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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중단·무단 도용…'저작권 사각지대' 프리랜서 노동자 [이슈+]

입력 : 2018-09-17 19:41:10 수정 : 2018-09-17 19: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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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 ‘선노동 후임금’ 구조 악용 / 결과물 맘에 안 든다며 계약 해지 / 대가도 안주고 몰래 고쳐서 사용 / 대다수 계약서 안 써 보호 못받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A(30)씨는 지난 6월 자신이 고생해서 작업한 포스터 디자인을 도용당했다. A씨는 한 종교단체 제안으로 하계 캠프 포스터를 만들어주다 단체 측의 갑작스러운 작업 중단 통보를 받았다.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었다. 대가도 없었다. 그런데 A씨는 얼마 후 해당 단체가 자신이 만든 포스터를 약간 수정해 온라인 공간에서 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돈을 못 받고 디자인까지 도용당했어도 계약서를 쓰지 않아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17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프리랜서는 약 42만명이다. 서울만 프리랜서가 7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들은 A씨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하기도 하고 저작물에 대한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있다. 프리랜서 권익을 보호할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리랜서들이 권익을 보호받지 못하는 이유는 ‘선노동 후임금’의 시장구조 탓이 크다. 많은 업주가 “작업 결과를 본 뒤 돈을 주겠다”고 하니 우선 일부터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것이 업계 관행이 됐다. 서울시가 지난 4월 프리랜서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44.2%는 “거래 과정에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계약 해지 시 사전 통보를 못 받았다”는 응답도 60.9%나 됐다.

프리랜서를 보호할 법 역시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공정거래법이 프리랜서 일부에게 법적 보호를 제공하고 있으나 캐디나 보험설계사 등으로 제한적이어서 보호 범위가 현저히 좁다.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21일에야 프리랜서 권익 보호 조례안을 발의한 것은 이러한 움직임이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수준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6월에야 ‘프리랜서 보호법’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미래 사회에는 프리랜서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권익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노동과 자본뿐 아니라 아이디어가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개인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훔치는 행위는 하루 빨리 법과 제도로 금지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도 “과거 노동법으로 프리랜서를 보호하는 데 한계에 이르렀다”며 “공정 거래를 담보할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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