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한 대학생이 관련 집회에서 ‘내 몸은 불법이 되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의 위헌 또는 합헌 여부를 가리기 앞서 공개변론을 개최해 양측 견해를 듣는다. 이진성 헌재소장 임기가 오는 9월 끝나는 만큼 조만간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21일 헌재에 따르면 낙태죄 공개변론은 오는 24일 오후 2시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다. 이는 ‘낙태죄를 폐지해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 사건이 지난해 헌재에 청구된 데 따른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 A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총 69회에 걸쳐 여성 환자를 상대로 낙태 시술을 했다가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낙태죄가 헌법 위반이라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지난해 2월 본인이 직접 헌재에 같은 취지의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A씨 측 대리인단은 헌재에 낸 헌법소원 청구서에서 “태아는 그 생존과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므로 태아가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로서 모와 동등한 수준의 생명이라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치 않는 임신 및 출산에 대한 부담을 여성에게만 부과하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형법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헌재에 낸 의견서에서 “낙태죄는 합헌”이라며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태아의 생명 보호는 매우 중요한 공익이고 낙태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한다면 사실상 대부분의 낙태를 허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반박했다.
염수정 추기경(왼쪽 3번째)이 지난해 12월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반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참석해 다른 천주교 인사들과 함께 서명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다만 천주교 등 종교계 일각의 거센 반대가 막판 변수다. 천주교는 지난 3월 낙태죄 위헌·폐지에 반대하는 신자 등 국민 100만여명의 서명이 담긴 서명지와 탄원서를 헌재에 전달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여성의 행복추구권 등이 소중한 것은 틀림이 없지만 그것들보다 생명권이 우선”이라며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낙태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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