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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원 vs 친환경’… 수상태양광의 두 얼굴 [심층기획]

입력 : 2018-09-16 20:15:00 수정 : 2018-09-17 09: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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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태양광 설치 찬반논란 / 밀어붙이는 농어촌公…“2022년까지 500개소에 세울 것”…‘저수지면적 10%’ 제한조항 삭제 / 농식품부 “유감… 지침 복원 추진” / 주민 반발에 잇단 제동…“수변경관 망치고 땅값도 폭락” / 지자체는 반대여론 의식 불허…농어촌公 “자재, 환경적합 판정” / 전문가 “사회적 합의 급선무” / “시공서 운영까지 안정성 검증…주민 적극 참여… 부작용 최소화…발전 수익 공유로 ‘윈윈’ 해야”
#1. 16일 경기 여주시 금사면 장흥리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금사저수지에 수상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사저수지는 농업용수 공급과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 조성된 만수 면적 24.68㏊ 규모의 인공저수지다. 주민들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이곳에 1만2100㎡ 규모의 수상태양광발전 패널을 설치하려고 지난달 21일 경기도에 발전사업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수상태양광발전 설치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생업을 좌우하는 농업용수의 원천인 저수지에 대규모 수상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면 1급 발암물질과 중금속으로 수질오염이 불 보듯 뻔할 것”이라며 “태양광발전 패널 위로 강렬한 빛이 반사되면 일대 기온 상승으로 여주쌀, 금싸라기 참외 등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 수상태양광발전소로 녹조현상이 완화하고 물고기 개체 수가 늘어나는 등 환경개선 효과를 낸 곳도 있다. 지난 7월 공사를 마치고 전력생산에 돌입한 전북 군산시 군산 제2국가산업단지 내 ‘비응도 유수지 수상태양광발전소’다. LS산전과 지역 기업들이 결성한 피엔디솔라 컨소시엄은 지난해 군산시로부터 수면을 임차했다. 에너지 공기업인 남동발전은 전체 수면 37만2000㎡ 중 22만㎡(60%)에 태양광발전 패널 5만2000여장을 깔아 발전소를 조성했다. 빗물을 잠시 모아뒀다가 바다로 흘려보내는 유수지 유휴공간에 발전시설을 설치한 이후 녹조현상이 완화하고 물고기 개체 수도 증가해 관심을 끌고 있다.
전북 군산시 군산2국가산업단지 내 비응도 유수지에 들어선 수상태양광발전소 모습. 전체 수면 37만2000㎡ 중 22만㎡(60%)에 태양광발전 패널 5만2000여장을 깔아 만든 이곳의 발전용량은 1만8700㎾로 7000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규모다. 군산시 제공
최근 수상태양광발전소 설치를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한국농어촌공사 등은 수상태양광발전소야말로 좁은 국토면적에서 산림 훼손과 환경오염 없이 손쉽게 대규모 전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사업지 일대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수생태를 포함한 주변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경관을 저해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 부처와 산하 공공기관 간에도 엇박자를 보인다. 농어촌공사는 수상태양광발전소 설치를 확대하고자 저수지 면적의 10%를 넘어서 수상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내부 농업생산기반시설 사용에 관한 지침에서 삭제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유감을 표명하며 수상태양광발전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침 복원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어촌공사 “친환경재생에너지…2022년까지 저수지 500곳에 건설”

국내 수상태양광발전 시장은 2012년 한국수자원공사가 경남 합천댐 수면에 500㎾급 발전소를 건설하면서 본격화해 최근에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주도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같은 시기 부안 청호저수지(30㎾)에서 수상태양광발전 사업을 처음 시작한 이후 지속해서 사업을 확대해 지난해까지 저수지 10곳(4㎿)에서 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올해는 34곳(106㎿)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곳을 추가로 준공할 예정이다. 민간에 수면을 임대하는 방식의 수상태양광발전소도 전남 진도 수장지구 등 17곳(30㎿)에서 운영하며 29개 지구는 건설 중이다.

농어촌공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부터 2020년까지 4123㎿ 규모의 수상태양광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세부 계획을 수립 중이다. 주민들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참여하는 민간 발전소도 2022년까지 약 500곳(4GW)을 건설한다. 농어촌공사는 보유 중인 저수지 3400여곳과 방조제 154곳 중 수상태양광발전소 설치가 가능한 곳으로 1600여곳을 꼽는다. 이곳 수면을 50% 활용하면 발전용량은 무려 2만㎿나 된다. 서울시 전체 가구(350만)가 1년을 쓰고도 남는 양이다.

한국수자원공사도 수상태양광발전 사업을 확대한다. 최근 충남 보령시 보령댐에서 2㎿ 규모의 수상태양광발전소를 준공한 데 이어 합천댐(40㎿)을 연말쯤 완공할 예정이다. 전남 영암군 학파저수지에 30㎿ 용량의 회전식 수상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등 2022년까지 전국 15개 댐 수면에 총 80㎿ 규모의 수상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다.

수상태양광발전소는 일부 지자체와 민간에서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안산시는 최근 시민 1만여명이 참여하는 햇빛발전협동조합 등과 함께 시화호 1.12㎢에 세계 최대 규모(102.5㎿)의 수상태양광발전소를 2020년까지 건립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한화종합화학은 한국중부발전과 함께 충남 당진 석문호 120만㎡에 100㎿ 규모의 수상태양광발전소를 2020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쟁에너지센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태양광발전소 신규 설치량은 446.2㎿로 전년 동기(261.3㎿) 대비 70.7% 증가했다.

