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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무기징역’ 이영학, 2심 판단 달라진 근거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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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15 11:00:00 수정 : 2018-09-15 15: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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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보니 / 이영학, 반성문 40여차례 제출 / 피해 회복 시도는 안 해
“모든 사정을 고려해 준엄한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사형을 선고한다.”(1심 재판부)

“교화 가능성 등을 부정해 사형에 처할 정도라고 보이지는 않는다.”(2심 재판부)

지난 6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김우수)는 여중생 살인범 이영학(36)에 대해 이같이 1심과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사형은 가혹하다”는 이영학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셈. 피해자 아버지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심 판단을 믿을 수가 없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사형수로서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아 사람이 되겠다”던 이영학은 무기징역으로 감형을 받고도 대법원에 상고해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심과 2심 판결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추행유인 범행만 계획적”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2심 재판부는 우선 이영학이 추행을 목적으로 딸을 사주해 피해자를 유인한 추행유인 범행에 대해서만 계획성을 인정했다. 피해자를 강제 추행하고 살해한 것도 모자라 사체를 야산에 유기한 일련의 범행은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했다고 볼 수 없으며 증거도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강제 추행에 쓰인 범행 도구들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만을 위해 특별히 사전에 따로 구입하거나 준비한 게 아니다”며 “살해 범행도 자신의 신원이 밝혀질 것을 우려해 다소 우발적으로 이뤄졌다”고 판시했다.

이어 “게다가 사체 유기와 관련해서도 피해자를 살해한 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와 같은 방법을 그 무렵에 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체를 모욕할 의도로 그런 행동을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상반된 정신 감정 결과

2심 재판부는 이영학의 강제 추행이나 살인 등 재범 가능성도 높게 보지 않았다. 이영학이 “성범죄나 폭력 전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영학은 이 사건 범행 전에 사기, 무면허 운전 전과만 있었다.

무엇보다 이영학의 정신 감정 결과가 다르게 나온 점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2심에서는 A 치료감호소의 정신 감정 결과 통보서 등이 증거로 제출됐다.

재판부는 “당심에서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이 소아 성애 장애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변태 성욕이 있으나 변태 성욕 장애 진단 기준을 충족할 정도는 아니다”면서 “피고인에 대한 한국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 척도(KSORAS) 결과표의 위험성 수준은 ‘중간 단계’로 평가된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에서는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의 통합 심리 분석 결과 통보서가 증거로 제출됐다. 대검은 “IQ 86 수준의 지능을 지녔고 자기 과시적인 면이 특징적이며 변태 성욕 장애 가능성이 시사된다”면서 “지적 장애 수준에 이르는 인지 기능 저하나 정신증 수준의 사고 장애, 현실 검증력 장애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영학은 이 심리 분석의 사이코패스 평정 척도 평가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아내·계부 자살, 양형 요소 안 돼”

1심에서는 이영학 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아내가 가학 대상으로 보이는 점 등을 사형 선택 이유 등 양형 요소로 삼았다. 이런 판단도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설령 아내에 대한 성적 학대 행위가 있었다 해도 이는 아내 사망 뒤 발생한 이 사건 후속 범행의 양형에 직접적 고려 요소가 된다 볼 수 없다”며 “피고인 아내가 피고인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다 결국 피고인으로 인해 처참히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범행 이후 발생한 피고인 계부의 자살은 그 책임 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이상 이를 피고인에 대한 양형 요소로 직접 고려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반성문 위선적’ 단정 못 해”…유족은 고통

2심 재판부는 이영학이 제출한 반성문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만은 없다고 봤다. “반성문 말고는 교화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영학은 2심에서만 무려 26차례, 1심에서는 16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냈다.

1심은 반성문의 전체적인 문맥, 이영학의 법정 진술 태도 등을 근거로 형량을 줄이기 위한 위선에 불과하다고 결론 내렸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이영학의 반성문을 “조금이라도 가벼운 벌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위선적인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영학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와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고 반성하는 마음을 담아 사죄하며 한평생 빌겠다”는 취지로 줄곧 주장해왔다. 하지만 그는 피해자와 유족의 피해 회복을 위한 시도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피해자 유족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수면 장애 등에 시달리며 일상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피해자 어머니는 딸이 세상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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