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16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제3차 협상에서 이틀째 주요 쟁점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과 마이클 비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를 수석대표로 한 양국 협상단은 이날 워싱턴DC USTR 청사에서 자동차, 무역구제, 원산지 등의 세부 분과별로 협상을 계속했다. 미국이 오는 23일부터 수입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 때문에 FTA 개정 협상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띤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철강 관세 부과 조치의 면제 논의와 FTA 협상을 연계하면서 자동차·부품 관련 비관세 무역장벽 해소, 원산지 규정 강화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우리 측은 세탁기·태양광 제품에 이어 철강까지 높은 관세를 부과한 미국의 조치가 부당한 만큼 관세법 등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맞서면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규정과 ‘불리한 가용 정보(AFA)’ 조항 등의 수정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입 철강에 25%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 회원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일시 면제토록 했고, 이는 다음달 나프타 8차 협상에서 철강 관세를 지렛대로 유리한 고지에 서려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우리 협상단은 미국이 한미FTA 협상에서도 나프타와 비슷한 전략을 쓸 것이라는 점에 대비해왔다.
애초 이틀간 예정됐던 협상이 이처럼 진통을 겪으면서 우리 협상대표단은 다음주에도 워싱턴DC에 남아 한미FTA 개정과 철강 관세 면제를 연계한 협상을 계속하기로 해 주목된다.
특히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유명희 통상교섭실장을 비롯한 협상단은 철강 관세 면제 문제 등과 관련해 소기의 성과를 거둘 때까지 배수의 진을 치고 계속 미국에 남아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이 된 나라들과의 면제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개별국가들과 그러한 담판을 계속하고 있다. 마감일이 될 것으로 믿는 다음 주말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차 협상 직후 보도자료에서 “양측은 집중적 협의를 통해 이슈별로 실질적 논의의 진전을 거뒀고, 향후 협상을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최근 발표된 철강 232조 조치와 관련해서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 공동 발표문 형식의 보도자료인데 “이슈별로 실질적인 논의의 진전을 거뒀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담겨 눈길을 끈다. 양측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진행된 한·미 정상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간 공조가 얼마나 굳건한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줘야 할 시점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 대표단이 보다 융통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전화통화에서 “한국산 철강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점과 한미 정책 공조가 긴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면제조치를 적극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로스 장관은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한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지명자가 위원장 내정을 며칠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부과 결정과 관련,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관세면제 가능성을 자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경제 평론가로 활동해오던 커들로 내정자는 지난 11일 방영된 뉴욕 라디오 방송 ‘AM 970’과의 인터뷰에서 “캐나다, 멕시코, 호주가 (관세부과 대상에서) 면제됐다. 모든 유럽도 면제될 것으로 장담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시아의 우리 동맹국들도 면제될 것으로 단언한다”면서 “중국이 면제를 받지 못하는 유일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언급을 한 지 사흘 뒤인 지난 14일 차기 NEC 위원장에 내정됐다. 자유무역주의자인 커들로 내정자는 그동안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폭탄 조치에 반대해왔다. 그는 “정면을 때려 시선을 끈 뒤 거래를 하는 것이 그(트럼프 대통령)가 하는 방식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트럼프식 협상 방식”이라며 수입산 철강에 대해 25%, 알루미늄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키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협상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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