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30대 남성이 총기를 이용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실탄 사격장 안전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단 경찰은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보고 있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을 나타내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날 오후 8시10분쯤 서울 명동의 한 실탄 사격장에서 손님 A(36)씨가 자신이 들고 있던 권총에서 발사된 총알을 목부위를 맞고 숨져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실탄사격장 앞에 간판이 놓여 있다. 이 사격장은 16일 30대 남성이 자신이 들고 있던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하여 영업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
경찰 관계자는 “해당 업체에서 총기대여 시 신분증 확인 등 정해진 절차를 모두 지킨 것으로 파악됐다”며 “A씨가 입장할 때 음주 등 특이사항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방경찰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실탄 사격장은 주기적으로 안전 점검을 받아야하는데, 해당 업체는 지난 4일 경찰의 안전 점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대체로 불안감을 나타냈다. 직장인 양모(29·여)씨는 “사격장에서 그런 일이 가능한 줄 전혀 몰랐다”며 “총기 소지가 가능한 미국도 아니고 사격장이 왜 필요한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종종 말썽이 있었다는 점도 불안감을 더하는 요인이다. 2001년(2차례), 2002년, 2004년 실탄 사격장에서 손님이 스스로에게 총알을 발사한 사건이 있었고, 지난해 1월 부산에서는 “목숨을 끊겠다”며 사격 도중 난동을 피운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반면 ‘호들갑’은 금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에 비해 안전 장치 등이 충분히 구비돼 있는 만큼 개인의 취미생활 정도로 취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사격장 관계자는 “사격 전 충분한 교육을 실시하고 안전요원이 바로 옆에서 지도하게 돼 있어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실탄 사격장이 따로 없는 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효과가 상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관할지구대와 파출소, 지방경찰서 등에서 주기적으로 실탄 사격장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며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이번 소식으로 정신적 고통이 느껴지거나 우울감이 가중된다면 자살예방전화 1577-0199, 복지부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