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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천영우, "주한미군 감축 없는 북한 비핵화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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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24 07:17:16 수정 : 2018-05-24 09: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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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진보 진영에 이어 보수 진영에서도 주한 미군 감축 불가피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최근 ‘포린 어페어즈’ 기고문을 통해 북한과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미국 시사 종합지 ‘애틀란틱’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미 동맹이 장기적으로 다자안보협력체제로 전환하기를 바란다고 발언에 파문을 일으켰었다. 문 특보에 이어 이번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이 23일(현지시간) ‘애틀란틱’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한미군 감축 없는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천 전 수석은 이 매체에 “북한의 비핵화가 필요하다면 한국이 주한 미군 감축 상황에서 살아가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미국과 협상을 해야 한다면 주한 미군의 일부를 철수시키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 미군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뉴욕 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방부에 주한 미군 감축 계획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었다고 보도했었다. 트럼프 정부는 주한 미군 문제가 지닌 민감성을 고려해 이를 즉각 부인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주한 미군 문제는 북·미 회담장이 아니라 한·미 동맹 간에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천 전 수석은 주한 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한 북한이 핵무기를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주한 미군 문제가 협상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임에도 불구 한국의 보수 진영은 어떤 경우에도 주한 미군 철수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주한 미군 감축 필요성을 제기하면 “모든 보수 세력이 나를 십자가에 매달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지난 2006∼2008년까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북한 핵 문제를 직접 다뤘고, 2010년∼2013년까지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을 지낸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북한 문제 전문가이다.

천 전 수석은 ‘주한 미군이 계속 주둔하면서 북한이 핵무장을 유지하는 상황’과 ‘주한 미군도 없고, 북한도 핵무기가 없는 상황’ 중에서 어느 쪽이 한국인의 안전을 위해 더 나은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천 전 수석은 “미국이 한·미 동맹 공약을 계속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나, 주한 미군이 반드시 현재와 같은 병력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틀란틱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간 그랜드 바게인의 일부로 한·미 동맹 체제의 종식이나 변형을 요구할 수 있고, (한·미) 동맹에 회의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것을 강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 폐기와 김정은 정권 보장을 맞바꾸도록 그를 유인하려는 열망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애틀란틱은 “한국의 많은 보수적인 인사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포용하고, 남북 평화를 실현하려는 열망으로 남북 화해가 진전되면 미국과의 안보 협력 관계를 청산하거나 축소하는 것을 지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 전 수석은 “한국의 보수 진영이 현재와 같은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으려 하면 북한 핵위기를 해소할 길은 없다”고 가세했다.

천 전 수석은 그러나 한·미 양국이 주한 미군의 일부 철수와 북한의 부분적인 비핵화를 맞교환하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주한 미군 철수가 결정된다면 문 대통령 입장에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었고, 트럼프 정부가 이를 문 대통령에게 강요한 것처럼 비치는 것”이라며 “이렇게 해야 한국 국민을 설득하기가 쉬워진다”고 주장했다.

천 전 수석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주한 미군 문제를 제외하고 모든 문제에서 합의점을 찾았을 경우를 상정해 보라”고 말했다. 북·미 간 역사적인 합의를 하는데 마지막 걸림돌로 주한 미군 문제가 남아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군을 철수하거나 최소한 감축하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게 된다면 트럼프가 어떻게 할 것인지 천 전 수석이 문제를 제기했다. 천 전 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물어볼 것”이라며 “재인, 당신이 주한미군 철수에 동의하기만 하면 북한에 더는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 등 모든 게 해결된다고 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문 대통령에게 “북한이 핵무장을 하고, 주한 미군이 남아 있는 것과 주한 미군이 철수하고, 북한이 비핵화하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고 천 전 수석이 주장했다. 천 전 수석은 “문 대통령 입장에서 이것은 매우 난감한 질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때 트럼프는 미국이 보다 안전하도록 북한의 비핵화와 주한 미군 철수를 맞교환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을 수 있다고 그가 지적했다. 천 전 수석은 “문 대통령이 흥분할 수는 있지만 아마도 격렬하게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고, 트럼프에게 ‘마음이 내키지는 않지만, 당신의 충고를 받아들이겠소’라고 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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