에 맞춰 춤을 추더라”, “상사가 내 몸을 더듬었다” 등의 글이 올라온다.

일부 여성 커뮤니티는 술자리를 거절할 핑계를 공유하기도 한다. 아프다고 하거나 집안의 통금 시간 등을 내세우든지 하는 팁을 ‘생활의 지혜’로 나누는 것이다. 대학교 대나무숲에도 “선배들이 술자리에 오라고 해도 단호히 거절하라”, “새내기는 술자리가 많을 텐데 절제해 마셔라” 등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대학 총여학생회는 “3차 뒤풀이부터는 참여하지 말라”고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술자리 자체보다 직위가 높은 사람의 성추행처럼 그간 고쳐야 했던 사회적 과제를 제대로 못 고친 게 미투의 원인”이라며 “성추행 가해자 처벌과 징벌 등 수위를 제대로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사회학)도 “우리 사회는 건전한 여가문화가 발달하지 않아 사회생활이 곧 ‘술’로 직결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건전한 여가 활용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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