지난 8일 경기 여주시 금사면 금사근린공원에서 주민들이 금사저수지에서 수상태양광을 설치하지 말라며 집회를 열고 있다. 금사저수지 수상태양광 설치반대 대책위원회 제공
◆“환경오염·경관훼손 등 불 보듯” VS “대부분 오해…과학적 검증”

수상태양광발전소 사업지 주변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환경오염과 경관훼손 등을 우려한다. 충남 서산 주민들은 천수만 일대 태양광발전사업의 부작용으로 빛 반사와 수생태계 파괴를 꼽는다. 경기 안성시 원곡면 일대 주민들은 반제저수지에 수상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면 수변 경관이 망가지고 땅값이 떨어지는 한편 송전탑 시설 설치 시 전자파가 걱정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전북 부안에서는 최근 민간 사업자가 농어촌공사로부터 영전저수지를 빌려 21만6000㎡ 중 5만6000㎡에 수상태양광발전 패널을 설치하려 하자 환경단체가 멸종위기 동식물인 가시연과 수달 서식처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며 발끈하고 있다. 이 같은 주민 반발은 충북 옥천과 진천, 충남 보령, 경북 구미 등지에서도 거세게 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런 주민 반발을 의식해 행정절차에 제동을 걸고 있다. 경기 평택시는 농어촌공사가 평택호 수면 84만㎡에 추진 중인 수상태양광발전소에 대한 인허가를 수질악화와 경관·환경훼손 등 이유를 들어 불허했다. 포항시는 2016년 농어촌공사 공모로 용연태양광발전소가 진행하려던 용연저수지 수상태양광발전사업에 대해 주민 반발 여론을 의식해 불허가 처분했다. 이에 업체가 행정소송으로 맞서 승소했지만 갈등은 여전하다.

지난 2월 충북 옥천군 이원면 개심저수지 인근에 사는 주민 100여명이 한국농어촌공사 옥천영동지사 앞에서 모여 태양광발전소 설치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이 저수지 2만4800㎡에 26㎾급 수상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추진 중이다. 옥천=연합뉴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는 수질 악화와 전자파 발생, 햇볕 반사에 따른 눈부심, 경관훼손 등 반대 측의 주장을 일축한다. 수상태양광발전소가 환경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전문 연구기관 조사 결과 수상태양광발전소 설치 때 차광 효과로 녹조현상이 30%가량 저감되고 물고기 산란환경이 조성됐다”며 “부력재 등 주요 기자재의 환경오염물질을 분석한 결과 수도법 규정 항목 모두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모듈은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고 납은 수도법 기준에 적합한 제품을 사용해 수질오염과 무관하다”며 “모듈 폐기물인 유리, 실리콘, 납은 향후 태양광재활용센터를 통해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농어촌공사는 태양광발전 패널이 저수지의 멋진 풍광을 저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해외처럼 분수대나 야간경관조명, 산책로 등을 결합해 이색명소로 꾸며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연구분석 자료도 제시했다. 국립전파연구원 측정 결과 수상태양광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0.07mG로 노트북(0.72mG)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분석에 따르면 집열판 반사광으로 인한 눈부심 현상도 코팅기술로 인해 반사율이 5.1%에 불과해 붉은 벽돌(10∼20%) 등 일반 건축물보다 매우 낮고 모듈 표면의 인위적인 세척이나 빗물로 인한 수질오염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화학융합실험연구원은 집열판 복사열이 주변 온도 상승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주변 농작물 생육 등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농식품부 “저수지 본래 목적 저해하면 안 돼”

농어촌공사에게 수상태양광발전은 수자원 관리에 필요한 자체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신사업이다. 공사는 매년 수리시설 유지관리 비용에 3000억원 이상 지출하고 있지만 국고보조는 1280억원에 그쳐 부족분 1796억원(58.4%)을 자산 매각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공사 보유 순자산가액은 1조5553억원으로 연평균 자산 처분액이 1087억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향후 14년이면 바닥이 난다는 점이다. 그 대안을 수상태양광발전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농어촌공사는 저수지 만수면적의 10% 이내로 수상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다는 제한 지침을 지난 3월 없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이 규정을 되살려 무분별한 수상태양광발전사업의 부작용을 최소화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신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해서는 필요한 사업이지만 수상태양광발전이 농업용수 공급 등의 수자원 이용의 본질적인 목적을 훼손해서는 절대 안 된다”면서 “주변 경관이나 환경도 파괴해서는 안 되는 만큼 주민 동의를 반드시 얻어서 수상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주민참여와 발전 수익 공유로 갈등 줄여야”

전문가들은 수상태양광발전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급선무라고 조언한다. 주진철 한밭대 교수(건설환경공학과)는 “수상태양광발전이 아직 국내에서 신규 사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며 “시공에서 운영까지 전반의 환경영향에 대한 여러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발전사업이 주로 외지인이나 사업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부작용을 줄이고 상호 이익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지역공동체의 갈등을 조정해온 주건일 서울YMCA 이웃분쟁조정센터 팀장은 “태양광발전사업 추진단계부터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론화 기구가 필요하다”며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이 참여해야 부작용도 낮추고 지역공동체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규성 농어촌공사 사장은 “수상태양광발전에 대한 이해 부족과 오인이 많은 만큼 충분한 사업 설명을 통해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고 합의를 통해 사업을 시행하겠다”며 “농어촌 주민이 사회적 협동조합 등을 통해 주도하는 사업을 먼저 추진해 수익이 농어민에게도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수원=김동욱·김영석 기자, 이창훈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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