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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무죄'가 불붙인 '비동의 간음죄' 논쟁

입력 : 2018-08-16 19:40:07 수정 : 2018-08-16 21: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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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집회 열고 입법 촉구 / “항거불능 상태 입증 떠넘겨” / 일각 “무고한 피해자만 양산” / 관련법안 7건 2년째 국회 계류 / “의원들 직무유기 아니냐” 지적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비동의간음죄’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했다. 20대 국회 들어 관련 법률안이 발의됐는데도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의원들이 직무유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형법이 비동의간음죄를 인정하지 않아 안 지사에 대한 무죄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담당 재판부 설명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비동의간음죄란 성행위 상대방, 주로 여성의 명시적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는 일종의 성폭행으로 간주해 강간죄와 마찬가지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강간죄를 규정한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해 ‘폭행’과 ‘협박’을 핵심 구성 요건으로 삼고 있다. 이에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 또는 ‘항거가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빠진 경우에만 강간죄가 성립함으로써 적용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지난 14일 오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나타나자 여성단체 회원 등이 '엄벌'을 외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이번에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서부지법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례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강간으로 규정’(노 민스 노 룰), ‘명시적 동의가 없으면 강간으로 보는 규칙’(예스 민스 예스 룰) 등 표현을 써가며 “상대방의 성관계 동의 의사 없이 성관계로 나아갈 경우 이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체계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정책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세계일보가 20대 국회 2년간 발의된 형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조사한 결과 비동의간음죄 도입에 관한 법안이 총 7건 발의돼 있다. 주요 내용은 형법 297조의 ‘폭행 또는 협박으로’ 문구를 ‘상대방 의사에 반하여’로 바꿔 강간의 정의를 ‘상대방 동의를 얻지 않은 성관계’로 고치자는 것이다. 이들 법안은 모두 법제사법위원회 등에 계류만 된 상태로 별다른 입법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여성단체 등으로 구성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살겠다 박살내자’라는 제목의 집회를 열고 안 전 지사 항소심 유죄 선고와 함께 비동의간음죄 도입도 촉구하기로 했다.

비동의간음죄를 두고 법조계는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우려와 ‘현행 강간죄 인정 기준이 너무 엄격해 가해자를 처벌하기 어려우니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할 때 피고인으로서는 동의를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형사소송법 절차가 있는 이유는 무고한 시민을 유죄로 판결하지 말라는 것인데 동의 여부가 제대로 입증되지 못할 경우 많은 사람이 피의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법무법인 평원 김보람 변호사는 “강간 성립 기준인 폭행과 협박 강도를 엄격히 해석해 처벌돼야 할 사람이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관계자도 “가해자들한테 유리한 프레임이 생겨나는 이유가 바로 ‘합의 하에 이뤄졌다’는 것”이라며 “비동의간음죄가 도입되지 않으면 지금처럼 항거불능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을 피해자가 법정에서 직접 입증하지 못하는 한 무죄 선고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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