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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조양호 ‘눈가리고 아웅’식 사과… 사태 수습 역부족

입력 : 2018-04-23 19:51:56 수정 : 2018-04-23 20: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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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측근 석태수 전문경영인 선임 ‘꼼수’ 지적 / 현아·현민 자매 퇴진해도 지배구조 불변 / 시민단체 “사태 책임지고 조회장 물러나야” / 관세청, 대한항공 본사 등 다시 압수수색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2일 공식 사과하고,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과 준법위원회 설립 계획 등을 내놨지만 사태 수습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오너인 조 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그룹 지배사의 주요 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는 자녀가 보직에서 사퇴한들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처럼 언제든 다시 복귀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한진그룹의 대책이 진정성을 결여한 채 일단 ‘큰비’를 피하고 보자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한진그룹은 23일 사내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신설하는 준법위원회 위원장에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을 위촉했다. 전날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해 유사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겠다”고 조 회장이 밝힌 뒤 이뤄진 발 빠른 조치다.

왼쪽부터 조현아, 조양호 회장, 조현민
문제는 조만간 조직개편 등을 통해 도입할 전문경영인 체제다. 전문경영인 부회장으로는 한진칼의 석태수 사장이 임명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가 ‘전문경영인’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부터 제기된다. 그룹의 오너인 조 회장이 버젓이 자리에 있는데 그 밑의 부회장이 전문경영인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반문이다.

특히나 석 사장은 1984년 대한항공으로 입사해 그룹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사실상의 ‘한진가 사람’이란 얘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석 사장은 경영에 관한 한 ‘칼’ 같은 면모가 있어서 그동안 회장에게 직언을 마다하지 않았던 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상황에서 총수가 아닌 최고경영자가 전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면서 “오너 회장이 있는데 사장을 부회장으로 올렸다고 해서 전문경영인이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조현아·현민 자매가 경영 일선에서 퇴진한다고 해도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변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조 회장과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사장, 조 전무 등 일가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대주주다. 이들은 모두 합쳐 30%도 안 되는 지분을 갖고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한진칼은 그룹의 주력회사인 대한항공과 진에어, ㈜한진, 칼호텔네크워트 등의 자회사 지분을 최소 22%에서 최대 100%까지 보유하고 있다.
민중당 서울시당이 16일 서울 중구 한진그룹 앞에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폭력행위 의혹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을 마치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진칼의 주요 의사결정은 조 회장과 조 사장, 석태수 사장 등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회사의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는 지난해 9차례 진행된 이사회에서 19건의 안건 모두에 전원 ‘찬성’ 의견만 냈다.

이 같은 지배구조에서 유사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이번 사태 책임을 지고 조 회장부터가 물러나고, 이런 오너 가문이 다시 경영에 복귀할 수 없도록 관련 법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금융권의 경우 현재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조세포탈 등으로 처벌받은 경우 대주주 자격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밀수·관세포탈 등으로 처벌받는 항공업주에도 준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세관당국은 조 회장 일가 자택에 이어 대한항공 사무실을 전방위로 압수수색하면서 밀수·탈세 의혹 조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주말 한진그룹 3남매의 자택과 인천공항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지 불과 이틀 만인 이날 다시 대한항공 본사 전산센터, 한진관광 사무실, 김포공항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세종=안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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