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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서류조작에 땅 잃은 봉은사… 정부, 80억 배상”

입력 : 2018-04-23 19:33:15 수정 : 2018-04-24 00: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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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강남 토지’ 손배소 원고 승소 판결 / 농지개혁 과정서 못 돌려받아 / 환원소송 나섰지만 패소 판결 / 봉은사, 작년 손해배상 소송 제기 / “정부 토지와 관련해 이득 없어” / 재판부, 배상책임 80%로 제한 / 한전 부지 놓고도 정부와 갈등
공무원들 잘못으로 토지 소유권을 잃은 대한불교조계종 봉은사 측에 정부가 약 80억원의 손해를 물어주게 됐다. 서울 강남의 최대 사찰인 봉은사는 현대차그룹이 총 105층에 달하는 신사옥 건립을 추진 중인 한국전력(한전) 부지를 놓고서도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9부(부장판사 배성중)는 23일 봉은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정부는 봉은사에 79억9632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봉은사와 정부의 갈등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승만정부는 농지개혁 사업을 벌이면서 강남구 대치동 일대 토지 793.39㎡(약 240평)를 사들였다. 정부가 매입 목적과 달리 경작자에게 분배하지 않은 땅이 생기면서 문제가 생겼다. 농지로 쓰지 않은 땅을 원소유자에게 돌려줘야 했던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토지도 농지 분배에서 제외되면서 1968년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봉은사로 소유권을 돌려주는 게 옳았다. 그런데 서울시내 구청 공무원으로 일하던 백모씨와 김모씨가 끼어들어 일이 꼬였다. 1971년 토지 상환 대장 등을 허위로 꾸며 엉뚱한 제3자들 앞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버린 것이다. 백씨 등은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978년 유죄가 확정됐다.

봉은사는 토지를 되찾기 위한 소송에 나섰으나 2015년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소유권이 넘어간 지 이미 오래돼 제3자들의 취득이 인정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해당 토지의 시가 총액은 99억9540만원에 달했다. 봉은사는 “정부는 공무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지난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번에 봉은사 손을 들어주며 “정부는 공무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봉은사 측은 제3자가 소유권 이전 등기를 끝내고 취득할 때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정부도 해당 토지 처분과 관련해 이득을 본 게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정부 배상책임을 80%로 제한했다.

신라 원성왕 10년(794년)에 창건된 봉은사는 강남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조계종이 공개한 2016년도 직영사찰 5곳의 재정 자료를 보면 총수입이 309억9500만원으로 조계사(287억3800만원)보다 많았다. 신도 수도 2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봉은사가 토지 소유권을 놓고 정부와 대립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계종이 2016년 “한전 부지는 원래 소유자인 봉은사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한전 부지 환수위원회를 꾸려 활동한 게 대표적이다.

강남구 삼성동의 한전 부지는 현대차그룹이 2014년 낙찰받아 한전에 10조원을 주고 사들였는데 원래 소유자는 봉은사였다. “박정희정권 시절인 1970년 정부가 조계종을 속여 한전 부지를 포함한 봉은사 소유 토지를 법적 효력 없이 강제로 수용했다”는 것이 환수위원회의 주장이다. 봉은사 역사문화환경보존대책위원회는 2016년 “현대차그룹의 한전 부지 매입과 관련한 대가성 특혜 의혹을 수사해달라”며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정몽구 회장을 각각 뇌물죄, 뇌물공여죄로 고발하기도 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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