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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김정은·트럼프, ‘운명의 칼자루’ 누가 쥐었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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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18 09:27:05 수정 : 2018-09-18 10: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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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한 긴장 완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두 가지 중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관해 어떤 합의점을 찾느냐에 따라 이번 회담의 성패가 갈리게 마련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북한의 핵·미사일 리스트 제공 또는 사찰 수용과 같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약속을 받아내고, 이를 다음 주 뉴욕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함으로써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성사시켜야 하는 ‘수석 협상가’ 역할을 맡았다.

문 대통령·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벌이는 이 3각 게임에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 있다. 새 지도자는 서로 칼자루를 쥐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시작되자 세 지도자 중 누가 협상의 우위를 점할지 다양한 분석이 쏟아져 나온다.

◆수석 협상가 문 대통령

문 대통령의 이번 방북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그룹 회장, 구광모 LG 그룹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등 4대 그룹 대표가 동행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간절히 바라는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해 ‘통 큰’ 대북 투자를 할 수 있다.

미국 CNN 방송은 17일(현지시간) ‘삼성의 억만장자 총수가 왜 북한에 갈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부회장의 방북을 집중 조명했다. 남북 경협에 적극적인 문 대통령이 북한에서 수익성이 높은 무역과 기반시설 개방을 끌어낼 가능성이 크고, 이것이 대기업의 수익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CNN이 지적했다. 중국 홍콩대 한국 전문가인 스티브 정은 “만약 한국이 기업 총수들을 북한으로 데려올 수 있다면 이는 곧 남한 인력 또는 돈이 평양으로 유입되는 시작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문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 공동체 구상’과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등의 청사진도 대북 및 대미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National Interest)는 17일 크리스틴 리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의 기고문을 통해 “문 대통령의 대담한 경제 이니셔티브로 향후 북한의 경제적 변혁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이 전략적 이해를 위해 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 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 철도 연결이나 신경제지도 구상은 중국이 내세우는 우선순위와 맞아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유일한 수혜자가 되지 않도록 미국이 한국과 손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남북 관계 개선을 주도함으로써 대북 이니셔티브를 선점한 것도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게 미국 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앞에서 국군의장대 사열을 마친 후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어드밴티지 김정은

미국의 보수 성향 매체인 위클리 스탠더드(Weekly Standard)는 이날 ‘어드밴티지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북한에 모든 것을 투자해왔다”면서 “문 대통령이 이제 ‘탄원하는 사람’(supplicant) 입장에서 북한을 방문한다”고 주장했다. 위클리 스탠더드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50%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면서 “문 대통령은 평양에서 일종의 ‘승리’를 거두고 돌아와야 하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김정은 관계가 복원되기를 바라고 있고, 그렇게 돼야 이번 방북이 생산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클리 스탠더드는 “바로 이런 이유로 김 위원장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어 안전하다고 느끼고 있고, 더욱이 문 대통령이 협상을 열망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중대한 경제적 양보안을 내놓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고,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개성 공단 재가동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김 위원장이 미사일 시험 중단 유지와 같은 겉치레 양보를 하면서 대북 경제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6월 12일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만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AFP·연합뉴스
◆노벨 평화상 후보 트럼프

미국의 폭스 뉴스는 해리 이날 카지아니스(Harry Kazianis) 국가이익센터(CNI) 국장의 웹사이트 기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지아니스는 남북 3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된 진전된 합의가 나올 것이고. 이를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한반도의 역사를 바꾸는 합의가 도출돼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 영광의 상을 공동으로 수상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예정된 방북을 취소토록 하는 등 힘을 과시하자 김 위원장이 타협하는 태도로 돌아섰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자신이 주도한 데탕트가 와해할 위기에 직면하자 협상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문재인-김정은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종전 선언에 상응하는 조치로 북한의 핵·미사일 리스트 제공할지가 중대한 진전이 이뤄지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맞교환을 수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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