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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 여론 무서워 영장 남발?…경찰 '묻지마 구속 수사' 논란

입력 : 2018-05-27 19:59:39 수정 : 2018-05-27 21: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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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버 사진 유포 용의자 등 / 구속영장 기각률 7년 새 5%P 늘어 / “‘불구속 수사=실패’ 강박 문제”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사건에서 경찰의 무리한 강제수사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데도 비판 여론이나 실적을 과도하게 의식해 나타난 ‘과잉수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유튜버 양모(24·여)씨의 알몸 사진을 재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던 강모(28)씨가 전날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풀려났다. 법원은 “긴급체포 자체가 위법”이라고 밝혀 경찰이 긴급체포 요건도 충족되지 않은 피의자를 무리하게 붙잡았음을 내비쳤다. 경찰은 “증거인멸 우려 등이 있다고 봤지만 법원 판단을 감안해 향후 처리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명 여성 유튜버의 알몸 사진을 재유포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피의자 강모씨가 26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법원은 “긴급체포 자체가 위법했다”면서 영장을 기각했다.
연합뉴스
대중의 관심이 높으면 사안의 중대성과 무관하게 구속영장 신청이 정해진 ‘수순’처럼 이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4일 이른바 ‘물벼락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 대표적이다. 구속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했으나 여론 역풍을 우려해서인지 영장 신청을 강행했다. 영장은 법원은커녕 검찰 문턱도 넘지 못한 채 반려됐다. 경찰은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 대해 이렇다 할 반박을 하지 못했다.

경찰은 최근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의 비리 의혹 수사에서도 김 시장 친동생 등 4명을 구속하려고 했다가 매번 법원과 검찰에 가로막혀 체면을 구겼다.

경찰의 무리한 구속 시도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 경찰은 총 4만9825건의 구속영장을 신청해 기각률이 21.4%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6년에는 3만4912건의 구속영장을 신청해 기각률이 27.2%로 집계됐다. 영장 신청 건수는 줄어들었는데 기각률은 올라간 셈이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여전히 ‘구속=성공한 수사’란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꼬집는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형법)는 “불구속 수사는 실패한 것이라는 수사기관 내부의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며 “피의자 구속 건수를 개인 실적으로 평가하는 관행도 구속 여부에 매달리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경찰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 내년부터 전국 지방경찰청에 영장 신청의 타당성 등을 따지는 ‘영장심사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법원 판례를 정교하게 분석할 인력 확보 등이 어려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변호사 특채 경찰관들의 수사부서 의무 근무 기간을 현행 5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중”이라며 “영장심사관 확대를 통해 피의자 인권보호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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